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분식회계로 국제적 망신 투명성 결여기업 재평가해야

에너지 재벌인 엔론사의 파산에 이어 우량기업으로 꼽히던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돼 다우 및 나스닥 지수의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타이코의 주가는 유동성 위기와 채권 등급 하향조정 여파로 이틀 사이에 42%나 폭락했다. 미국 기업들의 부실회계 문제로 채권시장에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유럽시장의 지수는 하락한 반면에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상승했다.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의 전형이라고 여겨졌던 미국 기업들이 회계의 투명성 결여로 주가하락과 투자자들의 불신을 가져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국내 일부 기업들이 회계 장부의 조작이나 불공정한 공시 또는 매매에 연루돼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시장 전체에 대해 불신감을 갖게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IMF와 대우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 관행 및 회계 제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나름대로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판단된다.2월에는 많은 기업들이 2001년의 경영실적을 발표하는데, 늦어도 3월말까지는 감사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전자 공시실을 통해 재무제표를 확인해볼 수 있다. 상장(등록) 기업들의 회계기준 위배사항 유형은 다양하다. 감가상각비·퇴직급여충당금·대손상각비·재고자산 및 투자자산 평가 손실·연구개발비의 과대 또는 과소 계상, 매출액 탈루 또는 경비 과다 계상 등으로 투자자들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거래소 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3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기업 회계제도나 지배구조의 개선 등을 통한 투명성 제고는 기업의 주주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변수이며 투자자들도 종목 선정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마침 해외의 금융월간전문지인 디 에셋(The Asset)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을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SK텔레콤, 포스코, 한미은행, 현대자동차, LG화학, KT 등 8개 기업이 들어갔다. 사외이사의 확대, 공시강화, 경영상태를 설명하는 활동(IR) 등의 분야에서 우수하다고 판정된 것이다.삼성전자 SKT 등 ‘투명성’인정우리나라 주력 업종의 대표기업으로 경영실적도 우수한데 기업의 투명성도 높게 평가되었으니 그동안 외국인들이 이들을 선호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반전된 지난해 9월말 이후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는 54% 상승한 반면에 7개 종목(국민은행 제외)의 평균 상승률은 69%를 기록해 시장에서도 우수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기업들의 분기별 결산 실적 발표가 정착돼 가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월 단위로 경영실적을 공표해 시장 참여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코스닥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휴맥스, LG 홈쇼핑, CJ39 쇼핑, 엔씨소프트, 다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의 신속한 제공은 투자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대해 신뢰도를 제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기업의 투명성 결여는 투자자로 하여금 위험 자산인 주식의 보유를 회피하게 하고 결국 자본 조달비용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기업측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도 제도의 개선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을 새롭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