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쳐 주가지수 선물거래라는 커다란 흐름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는 그 안에서 어떤 작은 흐름들이 있는지 알아볼 순서다(그냥 ‘알아보자’고 할 걸, 괜히 쑥스럽다).언젠가 이 지면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선물거래는 크게 헤지거래, 투기거래, 차익거래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오늘은 그중 헤지거래에 대해 살펴본다.헤지거래는 단순하다. 헤지, 즉 위험 회피를 하면 되니까.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팔면 된다.자, 한번 실제로 해보자.소문이 자자한(보물선이라나 뭐라나) 주식을 샀다. 그리고 선물을 팔았다. 다음날 주식은 상승하고 선물은 하락한다(역시 나는 천재야, 헤지를 해도 돈을 두 배로 벌어).그 이튿날 주식은 하락하고 선물은 상승한다(그럼 그렇지 내 복에 무슨, 그런데 왜 현물 주식과 선물이 따로 놀지?)주가지수 선물은 개별주식을 기반으로 한 선물이 아니라 주가‘지수’ 선물이라서 그렇다. 주가지수 선물의 바탕이 된 현물은 지난 호에서 얘기한 대로 KOSPI200이고(그럼 개별주식만 하는 나와 무슨 상관이야? 나는 대형주는 절대로 안해. 그러니까 돈을 못 번다. 대형주든 소형주든 오를 주식을 사야 할 것 아닌가? 흔히 기관 때문에, 외국인 때문에, 정보가 부족해 주식시장에서 실패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게을러서, 공부를 안해서, 생각이 없어서가 아닐까? 아, 또 또 옆길로 샜다.) 따라서 먼저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그 자산에 대해 헤지를 하는 것이 순서다.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안해 봐서 모른다. 하지만 아주 단순히 만든다면 시가총액 비율대로 만들면 될 것이다. 즉 지수가 10% 오르면 내 포트폴리오도 10%가 오르게, 내리면 똑같은 비율만큼 내리도록 그렇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이제 다음의 표를 보자.어떤가? 삼성전자가 비중이 조금(!) 큰 편이군 뭐.삼성전자 한 종목이 10% 오르면 금융주(85종목)가 10%오른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찔한 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다. 삼성전자를 빼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까? 무조건 사넣어야 한다.차익거래를 할 때는 어떨까? 삼성전자를 빼고 할 수 있을까? 시가총액 5위 종목을 빼고 할 수 있을까?다음 표를 보자.선물이 삼성전자를 무시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시가총액순위 5종목의 흐름만 알 수 있다면(선물가격이 제아무리 베이시스로 버틴다고 해도) 선물가격은 내 손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이런 시가총액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증권거래소는 지난 99년에 KOSPI100 또는 KOSPI50 지수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그랬군, 그래서 주식시장이 그렇게 오른다고 신문에 나도 내가 산 주식은 떨어졌던 것이군.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모든 재산을 삼성전자에?)참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때, 매도차익거래가 쏟아지면 반대로 무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다.자, 왜곡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시가총액방식에 따라 일단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럼 헤지는 어떻게 하지?KOSPI200가격과 선물가격이 모두 100일 때 선물의 수량은 5,000만원당 1개이다. 맞나? 계산해 보자.1) 주식이 10%로 하락할 때주식발생손실 : 5,000만원 × 10% = 500만원선물발생이익 : 1계약 × 10× 50만원 = 500만원(선물이 100에서 90으로 떨어졌을 테니 베이시스는 무시하자.)총수익 : 0원2) 주식이 10% 상승할 때주식발생이익 : 5,000만원 × 10% = 500만원선물발생손실 : 1계약 × 10 × 50만원 = 500만원총수익 : 0원뭐야? 왜 똑같은 말을 자꾸 해.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 아니면 할 말이 없는 거야?자, 자세히 보자. 두 가지 경우에 나에게 이익은 없다. 즉 헤지거래는 언젠가 말했듯이 절대로 이익을 발생시키는 거래가 아니다. 오히려 위에서 계산되지 않은 거래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비용을 발생시키며 현 상태를 확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거래이다. 따라서 헤지거래는 막상 하려고 할 때에 엄청난 판단을 요구한다(그러니까 펀드매니저지, 그래도 해야지).어디 그럼 예를 한 번 들어보자. 나는 5,000억원을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이다. 이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30%, 최대손실한도는 15%이다. 5% 손실이 나면 선물로 완전 헤지를 하기로 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주식을 매수했다. 처음에는 이익이 나는 듯하더니 곧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늘 종가로 -4.9%,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나는 신세대 펀드매니저, 절대 선배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지. 조금만 하락하면 헤지를 한다. 시가에 3.5%가 하락한다. 완전 헤지의 선물개수는 1만개. 지금 상태에서 매도를 하면 2포인트는 추가 하락할 것이다. 그렇다면기존 하락률 : 4,9% 시가 하락률 : 3.5%추가 하락률 : 2% 헤지 비용 : 0.5%헤지 후 펀드 확정 손실률 : 10.9%펀드 자체를 손실로 끝낼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헤지는 정리해야 한다. 그때 비용이 다시 0.5% 든다. 이제 헤지를 하게 되면 펀드의 손실한도는 3.9%밖에 남지 않는다. 현 상태에서 그대로 놔두면 손실한도는 6.6%인데…. ‘이건 시장이 과열이야, 버티자, 버텨보자’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과연 독자가 펀드매니저라면 헤지를 할 수 있을까?이는 좀 지나친 예이긴 하지만 사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론서에서는 ‘헤지한다’라는 네 글자로 간단하게 표현되는 말이지만, 막상 실제로 헤지를 하려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