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lass Supplier(최고 등급의 공급업체)’.자동차 부품 전문업체인 (주)만도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받은 성적표다. 만도는 GM에게서 납기충실도 조기경보 신뢰성 유연성 전자자료교환(EDI)활동도 등 5가지 부문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만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1년 10월 크라이슬러와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국내기업으론 처음으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됐다.전통기업 만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만도는 이제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다. 디지털 경영 체제라는 신경제의 갑옷으로 갈아입고 ‘신세대’ 기업이 됐다. 만도의 변신이 더 눈부신 것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던 지난 97년 12월 부도를 맞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중에도 디지털 경영 체제 구축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런 만도의 모습은 해외업체 눈에 띄였고 결국 공장 매각 등 외자유치를 성공시키는 요인이 됐다. 만도는 지난 99년 JP모건 컨소시엄 등으로부터 6천억원의 자금을 받아 부도의 늪에서 탈출했다. JP모건 컨소시엄이 대주주(80%)가 되면서 회사이름도 만도기계에서 (주)만도로 바꿨다.부도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구조조정과 함께 추진해왔던 디지털경영 체제 구축 프로젝트라는 원동력이 있어 가능했다. 만도는 95년부터 경영혁신을 위해 앤더슨컨설팅(현재 액센추어)을 고용해 정보화 마스터 플랜과 BPR(Business Processing Reengineering)를 통한 전사적 업무 혁신에 나섰다. 만도는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임직원의 저항 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변환관리 프로그램 등을 추진했다.컨설팅 결과에 따라 1단계 디지털 경영 체제 구축 프로젝트는 기업 내부를 디지털화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회사내 모든 프로세스를 바꾸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계획(SCP) 제품정보관리(PLM) 제조실행시스템(MES) 지식관리시스템(KMS) 인적자원관리시스템(HRIS) 등 최첨단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정보시스템구축 프로젝트는 97년부터 2001년 11월까지 5년 동안 약 3백14억원의 자금이 투여돼 완료됐다.새로운 정보시스템은 바로 비용절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왔다. 만도측은 연간 절감되는 비용이 ERP로 43억원, PLM으로 40억원, MES로 23억원, KMS로 15억원 등 연간 총 1백21억원의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내 업무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꾸는 작업은 녹록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욱이 전통기업들은 ‘혁명적’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내부반발과 시행착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도는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만도의 디지털 경영 체제 구축의 성공요인은 네 가지다. 우선 각종 시스템 도입시 임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필요한 변환관리 프로그램 도입이다. 이 프로그램은 종업원들에게 디지털 경영체제의 당위성, 변화된 미래의 모습 등 디지털 마인드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디지털 마인드 캠페인 전시적으로 펼쳐두번째는 전사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구축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별 단계적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세번째는 초기 투입된 인력을 사내 컨설턴트로 육성해 프로젝트 확장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이는 외부 컨설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준비단계부터 디지털 경영 효과를 모두 정량적으로 수치화해 도입의 필요성을 알렸다. 또 투자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효과측정을 실시했다.만도는 2001년 11월 내부 프로세스를 바꾸는 1차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디지털 경영체제 출범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오상수 만도 사장은 “1차 디지털 경영 체제 구축 완료에서 더 나아가 2002년부턴 고객사와 공급업체 협력사들과의 협업에 중점을 둔 2차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만도는 2002년부터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기업통합포탈(EIP) 등의 구축을 통해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만도는 현대 대우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는 물론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세계 빅3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다. 62년 10월 창립한 현대양행을 모태로 출발한 만도는 97년 12월 부도를 맞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공장매각 등으로 되살아났다. 만도는 제동장치 현가장치 조향장치 샤시모듈 등 연간 3백만대 분의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는 부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GM에 2억6천만달러 상당의 조항장치 수출 계약을 맺었고 중국 하얼빈 합비기차 제조유한공사에 매년 7백만달러 규모의 ABS를 수출키로 했다. 이 회사는 2000년 1조원 매출을 올렸고 이 가운데 42.5%인 4천2백50억원을 해외수출로 벌어들였다. 지난해 매출은 1조1천억원이었다.Interview윤상화 (주)만도 CIO“CIO는 정보시스템 항해사”기업 정보화 프로젝트는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보시스템 관련 책임을 맡고 있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의 역할은 크다. 윤상화(52) 전무가 그런 사람이다. 윤전무는 97년부터 만도 디지털경영 체제 구축 프로젝트를 기획, 진두지휘 해온 핵심인물이다. 그는 기업 정보화는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최고 경영자의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 못지 않게 중요한 CIO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CIO는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변화의 여정을 관리하는 항해사(Navigator)라고 볼 수 있습니다. CIO는 강력한 프로세스 혁신(PI)을 주도적으로 앞장서 강력하게 끌고 가고, 때로는 주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프로젝트에 동참케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즉, 임직원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관리의 스폰서(Sponsor)가 돼야 하죠.”윤전무 같은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만도는 업계에선 처음으로 디지털 경영체제를 갖추게 됐다. 특히 만도 프로젝트는 학계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는데 지금까지도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 및 ERP를 연구하는 학계의 필수 벤치마킹 코스가 되고 있을 정도다.만도는 2002년부터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제2단계 디지털 경영 프로젝트로는 SCM 등 고객 공급업체 및 관련업체와의 디지털 협업(Collaboration)에 집중돼 있다. 만도는 2단계 프로젝트 외에도 정보화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윤전무는 “만도는 디지털 경영체제 프로젝트 비용과는 별도로 매년 70∼80억원을 지속적으로 정보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윤전무는 지난 83년 만도기계에 입사해 18년 동안 만도와 함께 한 터줏대감이다. 때문에 그만큼 만도를 잘 알고 이도 드물다. 윤전무가 만도기계 본사 기획실에서 시작해 경영관리부장, 경영지원실장, 구매지원실장, 기획실장까지 요직을 두루 거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현재 (주)만도 본사의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보화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 있다.용어설명PLM(Products Lifecycle Management): 제품의 제조에 관련된 연구개발 분야의 모든 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해 생산성을 높여주는 정보시스템.SCP(Supply Chain Planning):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기까지 물적 재화와 관련 정보의 전체 흐름을 관리하는 정보시스템.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공정내의 모든 자원(인력, 장비, 자재)의 공정단위의 생산계획을 현장에서 실행 가능토록 해주는 정보시스템.HRIS(Human Resource Information System): 인사/조직/경영관리 등 제반 운영시스템을 제도화한 정보시스템.EAI(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 기업내 산재해 있는 ERP, SCP 등 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한 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