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형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장

음지에서 활동하던 사채업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민 금융의 마지막 통로를 담당했던 사채업자들이 최근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를 조직,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초대 회장을 맡은 유세형 이티즌 사장(40)은 “이대로 가다가는 사채업자들의 생계가 막연해진다”며 “일본 대금업체들을 상대로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연대하는 길밖엔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서민들에게 고리로 이자를 뜯어내 잘 먹고 잘 사는 사채업자”가 아닌 모양이다.“120% 이자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별로 원금의 10%를 받는 거죠. 그 10%가 100원이라고 쳐요. 이 중 전주(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30원을 떼어줍니다. 20원은 부실채권이어서 받을 수 없는 돈이고, 30원은 신문 광고비로 나갑니다. 사실상 20원이 사채업자들 몫인데, 사무실 운영비나 인건비 등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정부가 60% 이자제한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이들은 다시 음지로 돌아갑니다.”유회장에 따르면 사채업체 2만여곳 중 하루에도 100여 곳이 문을 닫거나, 새로 개업한다고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업체가 많고, 이런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멋모르고’ 창업한 업체도 많은 까닭이다. 사채업자들이 모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요즘엔 퇴직금 2∼3억원을 갖고 사채업자로 나선 전직 샐러리맨들이 많아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죠. 그냥 귀동냥으로 배우거나, 사채업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본 경험으로 창업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 고생도 하고, 때론 심성이 악해지기도 하는 거죠.”유회장은 앞으로 사채업자들을 온라인 네트워크로 묶어 정보 교류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서로 불량 채무자들의 정보를 교환, 추가적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해 연체관리도 과학적으로 할 생각이다. 또 사채업 교육기관을 만들어 체계적인 비즈니스가 정착되도록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유회장이 사채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9년 온라인으로 돈을 빌려주는 이티즌을 설립하면서부터. 그는 인터넷을 통해 사채업을 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들 몇백 명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는 협의회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그는 지난 2000년 ‘인터넷 남북통일’의 기치를 내건 통일벤처협의회를 발족시켜 언론에 주목받은 일이 있다.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현재는 소강상태. 유회장은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대부사업자협의회 일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사채업이 소매금융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서민들에게 도덕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주먹구구식의 사업구조도 개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