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전화왔습니다.” “아빠, 전화받으세요.”요즘 길을 걷다가 이런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드는 신세대들을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혹시 내 전환가?’ 싶어서 본인의 휴대폰을 확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만 알 수 있는 벨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야호커뮤니케이션은 이런 상상을 현실화시켜 성공한 기업이다.야호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999년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전문업체로 출발했지만 2년이 갓 지난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는 콘텐츠 제공(CP)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벨소리 다운로드 1억회 달성으로 국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휴대폰 벨소리 한 번 다운받는데 150∼300원 정도에 불과한데 그게 무슨 수익성이 있을까 싶지만 야호커뮤니케이션의 성장성은 눈부시다. 1999년 16억원이던 매출이 88억원으로 8배 가까이 폭증했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이 된 셈’이다.국내의 벨소리 다운로드 시장규모는 연 500억원대에 이르고 올해 안에 700억원대 이상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단일 서비스로는 가장 큰 규모다. 휴대폰 이용자가 젊은 세대로 확산되고 단말기 기능이 계속 개선되면서 시장이 이렇게 커진 것이다. 현재 휴대폰 벨소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는 30여개에 달하지만 수익을 올리는 업체는 야호커뮤니케이션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한때 휴대폰 사용형태를 두고 ‘신세대’와 ‘쉰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속설이 유행했다. 휴대폰을 전화기로만 생각하면 쉰세대고, 문자메시지를 자유자재로 보낸다면 신세대란 것이다. 이제는 휴대폰 벨소리로 세대차이가 드러난다. ‘띠리리리∼’나 왈츠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기본으로 넣어준 벨소리를 쓰는 세대와, 흔히 듣기 어려운 나만의 맞춤벨 소리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세대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부 10대들은 그날그날의 기분과 장소에 따라 벨소리를 바꾸기까지 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 벨소리를 내는 휴대폰의 기계수준도 예전에는 단음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화음·16화음 등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야호커뮤니케이션의 급성장은 바로 이런 ‘튀고 싶은’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 때문에 가능했다. 또 적절한 시기에 신세대의 사랑을 받는 탤런트 차태현을 방송 CF 모델로 기용, 젊은이들을 공략했다. 한 이동통신회사의 모델로 출발, 휴대폰 단말기 CF에 출연하고 있는 차태현을 모델로 써서 시너지 효과도 컸다.핸드폰 노래방·무선 인터넷게임도 서비스야호커뮤니케이션은 벨소리 다운로드 외에도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핸드폰 노래방’을 서비스하고 있고, ‘9줄 바둑’ 등 무선인터넷 게임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 벨소리를 다운받을 때 예전에는 전화기 버튼을 눌러서 원하는 곡명이나 음성을 선택해야 했지만, 사용자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해 선택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야호커뮤니케이션이 올해 새로 구상하고 있는 사업은 목소리 합성기술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 연예사업의 팽창과도 연계돼 있다. 올 상반기 안에 인기가수의 목소리를 합성 변조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즉 신화의 신혜성, 장나라 등 인기가수의 목소리를 휴대폰에 다운받는 것과 모닝콜, 특수메시지 전달에 이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야호커뮤니케이션이 이처럼 다양한 음성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펼칠 수 있는 것은 확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야호커뮤니케이션은 국내최초로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해 특허를 얻었다. 지금도 40여명에 불과한 직원들 중 30% 이상이 연구개발 분야에 배치돼 있다. 또 올해 새로 뽑을 직원들도 30% 이상을 연구개발 파트에 발령을 낼 방침이다.야호커뮤니케이션은 올해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기돈 대표는 동남아권의 한류열풍을 적절히 이용해 홍콩·인도네시아·중국 등을 공략하고, 폴란드를 발판으로 유럽시장을 개척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업체와 자본금 50만달러로 조인트 벤처를 설립,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솔루션을 현지 이동통신업체들에게 제공하고 야호컴은 4년간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야호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12월 주당 6,800원(액면가 500원)에 공모주청약을 마쳤는데 경쟁률이 132 대 1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실제 매매는 1월 17일 시작된다. 이기돈 대표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 48%(287만 7,250주)는 등록일부터 2년간 보호예수된다. 3대 주주인 신한창업투자는 4만주(지분율 0.7%)를 3개월간, 벤처플러스는 3만 1,800주(0.5%)를 6개월간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애널리스트 시각차입금 없고 현금 풍부야호커뮤니케이션은 업계 최초로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어서 후발업체들과 경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것은 물론, 업계 최고수준의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와 선두업체라는 브랜드인지도 등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또 야호커뮤니케이션은 높은 수익성과 튼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비용부담이 원천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1999년 이후로 영업이익률을 45% 이상 유지해 왔다. 이익규모에 비해서는 연구개발비 외에는 큰 투자비 부담이 없어 차입금은 전혀 없고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2001년에 매출액 117억원을 달성, 18.6%의 외형성장을 이룩했고 경상이익은 전년대비 6.4% 증가한 57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는 기존 벨소리뿐 아니라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음성콘텐츠 서비스 및 무선인터넷 게임서비스 등으로 무선콘텐츠 서비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현투증권 이재욱 선임연구원CEO 탐구이기돈 대표한류 타고 동남아시장 선점 ‘의욕’“올해는 가수들의 목소리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과 해외거점 확보에 가장 무게를 둘 계획입니다.” 지난 1월 9일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나서기 전 야호커뮤니케이션 이기돈 대표는 올해의 전략을 이렇게 펼쳐보였다.이대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단 창업에는 성공했지만 수성(守成)을 뛰어넘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세계 사람들에게 다양한 벨소리를 제공하겠다는 꿈이다.이대표는 우선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취미가 ‘수다 떨기’라고 말할 정도로 휴대폰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며 “이같은 인프라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야호컴에는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동남아 지역에서는 최근 뜨고 있는 ‘한류’ 분위기를 타고 한국 가수들이 인기여서 시장성만 확보되면 즉각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시장은 우선 음성인식기술의 초보적인 음원만 수출하고 추이를 지켜본 뒤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 중국시장은 아직 휴대폰 사용인구가 적정수준에 이르지 않아서 좀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시장이 좀더 무르익은 뒤 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유럽진출은 뜻밖에 속도가 빠른 편이다. 폴란드를 발판으로 유럽시장을 두드리고 있는데 6월 안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는 EU 국가는 아니지만 전 EU 국가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폴란드의 1등 이동통신업체와 접촉,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본격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