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케이스 3년 평균 매출증가율 96.2%...삼성전자와 중국 동반진출도

“핸드폰 관련 부품 제조사 중 등록된 업체가 있다면 매수추천이고 뭐고, 내가 먼저 달려가서 주식 사겠다.” 지난 연말,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핸드폰 단말기 제조업이 워낙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성과 성장성이 빼어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최근(2월 19일) 등록한 코스닥기업 인탑스는 이 애널리스트가 그토록 사고 싶다던 핸드폰 관련 부품 제조업체다. 핸드폰 단말기 케이스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81년 신영화학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플라스틱 사출성형기술을 핵심으로 해서, 삼성전자의 핸드폰 단말기 케이스를 전문 생산한다(삼성전자에 케이스를 납품하는 업체는 모두 5개사로 인탑스가 30%, 피엔텔 30%, 신양엔지니어링 20%의 납품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해 매출(2001년) 870억원 중 70%가 여기서 발생한다.삼성전자와의 인연은 84년 유선전화기 케이스를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꾸준히 거래를 계속해 왔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인탑스의 매출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99년 442억원, 2000년 815억원, 2001년 870억원 등, 지난 3년 동안의 매출증가율은 무려 96.2%다.인탑스의 핸드폰 단말기 케이스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일단 단말기 신모델의 금형을 설계 제작하고 원재료를 전동식 사출기에 투입해 케이스를 사출한 뒤, 외형을 손질하고 UV코팅 과정을 거쳐 여러 겹의 컬러 코팅막을 씌우고 건조한다. 두 차례의 용액(전자파 차단용액·혼선방지 용액) 도포를 거쳐 다른 부품과 조립되어 최종검사후 출하되는 것.이 과정 중 핵심기술은 금형설계와 고속사출 공정이다. 특히 최근 ‘Multi Cavity’라고 해서, 한 번에 2개를 사출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했다(대부분 국내업체는 한 번에 1개, 세계적 핸드폰 단말기 공급자 노키아는 한 번에 4개를 사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능력이 두 배라는 뜻이다. 또 최근에는 핸드폰 단말기 케이스의 색깔이 중요해지면서 고급스런 색을 내기 위한 UV코팅과정도 중요해지고 있다.인탑스는 이제까지 코팅과정을 아웃소싱했으나, 2002년부터는 자체설비를 통해 단계적으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여억원을 들여 UV코팅 설비를 갖춘다. 삼성전자 단말기 공장 근처인 구미공장에서 단말기 케이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역시 삼성전자와 함께 중국에 진출해 올 4월이면 텐진 휴대폰 단말기 케이스공장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코스닥 등록하면서 공모로 조성한 자금 198억원 중 40여억원이 이 중국 법인에 투여된다.프린터 부품사업도 고성장 예상이 회사의 성장성은 당연히, 삼성전자 단말기 부문사업의 상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특정 회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면 단점으로 지적되는 게 일반적이다. 리스크 분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탑스의 경우에는 이런 통념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당분간 삼성전자 단말기 부문의 고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워낙 강한 까닭이다.핸드폰 단말기 케이스 외에, 매출의 20%는 프린터 부품 생산에서 발생한다. 이 또한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이 회사 김재경 사장은 “프린터 부문 매출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프린터 부문 사업이 확장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프린터 부품 공장 역시 중국에 현지법인(위해영특보전자유한공사)을 만든 상태다. 현재 안양공장과 중국 현지법인 양쪽에서 프린터 부품이 제조되고 있다.코스닥 등록업체 중 휴대폰 단말기 부품 제조사라면 유일전자, 피엔텔, 그리고 인탑스 정도가 있다. 매우 유명한 기업인 유일전자는 휴대폰 단말기의 키패드 제조사며, 1월 10일 코스닥에 등록한 피앤텔(공모가 4000원, 2월 28일 종가 7,750원)은 인탑스와 함께 케이스를 공급하는 경쟁업체다. 삼성증권 유창연 애널리스트는 “경쟁사 피앤텔보다 인탑스 수익성이 우수하며, 좀더 다변화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교보증권 이성수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비교를 유보하고 있는 입장.어쨌든 휴대폰 단말기 업종 자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인탑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정영태 이사는 “등록을 전후해 구미 공장에 많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좋아 등록의 필요성이 적을 것이란 게 시장의 추측. 우량 기업을 발굴, IPO 해야 하는 삼성증권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등록을 추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알려지고 있다. 최근 등록 주간사인 삼성증권이 강력하게 매수 추천을 한 나머지, 잠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그러나 삼성증권측은 “2002년 P/E 5.2배에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은(7,600원) 등 동종업체와 비교할 때 저평가돼 있어 매수추천했다”고 밝히고 있다. 거래 개시(2월 28일) 후 인탑스 주가는 연일 상승해, 2월 22일 종가 1만 8,000원으로 주간사가 제시한 6개월 목표가(1만 9,000원)에 이미 근접한 상태다.애널리스트 시각기술력으로 진입 장벽 갖춰교보증권 이성수 연구원 sungsoo@kyobotrade.co.kr인탑스는 업종분류상 금형 업체로 분류된다. 그러나 금형 업체의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인탑스의 기술적인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다. 이는 △단말기 케이스는 PC나 유선 전화기 같은 제품에 비해 금형 및 사출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전자제품 중 최고급의 금형 기술을 필요로 하며 △제일모직과 LG화학으로부터 구입하는 원재료인 PC(Polycarbonate) resin은 기존의 ABS 제품에 비해 충격에 강하고 점성이 높아 고압의 사출 기술이 필요하다.△인탑스의 사출방식은 기존 유압사출방식이 아닌 전기를 이용한 전동 사출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단말기의 경박단소화 요구사항에 맞는 0.3mm 두께의 케이스 제작이 가능하고, △’Hot Runner’를 이용한 ‘multi cavity’ 제작에 성공함에 따라 동시 사출 수량도 기존의 1개에서 2개로 증가했다. △금형 제작, 사출 성형, 전자파 차단, 코팅, 혼성방지, 조립 등 전 제조공정을 외주가 아닌 자체 설비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CEO 탐구 김재경 사장“연평균 매출 상승률 20% 달성 계획”약력: 47년생. 74년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81년 인탑스 대표이사.얼마 전 인탑스 안양 본사와 구미 공장에는 난데없이 꽃바구니가 가득 쌓였다. 김재경 사장(55)이 생일을 맞았는데, 이 기회를 놓칠세라 직간접으로 거래하는 은행 지점장들이 화환 공세를 펼쳤던 것이다. 인탑스는 그만큼 은행서 서로 끌어가려는 우량 기업고객이다.중소기업 경영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자금이 돌지 않아 몇 번이나 회사 문을 닫을 뻔 했던 ‘고난의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김사장에게는 없다. 창업 초기부터 삼성전자와 안정적인 거래선을 쌓으면서 이제까지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키워올 수 있었다고 한다. 원래 인탑스는 초기에 대우전자와 거래를 했다. 그러던 것을 삼성전자측이 필요에 의해 발굴한 거래선이다. 삼성전자 거래업체지만 김사장이 삼성 출신이 아닌 것은(회사 임원 중에는 삼성전자 출신이 있다) CEO 자신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만큼 회사의 기술력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주가가 얼마인가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과대포장도, 과소평가도 싫습니다.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기틀도 마련하고, 사원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서 등록을 결정했습니다.”김사장은 향후 연평균 매출상승률 20%를 너끈하게 달성할 수 있다면서, 21년간 가전제품 케이스 제조라는 한 길을 걸어온 경영자로서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