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D램 반도체에 이어 또다시 일본을 앞서는 초일류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 세계 최대 크기의 15.1인치 풀컬러 유기EL(Electro Luminescence:용어설명)이 그것.지난해 말 정호균 삼성SDI 상무는 고통을 보람으로 바꾸는 역전의 순간을 맛보았다. 이 제품이 소니가 개발한 13인치 제품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정상무는 이덕분에 1월 삼성그룹 기술상(회장상)을 받는 행운도 누렸다. “유기EL은 반도체와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에 이어 또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는 첨단 제품입니다. 시장 상용화는 물론 세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정상무는 미국 일리노이즈 공대(어바나 샴페인) 박사 출신이다. 전공은 전기공학. “유기EL은 15.1인치 실리콘 기판 위에 저분자 유기막을 형성해 26만 가지의 색을 만들어낸다. 자연스러운 색상과 빠른 속도로 고화질의 영상이 가능하다”는게 정상무의 설명이다.미국 하니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정상무는 “이 제품은 소니 제품의 화소보다 1.6배 많은 78만 6,000화소다. 세계 최대 화소수를 갖췄다”며 품질을 소개했다. 1988년 삼성그룹에 스카우트된 정상무는 종전 업계는 10인치급 이하의 소형 디스플레이용 제품개발에만 머물러왔다. 대형화면을 위해서는 균일한 전류를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유기증착 압력을 유지하는 인장기(引張機)를 자체 개발했다.정상무는 이 제품 개발을 위해 130명의 연구인력과 300여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했다.독보적인 디스플레이 기술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상무는 세계 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 “유기EL은 표시특성이 뛰어나다. 각종 디스플레이의 응용이 가능하다. 2004년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2005년에는 3조원대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정상무는 “15.1인치 제품 개발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화질의 균일도를 확보하는 것과 200만개 이상의 미세한 화소를 정확하게 정렬하는 것이었다. 구조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빛이 투과하는 마스크 설계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줄였다”며 개발 경과를 설명했다.그는 유기EL의 우수성을 고화질과 저렴한 생산원가로 꼽았다. “TFT-LCD 와 비교하면 유기EL이 갖는 경쟁력은 완벽한 동화상이 가능하다. 특히 컬러필터나 백라이트 등 비싼 부품이 필요 없어 제조 원가가 저렴한 것이 강점”이라며 “앞으로 DT(디스플레이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