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어 LG 뒤늦게 가세, 최고연봉 제시하며 유혹 … 중·소형사들 “나 어떡해”

증권업계 맞수 삼성증권과 LG투자증권이 전사적으로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 영입 전쟁을 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널리스트들을 스카우트해온 삼성증권에 맞서 최근 LG증권이 증권업계의 간판급 애널리스트를 속속 영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두 증권사의 사장과 리서치 본부장들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애널리스트라면 서로 먼저 맞아들이기 위해 새벽을 마다하고 달려가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업계 최고의 연봉과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상급 애널리스트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영입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LG는 최근 ‘2003년 국내 증권사 리서치 부문 1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애널리스트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는 아직 현대증권이나 대우증권에 밀려 리서치부문 4위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를 1년 이내에 뒤집어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주형 LG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삼성증권을 포함해 모든 증권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LG가 사내 인물을 키우는 시스템에서 이젠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LG, 투망식으로 대대적 영입나서실제 LG는 최근 송재학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박진 현대투신증권 연구원을 영입했다. 송수석은 <한경BUSINESS designtimesp=22034>가 선정한 ‘2001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인물. 그는 지난 5년 동안 조선과 운수 창고부문을 담당하며 대신경제연구소를 지킨 ‘터줏대감’이었지만, 이번에 LG로 새 둥지를 틀었다. 박연구원도 각종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도·소매 부문 2∼3위에 랭크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최근 LG로 이적한 ‘선수’는 두 명이지만, 국내 증권사의 대표 애널리스트들치고 김주형 LG증권 상무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투망식 영입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S증권의 A애널리스트, D증권의 B와 C애널리스트들도 LG증권의 손짓을 받았지만 아직 확답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본부장들은 자사 애널리스트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부장은 “의리에 호소하고 술도 사면서 이들을 달래고 있다”며 “엄청난 연봉을 뿌리치고 회사에 남아주길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놓았다.LG보다 한 발 앞서, 애널리스트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삼성증권 또한 스카우트 경쟁에서 뒤질 회사가 아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세종증권 반도체담당 임홍빈 팀장 영입을 시작으로 박재석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과 심학동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을 스카우트했다.외부 인사들과 내부 역량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현재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최고의 리서치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의 독주 배경을 ‘자금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100억원의 애널리스트 스카우트 자금을 마련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면서 제시하는 연봉이 연간 2억∼3억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삼성과 LG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애널리스트 영입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법인영업 때문이다. 탄탄한 기업분석 능력과 시장 영향력을 갖춘 애널리스트가 다수 포진해 있으면 법인영업은 그만큼 쉬워진다. 기업공개, 해외 DR 발행 등 각종 금융거래를 중개할 증권사로 선정되려면 리서치센터의 능력이 필수적이다.삼성과 LG가 애널리스트들을 끌어모으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우 현대 대신 등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우는 최근 간판급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이탈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이 미래에셋증권으로, 신성호 전문위원은 한빛증권 리서치 본부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또 금융을 담당한 이승주 차장은 한화증권으로, 반도체 업종분석을 맡았던 도철환 과장은 하나증권으로 새 둥지를 틀었고, 최석원 경제조사팀 과장은 신한투신운용사로 갔다.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와 대신 등 상위 증권사들이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현대 역시 외국계 회사에 매각될 처지에 있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삼성과 LG의 경쟁체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중위급 증권사들도 대기업 증권사들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중위권 증권사들이 각 리서치 조직을 하나로 통폐합해 상위 증권사들에 대항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이렇듯 증권업계간 합종연횡이 벌어지면서 증권업계 양대산맥인 삼성과 LG간 리서치 ‘넘버원’ 경쟁은 가속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