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동 세스영어 사장

“꼭 코스닥에 들어갈 필요가 있나요?”‘로버트 할리’로 잘 알려진 영어학습 전문업체 세스영어의 황규동 사장(38)은 요즘 회사 회계 담당자들에게서 이런 원성을 자주 듣는다.세스영어는 2월 18일 코스닥 예비 등록 심사를 청구하기로 돼 있다. 국내 ‘벤처 신화’ 메디슨 부도에 잠깐 반짝했던 코스닥시장까지 얼어붙은 지금은 적기가 아니란 게 이들 직원들의 주장. 그러나 황사장의 결심엔 변함이 없다.이런 고집엔 나름대로 신념이 있다. 국내 영어 교재 시장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이란 게 그의 지적이다. 매출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올해 세스영어가 코스닥 등록과 함께 투명 경영에 앞장선다면 머지않아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것으로 기대합니다.”총대를 메고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 전체 시장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사실 세스영어는 여느 벤처들처럼 굳이 코스닥에 등록해 투자를 받아야 할 절실한 이유는 없다. 지난해에만 20억원의 당기순수익을 냈고 최근엔 8층짜리 사옥까지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공개하는 것이 오너 입장에선 좋은 것만은 아니다.그러나 그는 사재를 불리기보다는 ‘영어교육 전문 기업인’이란 평가를 듣고 싶어한다. 그가 영어학습 시장에 뛰어든 건 지난 98년. 당시 물의를 빚던 ‘폰팅’에서 영어로 폰팅하는 ‘영어 전화 대화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나 막상 외국인과 통화하면 벙어리가 되는 ‘영어공포증’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았다.이런 ‘왕초보’를 위한 영어교재가 시급했다. 이렇게 해서 99년 8월 나온 세스영어 테이프가 빛을 보았던 것. 한국인에게 맞는 차별화된 영어학습법으로 2년 만에 영어테이프 시장을 석권한 것이다.시장 진입 장벽을 깬 것이 주효했다. 일단 테이프를 듣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스영어 테이프를 당시 1위 업체의 제품에 끼워 무료로 뿌렸다. 테이프를 들어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났고 급기야 몇몇 대형 총판에서 세스영어만을 단독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순식간에 매출이 뛰었고 2년 만에 매출 210억원 달성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89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LG증권에 입사한 지 4년 만에 생활정보지 사업에 뛰어든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처음엔 수입이 짭짤했지만 나중엔 시장이 포화상태가 돼 새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불빛 나는 귀이개’의 특허권자를 만나, 회사를 세웠다. 튀는 영어실력을 무기로 직접 해외 영업을 뛴 결과 100만달러 수출의 쾌거를 올렸다.그는 올해 영어학원인 ‘영어사관학교’와 영어학습사이트인 ‘세스잉글리시(www.cesenglish.co.kr)’, 학습지 프랜차이즈 사업인 ‘큰나무영어’에 힘을 쏟을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