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정보(이하 한신평정보)가 제2 변신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키워드는 ‘재무구조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몸집을 튼튼하게 하고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로 활동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세계무대로 영역을 확대할 때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쟁쟁한 경쟁업체들의 견제다. 매섭게 퍼붓는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면 금세 주저앉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신평정보의 재무구조 강화와 글로벌 전략은 무엇일까.한신평정보는 지난 12월14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의미있는 계약 하나를 성사시켰다. 자회사 한국신용평가의 지분 일부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미국 무디스에 매각한 것이다. 한신평정보는 한신평 지분 40.0001%(40만1주)를 무디스에 1백22억원(9백65만달러)을 받고 팔았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지난 98년 확보한 지분 10%(10만주)를 합쳐 50.0001%(50만1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반면 한신평정보는 49만9천9백99주로 2대 주주로 물러앉았다.하지만 한신평정보는 무디스와 한신평을 공동 경영키로 해 평가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한편 평가등급의 공신력 제고와 선진 평가기법 도입으로 국내외의 시장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증권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한신평정보도 이를 염두에 두고 지분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한신평정보는 지난 97년 평가기관 합작사 설립을 위해 S&P사와 1년에 걸쳐 협상을 벌였었다고 한다. 하지만 S&P가 경영권을 강력히 요구하자 당시 새로 부임한 송태준 한신평정보 사장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새로운 파트너 물색에 들어가 98년 8월 무디스를 유치, 한신평을 세웠던 것.무디스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무디스는 세계 각국에 1백% 자기자본으로 지사를 설립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어려웠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신평정보는 당시 무디스의 일부 지분(총자본의 10%) 참여만 이끌어내 국내는 물론 세계 금융기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송사장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던 무디스가 한신평정보와의 첫 합작사업 이후 인도 아르헨티나 등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섰다”며 “지난해부터는 무디스의 공세수위가 상당히 세지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한신평정보가 다시 무디스와 한신평 지분매각 협상에 들어간 것은 올들어서다. 한신평의 평가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얘기가 금융계에서 슬그머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신용평가사업이 지정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자 본격적인 지분매각 작업에 들어갔던 것. 당시 정부는 신용평가기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대규모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기업의 지분율을 10% 이내로 제한하고 최다출자자 또한 금융기관과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이 지분을 1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무디스는 협상초기에 한신평 지분의 70%를 요구하는가 하면 인수금액을 크게 낮춰 제시해 한동안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고 한다. 특히 무디스가 인수금액으로 한신평정보 제시가(지분 40%, 1천5백만달러)의 절반인 7백50만달러를 협상 막판까지 고집해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송사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최종담판을 벌여 일시 매각대금 9백56만달러, 프리미엄 5백44만달러 등 1천5백만달러로 결론을 내렸다.송사장은 “무디스가 한신평의 지분을 확대해 선진평가기법이 국내에 대거 소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신평의 신뢰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섬과 동시에 국내기업들의 신뢰도도 어느 정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한신평은 무디스가 최대주주로 된 이후에도 기존 유혁근 사장체제를 유지하고 회사명칭도 현재대로 사용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3년간 무디스의 등급체계와 구별되는 한신평의 현행 등급체계를 유지하기로 해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3년 이후에는 한신평의 경영권이 무디스로 넘어가 신용등급은 국제적인 무디스 등급으로 바뀌게 된다.이번 무디스의 한신평 지분확대로 한국신용정보 및 한국기업평가와 접촉중인 S&P, 피치 등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들도 국내 진출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지분매각으로 사상 최대 경상이익 올려한편 한신평정보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려 재무구조를 보다 강화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11월말 현재 9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린 데다 한신평 주식을 장부가(1만2천37원)보다 3배에 가까운 한주당 3만4백59원에 팔아 73억6천9백만원의 평가차익을 내 올 경상이익이 자본금(2백10억원)에 근접하는 1백7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특히 내년부터 3년간의 경영성과에 따라 최대 69억원(5백44만달러)을 프리미엄으로 받기로 했다.이에 따라 현재 차입금이 한푼도 없는 한신평정보는 11월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백억원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가 더욱 튼튼해졌다.한신평정보는 현금으로 내년중 자사주 매입한도(1백억원)중 40억~50억원어치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3월 초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가 승인되면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취득을 결의하고 분기마다 10억~20억원씩 자사주를 취득해 주가관리에 나설 계획이다.이와 함께 한신평정보는 개인신용정보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십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시장의 규모는 현재 2백억원에서 3~5년 안에 수천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인터뷰송태준 사장“회사 가치 상승 기대해도 됩니다”한신평의 지분매각에 따른 한신평정보의 이득은 무엇인가.일단 주식을 제값받고 팔아 이익을 남겼다. 처음엔 무디스가 인수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나중에 (한신평의) 내재가치를 파악하고 나서 선뜻 값을 제대로 치뤄줬다. 세계적인 평가기관의 지분인수로 회사가치 상승도 기대된다.무디스의 지분확대 의미는.거시적으로 볼 때 국내경제 상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무디스는 국내 금융시장의 이머징 마켓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듯 싶다. 무디스는 지난해부터 국내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미시적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도입으로 국내 평가기법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향후 한신평의 경영은.공동경영을 원칙으로 하되 앞으로 3년간은 한신평 자체적으로 사업들을 진행할 것이나 그이후에는 무디스측이 다소 주도권을 쥐고 나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혁근 한신평 사장은 사령탑을 계속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