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있는 외환은행 서현역 지점엔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 은행들이 업무를 끝내고 문을 닫을 때부터 고객들이 이 지점을 찾고 있어서다. 이곳에 가면 은은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말끔하게 차려 입은 여직원이 정갈한 찻잔에 따뜻한 녹차까지 대접한다. 게다가 마치 고객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는 한 사람이 있다. 매일 저녁 9시까지 은행 창구를 훤히 밝혀두고 고객들을 맞고 있는 이 사람은 김준환 PB팀장(43)이다.PB(Private Banking)팀은 개인금융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조직이다. 김팀장은 지난 1994년부터 외환은행 내 PB팀을 이끌어온 최고참. 요즘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 보험사까지 PB팀을 출범시키며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때에 유독 김팀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마케팅 감각 때문이다. 씨티은행, HSBC 등 쟁쟁한 외국계 은행들이 터를 잡고 있는 분당에서 그는 밤에도 고객들을 맞는 저녁은행(Night Banking)을 도입했다. 김팀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녁에 은행을 찾는 주요 고객들에게 유학과 이민 상담 그리고 자금까지 지원하는 VIP센터를 설립했다.“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외환은행의 강점은 환율과 금리의 흐름을 잘 읽는 것이고, 이를 이민과 유학으로 연결시켰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녁 9시까지 일하기로 했지만 요즘엔 자정을 넘기기 일쑤예요.”캐나다 사업이민을 준비 중인 대기업 K부장도 김팀장을 만난 일이 무척 만족스러운 듯했다. K부장은 자녀교육, 집, 이주지에서 벌일 사업의 타당성 등 세 가지 문제로 고민이 컸다. 특히 그는 캐나다에서 사업을 할 경우 국내 재산 처리와 관리 그리고 이주지에서 벌일 사업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우선 김팀장은 캐나다의 외환은행 지점을 통해 적정 사업 아이템과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부탁했다. 또 국내 남겨둔 부동산 등 재산은 직접 김팀장이 관리, 환율과 부동산 경기를 예측해 적절한 시점에서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이같은 얘기를 들은 K부장은 “마치 충실한 집사를 만난 것처럼 안심이 됐다”고 전했다.지난 8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VIP 고객들을 상대해온 김팀장의 재산 관리 노하우는 베테랑급이다. 자식들에겐 금고 열쇠를 안 줘도 김팀장에겐 마스터키를 줄 정도로 고객들은 그를 신뢰했다.“고객들이 저를 금융분야의 스폰서로 생각해 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PB팀은 때론 고객을 주인처럼 모시는 집사 노릇을 해야 하고, 때론 조언자로서 고객의 재산을 알차게 관리하고 리드해야 합니다.그는 1984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헬싱키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보였다. 외환은행 내 4개의 PB팀은 김팀장이 키워낸 인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