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트코퍼레이션,외환거래 80%이상 헤지...FAG한화베어링,분기별로 전략마련 체계적 관리

화공약품과 건축재 원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로지트코퍼레이션은 매우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그러나 철저하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로지트코퍼레이션의 환거래는 주로 달러 매입이다. 물품을 수입한 뒤 원화로 달러를 사서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 이 회사의 환관리 원칙은 “외환거래의 80% 이상 무조건 헤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헤지의 목적은 환율 변동에서 추가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가를 고정시키는 것, 즉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한 기반 마련이다.최고경영자에서 임원, 그리고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원칙을 정하고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이는 과거 이 회사가 겪었던 아픈 경험을 바탕 삼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다. 환율이 급변동했던 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이 회사는 거의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다. 늘 그래왔듯이 달러당 900원대로 지불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원재료를 수입했으나, 환율이 1달러당 2,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갚아야 할 외상값이 갑절로 불어났던 것이다. 이때 80억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었다. 그 전까지 ‘환 위험관리’에 대해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았으나 이를 계기로 해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당장 이 회사 이영훈 사장부터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재경팀 담당자는 즉각 환위험 관리법 공부를 시작했고, 각종 세미나를 쫓아다니면서 지식을 얻었다. 은행 담당자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전화해 상의하고 충고를 받기도 했다. 재경팀 홍성광 과장은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도 쌓였고 기법도 조금씩 발전했다”고 말한다.계약건별로 헤지를 하는 이 회사는 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첫째는 물품수입 계약시점과 수입대금 결제시점간의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원달러 통화선물(Futures) 및 통화선도(Forward) 거래. 예를 들어 로지트코퍼레이션이 100만달러어치의 화공약품을 수입할 당시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이라고 가정한다. 대금결제일은 통상 수입계약 6개월 뒤. 6개월 후 환율이 크게 출렁였다면 로지트코퍼레이션은 환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때 회사는 계약 6개월 뒤 달러당 1,300원의 조건으로 만기 청산되는 100만달러어치 통화선도를 매입하면 된다. 그러면 6개월 후에 달러당 1,300원의 조건으로 100만달러를 매입해 변동성을 없애고 결제할 수가 있는 것이다.두 번째 방법은 환율 변동 추이를 보아가며 물품 구입 대금 지불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이 회사의 주거래선이 바스프, 미쯔비시 레이온 등 탄탄한 대기업인 데다 오랫동안 거래해 신용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업의 80% 이상인 640억원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800만∼1,300만달러 규모의 선물환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선물환거래로 2000년에는 8억원, 2001년에는 4억원의 추가 이익까지 얻기도 했다. 홍과장은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너스’일 뿐이다. 선물환거래의 목표는 원가를 고정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이같은 거래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실무자가 편하게 헤지를 할 수 있는 지원이 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품 수입 포트폴리오를 짜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예전에는 100% 달러 거래만 했으나, 지금은 60% 달러, 20% 유로, 20% 원화 등으로 거래선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는 물론 다양한 측면을 염두에 둔 경영상의 결정이었지만 환리스크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였다.코스닥 등록 기업인 이 회사는 이같은 철저한 관리 ‘덕’에 어처구니없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코스닥 기업의 파생상품 관련 공시규정이 강화돼 거래마다 수시공시를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파생상품 미결제 약정잔액’이라는 말을 ‘저 회사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말로 생각하거나 ‘파생상품 거래’라는 말만으로 ‘투기에 열중하는 회사’라고 오해하는 주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몰이해 때문에 적지 않은 곤욕을 치른 홍과장은 “환위험 관리를 잘 하려면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주주들의 인식과 이해도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공시규정이 개선되는 등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FAG한화베어링은 베어링 제조·수입·수출 회사. 매년 연 5,000만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하며, 연 1억달러 정도 수출한다. 로지트코퍼레이션과 달리 이 회사는 계약건별이 아닌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다시 말해 매 분기 또는 매달 등 시간을 기준으로 환위험을 헤지하는 방법을 택한다. 매입과 매출이 안정돼 있어 시기별 자금흐름 예측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입보다 수출 규모가 큰 이 회사의 환위험 노출 규모는 매달 평균 달러는 200만, 유로 300만, 엔은 7,000만 등. 매달 이 돈을 팔아 원화로 바꿔야 하는 입장이다. 이 중에서 60∼80%를 헤지 대상으로 삼는다. 헤지 방법으로는 통화선물및 통화선도거래와 통화옵션(Option), 레인지 포워드 거래(Range Forward) 등을 사용하고 있다.실무자는 분기별로 전략을 짜고, 경영진에게 한도 승인도 받는다. 이 회사는 98년 회사 주인이 FAG로 바뀌면서 체계적인 환위험 관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주주가 바뀌어 원화자금 사정이 좋아지자, 실무자가 환위험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경영진을 설득했고 이것이 수용됐다.“팀장, CFO, CEO가 모두 잘 이해 하고 있다. 설령 환율이 예측 못한 방향으로 움직여 헤지거래에서 당장 약간의 손실이 난다 해도 이를 손실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원가 고정을 위한 헤지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같은 경영진의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재경팀 이상범 차장의 자랑이다.용어설명선물환거래 : 달러화나 유로화 등 외국통화로 결제할 때 환율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막기 위한 파생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통화선도와 통화선물이 있다. 통화선도는 거래 당사자간에 만기일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장외거래 상품이다. 반면 통화선물은 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만기일이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통화선도와 다르다.통화옵션 : 거래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의 특정시점 또는 그 이전에 일정 자산을 팔거나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으로, 매입권인 콜옵션(Call Option)과 매도권리인 풋옵션(Put Option)으로 나눈다. 대부분의 통화옵션은 달러를 대가로 다른 통화를 매매할 수 있는 권리다.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장내옵션과 은행간 또는 당사자간 거래되는 OTC옵션으로 구분된다. 장내옵션은 다시 현물옵션과 선물옵션으로 구분된다. 이 중 현물옵션은 현물통화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옵션으로, 옵션매입자에게 일정금액의 외국통화를 약정기일이나 약정일 이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를 부여한 계약거래다.레인지 포워드 : 서로 다른 행사가격의 콜옵션의 매입과 풋옵션의 매도를 (또는 반대의 결합을) 엮어서 옵션 포지션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옵션 프리미엄의 지불비용을 상쇄시켜 코스트를 0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