국내 한 결제 시스템 전문 벤처기업이 현금카드나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돈을 찾거나 상점에서 물건 값을 치를 수 있는 획기적인 솔루션을 선보였다.내년 사용화 예정인 이 시스템은 본인 카드임을 입증하는 바코드를 휴대폰 단말기 액정에 띄워 읽힐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특수 스캐너로 바코드를 스캔한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거나 대금을 결재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모바일 바코드 카드’가 나온 것이다.이 스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대전벨리에 위치한 벤처 시큐베이(www.secubay. co.kr). 종전까지만 해도 액정(LCD)창에 뜬 바코드는 산란되는 빛 때문에 기존 인쇄형 바코드 스캐너로는 해독할 수 없었다. 이 회사는 이 난점을 해결하고 지난 9월 빛의 반사를 차단해 액정에 뜬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스캐너를 만들어 냈다.최근 ‘액정바코드 스캔 기능을 갖춘 무선 바코드 스캐너’에 관한 특허 실용신안(제 217840호)을 따낸 데 이어 국제특허(PCT)와 미국 특허도 출원 중이다. 현재 시제품(I-OK-HK)을 내놓고 판로를 찾고 있다.이 회사가 개발한 무선 바코드 스캐너는 핸드폰은 물론이고 PDA 노트북 등 다양한 무선단말기의 LCD창에 전송된 바코드까지 모두 읽을 수 있다.SK텔레콤 ‘아이머니’에 적용현재 SK텔레콤이 준비중인 휴대폰 현금 인출 서비스 ‘아이머니(imoney)’에 이 액정바코드 스캔 기술이 적용된다. 이 서비스는 그 동안 마그네틱 카드이던 선불카드, 신용카드, 직불카드의 인증정보를 휴대폰 단말기에 표시되는 바코드로 바꿔 준다. 이를 이용하면 여러 종류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현금 인출은 물론 대금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메시지 전송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체도 할 수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우선 마그네틱 카드를 제작하거나 고객에게 발송하지 않아도 돼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 외에 상품권 쿠폰 티켓 등에 찍혀 있는 바코드도 휴대폰에 그대로 표시할 수 있다. 역시 무선통신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서비스 모델로 만들어 놓은 전자상품권인 i기프트(i-Gift)가 바로 그것이다. 각종 상품권을 LCD바코드를 이용해 무선통신 단말기에 저장시켜 주는 방식이다. 상품권 자체가 아닌 바코드를 전송받기 때문에 백화점 등 매장에 가지 않고도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다. 그 만큼 빠르고 간편하게 상품권을 살 수 있다. 발행업체 쪽에서도 발행비와 발송료가 들지 않아 남는 장사다.또 무선 인터넷으로 보내기 때문에 일반 구매시 확인되지 않던 고객 정보와 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현재 마그네틱 카드로 쓰이는 각종 회원권을 대신할 ‘ID카드’와 종이 쿠폰이나 전자쿠폰을 대체할 수 있는 ‘i쿠폰’,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i티켓’ 등이 이 스캔 기술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상품들이다.이런 활용성 때문에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이 액정 바코드 스캔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제안해 오고 있다. 이미 효성컴퓨터가 이 기술을 도입해 바코드 인식용 현금자동인출기(ATM) 개발을 시작했다. 이 제품들은 내년 2월 조흥은행이 들여와 일부 지점에 설치한 후 시범서비스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유명 백화점, 제약회사, 서점 등에서도 바코드 상품권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휘트니스 센터에서도 고객멤버십 카드를 핸드폰 바코드로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몇몇 쇼핑몰업체들도 쿠폰을 모바일 바코드 발행하겠다고 나섰다.오창환 상무는 “이런 반응을 감안해 연말까지 확정된 19억2천8백만원의 매출에 이어 내년엔 3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현재 선보인 시제품에 이어 앞으로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사용되는 손잡이형을 비롯해 은행자동화기기, 티켓발매기 같은 키오스크에 장착되는 모듈형 스캐너,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기술을 응용한 스캐너까지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 놓았다. 지난 9월엔 국내 스캐너 업체인 아이티웰, 스캔월드 등과 바코드 인식 스캐너를 공급키로 계약했다.영국 통신시장 조사기관인 오붐(Ovum)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선결제 시장은 연평균 47.5%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5년엔 총 무선결제 거래액수가 전자지갑에 현금을 이체시키는 네트워크형, IC칩을 핸드폰에 넣어 사용하는 하드웨어형, LCD 바코드를 이용한 방식 등을 합해 2조2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무선결제 시장 역시 연평균 43.1%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2004년 쯤 국내 시장 규모도 8조원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설치비용 저렴·보안성도 뛰어나이 가운데 모바일 바코드 카드가 IC카드나 모바일 적외선 카드보다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게 오상무의 주장이다. 우선 마크네틱 대신에 카드에 IC칩을 넣은 스마트카드의 경우 여러 카드를 한 장의 카드에 담을 수 있긴 하지만 네트워크가 안 되는 게 단점이다. IC칩을 휴대폰에 내장한 모바일 카드 역시 스마트카드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 최근 선보인 모바일 적외선 카드도 IC카드와 마찬가지로 아직 프로토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그는 지적했다.“이와는 달리 모바일 바코드 카드는 바코드가 이미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는 데다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고객 데이터가 휴대폰이 아닌 네트워크 서버에 저장돼 그 만큼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오상무는 말했다.그러나 앞으로 은행, 유통업체들이 액정바코드 스캔 방식의 결제시스템을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지가 사업성공의 관건이다.(042)487-9993/(02)6247-9993인터뷰신영철 사장모바일 카드 시장 석권 야심“휴대폰이 곧 결제카드죠.”신영철 시큐베이 사장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이처럼 간단하게 말한다. IC 스마트카드니, 모바일 적외선 카드니 요즘 이름만 듣고는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첨단 카드들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냥 카드를 긁듯이 휴대폰 액정화면을 스캔하면 되기 때문이다.“단순한 것 같지만 그 만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 아니겠습니까?”어렵고 복잡한 아이템보다는 실제로 사용할 소비자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제품이 팔린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실 그 역시 이런 이치를 터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광고대행사에서 마케팅전략가로 인정받던 그였지만 IMF 경제위기 땐 구청 공공근로자로 생계를 꾸려야 했을 정도로 어려움도 겪었다.99년 재기 후 ‘EMP’란 회사를 세우고 무선결제기술 분야에 뛰어든 것이 지금의 시큐베이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3월부터 액정바코드 스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연구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분투한 끝에 그 해 9월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 7월엔 미국에까지 이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다.“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멀지 않아 현재 나와 있는 카드와 상품권, 티켓의 상당 부분이 휴대폰 바코드로 전환될 것입니다.” 모바일 카드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나선 신사장의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