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카드나 제휴카드를 가진 고객에게 상품 값을 깎아주거나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의 유통업체들이 단골로 써먹는 판매촉진 기법의 하나다. 단순히 값이 싸다는 것만을 강조하기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서비스로 마음을 사로잡아 고정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그러나 일본 운수업계, 그중에서도 택시업계에서는 이같은 판촉행사가 전혀 낮설지 않다. 업체간의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판촉 아이디어는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비스 경쟁은 또 필연적으로 운임 인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 택시 전쟁이 몰고 올 변화가 일본 언론의 뜨거운 관심거리로 주목받고 있다.일본 택시업계를 대변화의 한복판으로 내 몬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월 1일부터 발효된 개정도로교통법 시행령이다.일본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그동안 면허제로 묶여왔던 택시사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운임은 인하 경쟁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규 사업자들의 참여를 촉진시키면서 고객들이 좀더 적은 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업체간의 가격 경쟁 여지를 열어준 것이다.택시업체들 중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오사카 지역의 회사들이다. 오사카 일대의 30개 택시회사가 가입해 있는 칸사이택시협동조합은 5,000엔 이상을 초과한 요금에 대해서는 절반만 받는 할인 서비스 택시를 2월말 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예컨대 6,000엔이 넘게 나올 경우 승객은 5,000엔에다 초과 요금 1,000엔의 절반인 500엔만을 더한 5,500엔만 내면 되는 식이다.칸사이조합은 이같은 방식의 택시가 장거리 손님 흡수에 강력한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오사카 도심에서 칸사이국제공항까지 갈 경우 현재는 1만 5,800엔 안팎이 나오지만 앞으로는 약 1만 800엔만 내면 돼 고객들이 만만치 않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서비스 경쟁 선두주자는 MK택시서비스 경쟁의 선두주자 MK택시가 버티고 있는 교토에서는 가격과 함께 고품격 서비스 싸움이 한창이다. 미쓰비시택시는 기본운임 660엔(2,000km까지)을 최근 550엔으로 내려 가격인하 경쟁에 불을 당겼다. 사업 영역을 교토 한곳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 주요 도시 전역으로 넓혀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MK택시는 규제완화를 계기로 고베, 나고야, 요코하마, 오사카 등에 100~200대씩의 차량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MK는 이미 기본운임을 다른 택시들보다 60엔 싼 600엔만 받고 있는데 이어 차량 고급화, 첨단화로 경쟁을 리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MK는 또 교토의 경우 시 교통국과 손잡고 요금할인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고객들에게 교토의 간판 택시업체라는 인상을 성공적으로 심어주고 있다. 시영버스의 정기권을 소지한 고객이 MK의 소형 택시를 이용하면 기본 요금을 470엔만 받는 식이다.택시 전문가들은 도쿄의 업체간 생존 경쟁은 오사카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가격보다 아이디어를 앞세운 판촉 싸움의 양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하고 있다.게이오백화점그룹 계열의 게이오택시는 요금에 포인트제를 적용하고 있다. 요금 1엔을 1포인트로 환산, 10만포인트 이상을 적립한 고객에게는 2,000엔에 이르는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 있다. 포인트카드를 도입한 택시회사는 아직 게이오 1개사뿐이나 업체마다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회사들도 유사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일본 택시업체들은 그동안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에 시달리면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살인적 요금을 인하할 맘을 먹지 않고 있었다. 빈 차로 다니는 차량이 도심 한복판에 넘쳐나도 ‘필요한 사람만 이용하라’는 배짱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규제완화와 소비자들의 실리주의 앞에 무릎꿇은 택시업계의 뒤늦은 반성이다. 일본 택시들의 생존 경쟁이 몰고 올 변화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