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담배인삼공사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한가를 친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 종목이 투자자들에게 남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분명했다. 지난 99년10월 상장한 이래 두 번째(첫 상한가는 상장한 첫 날에 벌어졌다)로 ‘빨간 화살표’가 꽂혔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금연운동이 담배인삼공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텐데도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무려 2년4개월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2월14일, 장 초반에는 별 움직임이 없었다. 장 종료 30분전까지 1만5,5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장 종료 10분전 1만5,90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때까지 거래량은 38만주. 이는 최근 평균거래량 36만주를 갓 넘은 수준이었다.그러나 장 마감 직전 10분 동안 18만주의 ‘사자세력’이 몰리며 상한가(1만7,550원)로 장을 마쳤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2월14일 담배인삼공사가 주가안정을 위해 200만주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한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반면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매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매매란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현물은 KOSPI200을 말한다. 이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시가총액비율대로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이론상 ‘완벽한’ 현물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9%이므로 1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를 계획한 투자자는 18억9,000만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게 된다.상장 이래 두번째 상한가시가총액 14위인 담배인삼공사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6%, 비중은 작아 보인다. 1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 계획이 있다면 이 종목에 투자되는 금액은 1억600만원. 그러나 만일 프로그램 매수의 규모가 크다면 사정은 다르다. 담배인삼공사가 상한가를 기록한 날은 주식시장이 급등(56P)했고, 오후 장부터 기관의 프로그램매수가 집중됐다. 이날 장 종료 후 집계된 프로그램매수는 3,162억원에 이르렀다.따라서 이중 1%인 31억6,000만원이 담배인삼공사 종목 매입에 사용됐고 프로그램매수 규모는 22만주였다. 장 마감 직전, 18만주의 사자세력이 몰린 것은 프로그램 매수 때문이었다.그러나 상승세는 다음날 바로 꺾였다. 시가부터 낮게 형성돼 결국 8%가 하락했다. 황석윤 담배인삼공사 IR팀 과장은 “하루 거래량이 20만∼30만주 정도여서 소량의 프로그램 물량에도 주가가 쉽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날 반짝 상승세에 대해 분석했다.박신정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인상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외국계 담배회사와 비교해 PER(주가수익비율)가 낮기 때문에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며 “민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