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통신’. 군사용 핫라인이나 인터넷 동호회의 긴급 모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아니다. 명함, 홍보전단 같은 각종 인쇄물을 주문 받아 온라인으로 제작, 발송하는 ‘온라인 인쇄 편의점’ 체인의 브랜드명이다. 이 브랜드의 주인은 바로 벤처기업 서울코피아(www.bungae114.co.kr).지난 97년 명함제작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0년 6월 ‘번개통신’ 브랜드로 첫 가맹점을 낸 지 1년 반 만에 전국에 230개의 가맹점을 확보했다. 매달 13개씩 가맹점을 늘려온 셈이다.가맹점이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매출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매출 300억원에 3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가맹비가 5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거둬들인 가맹비 수익만 1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인쇄 중개 마진만 월 1억원이 넘어 전체 직원 15명이 월 2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직원 1명당 매달 700만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는 꼴이다.인쇄 프랜차이즈를 본격화하면서 ‘번개통신’이란 브랜드 전략을 쓴 것이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 큰 힘이 됐다. ‘번개통신’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쇄물의 빠른 제작과 발송 서비스가 가장 돋보이는 경쟁력이다.우선 가맹점에서 인쇄물 주문을 받아 기초적인 디자인을 한다. 이 데이터를 본사에 보내면 본사에서 디자인을 완성해 인쇄소에 넘기고, 완성된 인쇄물은 다시 소비자에게 발송된다.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돼 주문에서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하루. 이처럼 빠르고 편리한 인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이 회사의 성공비결이다.가격경쟁력도 주목할 만하다. 명함 500장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 정도 . 시중 가격의 2분의 1 수준이다. 인쇄 설비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량 인쇄도 한몫했다. 영업이 주업무인 가맹점의 물량확보 능력이 탁월했던 것.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인쇄 편의점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소자본 창업의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번개통신 가맹점을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맹비와 초도물품비를 합쳐 500만원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컴퓨터와 스캐너, 프린터 등 기본 장비만 갖추면 돼 사무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집에서도 부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1588’ 서비스 도입, 주문 쇄도명함, 홍보전단 같은 인쇄물 시장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가맹사업본부 김태경 부장은 “국내 전단 인쇄물 시장은 3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시장 규모가 해마다 5% 정도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장은 또 그동안 개인사업 수준의 소기업 형태로 운영되던 전단 인쇄물 시장을 온라인으로 통합한 만큼 번개통신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전략도 인쇄 물량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회사 마진을 뺀 영업 수익은 모두 직원에게 직접 돌아간다. 최고 월 300만원의 성과급을 받는 경우도 있어 연봉이 6.000만원에 이르는 평사원도 있다. 어지간한 대기업 부장급보다도 높은 수준이다.하지만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직원이 모두 영업에 나서다 보니 조직적인 체인점 관리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번개통신 전국 가맹점 단합대회’. 지난 연말엔 지방 유명 리조트에서 노래자랑과 캠프파이어 등의 행사를 열었다. 김부장은 “이런 단합대회가 본사 직원과 지역 점주들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좀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사업이 ‘뜬다’는 입소문이 난 후로 후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회사가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전략까지 드러난 상황. 그러나 김부장은 “경쟁업체의 가맹점이 아직 30개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번개통신의 성장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안에 가맹점 500개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했다. 2월 중순쯤 미국 LA에 가맹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 동남아, 남미 등지에서도 가맹 신청이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이 회사는 인쇄업체로는 처음으로 ‘1588’서비스를 도입했다. 김부장은 “앞으로 전단 주문 브랜드 번개통신과 배달주문 브랜드 1588 서비스가 맞물리면 브랜드 결합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 회사는 현재 구축돼 있는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디오 사업도 추진 중이다. 어린이 교육비디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아동용 비디오 방문 대여 사업을 2월부터 벌일 예정이다.여기에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꼬마랑 비디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될 이 사업에 대해 김부장은 “벌써부터 가맹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02)521-4900 qInterview전일재 사장“전단 시키신 분, 번개’ 나갑니다”전일재 서울코피아 사장(41)은 인쇄 업계에서 ‘제2의 번개’로 통한다. ‘번개’란 별명으로 맹위(?)를 떨쳤던 자장면 배달부 조태훈씨의 뒤를 이었다는 얘기.전사장 책상에 놓인 전화는 언제나 창업을 문의하는 사람들로 불통이 날 정도다. 직원들이 받는 전화가 전부 사장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맹 희망자와 직접 통화해 한층 더 체계적인 가맹점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에서다.가맹점뿐 아니라 인쇄업체 선정도 반드시 실사한다. 신속 정확은 기본이고, 제작물 발송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장면집에만 ‘번개’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하면서도 빨라야 하는 것은 인쇄물 제작사업에도 필수죠.”전사장은 대학 졸업 후 대우자동차에 입사, 영업사원으로 4년간 일했다. 세일즈맨이다 보니 엄청난 양의 명함이 필요했고 새로 맡긴 명함이 늦게 나와 조바심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명함편의점’을 구상한 것이다. 우선 카 세일즈를 그만둔 뒤 부친의 사업체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97년 막상 전단인쇄업을 시작하고 보니 장비구입비가 만만치 않았고 수익도 기대 이하였다.자동차 판매의 기억과 전단인쇄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구상한 것이 바로 온라인 인쇄업. ‘온라인 인쇄 편의점’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도 바로 그였다. 최근에는 유명세도 타고 있다. ‘번개’ 조태훈씨처럼 대학교와 언론사의 창업지원센터 초청으로 강연도 다닌다.그는 체인사업에 일단 성공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기존 네트워크에 얹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