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여개 협력업체 통한 외주생산으로 위험분산...공모 후 급등 주가 '숨 고르기'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부모들은 자식 위한 일이라면 좀체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만큼 안정적인 기업 아가방은 지난 79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아기 의류 및 용품 전문회사로 출발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이 시장에서 의류 60%, 용품 40%를 차지하고 있다.주력 브랜드는 아가방(매출비중 50% 이상)과 엘르뿌뽕(10%) 디어베이비(7.5%) 티니베이 등이 있다. 브랜드는 유통 경로와 가격대에 따라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아가방은 중고가 가격대로 대리점과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엘르뿌뽕은 주로 백화점 납품을 위한 고가브랜드다.중저가 가격대로 대형 할인점 및 중소형 백화점을 위한 브랜드는 디어베이비와 티니베이가 있다. 고가 브랜드인 엘르뿌뽕은 높은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할인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할인점 유통용 브랜드인 중저가 브랜드 디어베이비의 매출 역시 계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2001년 아기 의류 및 용품 시장 규모는 2,8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는 브랜드 시장만 한정한 것으로, 재래시장의 비중이 높아 정확한 시장 전체 규모의 추산은 어려운 편이다.아가방은 2,800억원 시장 가운데 34%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 아기 의류 및 용품 시장은 소득 증가와 ‘우리 아기에게는 뭐든 다 해준다’는 부모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가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IMF 관리체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계속해 왔다. 2001년에는 도합 1조 2,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소비자 고급 브랜드 선호, ‘양날의 칼’이 전체 시장 중에서 재래 시장의 비중은 줄어들고 브랜드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가방에 기회로 작용할 수도,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고급화되기 때문이다.이는 백화점과 할인점 중심으로 유통채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업계 1위인 아가방에는 매출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급 입맛’으로 점차 더 비싼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재무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다. 부채 비율은 99년 131%. 2000년 123.4%, 2001년 114%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2000년말부터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의류 업종은 특성상 인건비 부담이 높은 편인데, 매출의 83%를 340여개 협력업체를 통한 외주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매우 다양한 품목을 취급해야 하는 아기 용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생산 효율성 및 위험 분산 측면을 고려한 선택이다.하지만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이라면 역시 ‘국내 최초, 20년 역사’ 등으로 표현되는 브랜드 파워다.“옷장사가 다 그렇듯이 브랜드 장사 아닙니까. 아가방 에 대한 인지도는 엄청납니다.”이 회사 김욱 사장의 말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인지도에 비해 종합적인 브랜드 가치는 약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코스닥 등록 기업 중에서는 매우 뛰어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이기 때문에 안정성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만큼 극적인 주가 등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위주 소비재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매출이나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아가방의 장기 목표는 해외 수출 비중을 늘리는 것. 공모로 조성된 자금 1,739억원은 유통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물류 센터에 투자하는 한편, 해외 공장의 생산설비를 확충하는데도 사용할 계획이다.미국, 일본 등지의 대형 유통업체와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수출하는 해외사업부문은 2000년 기준 매출의 27.9%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2개, 해외 5개의 관계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89년 미국에 판매법인, 97년 중국에 제조 및 판매법인을 세웠다. 2001년에는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에 제조 공장을 세웠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다른 섬유 업종과 마찬가지로, 아가방 또한 매출(2001년 1,477억원)에 비해 순익(같은해 79억원)이 낮은 편이다. 원가 비중이 65%나 되는 것 역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거래가 시작된 직후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한 것은 당분간 투자에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거래가 시작된 1월 이후, 한동안 주가가 급상승해 공모가 2만 500원에서 한동안 8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유통 주식수가 지나치게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가 상승 후 대주주 중 1인이 매물을 내놓아 이익을 실현한 이후로는 하락 추세로 돌아서 최근 4만 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애널리스트 시각경쟁사에 비해 주가 높아송계선 LG증권 연구원아가방은 국내 1위의 유아 의류 및 용품업체. 내수 위주의 섬유 업종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회사다. 따라서 이 업종의 선두 그룹에 속하는 업체인 한섬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패션 업체인 한섬의 2002년 예상 EPS에 시장 평균 PER를 40% 디스카운트 하면 적정주가 1만 2,000원, PER 6.6배가 나온다.아가방 주가를 최근가인 4만 5,000원으로 보고 계산하면 PER는 15배. 따라서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 안정적인 매출 및 영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 해도 한섬과 비교하면 아가방의 주가는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CEO 인터뷰김욱 대표“섬유업계의 삼성전자 되겠다”안정적인 성장의 비결은 무엇입니까.거래선 다변화가 회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아가방은 분산이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회사 초기에는 대리점을 중심으로 유통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백화점, 대형 할인점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계속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맞춰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저가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이 같아도 디테일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가장 이상적인 매출 비중이 어떤 것인가는 고민입니다. 예컨대 백화점은 입점 수수료가 높아 마진폭이 작기 때문에 백화점 매출 비중이 한없이 커지는 것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해외 진출을 계속 확대할 계획인지.현재 해외와 국내 매출 비중이 25 : 75 정도 됩니다.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앞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가려는 계획입니다. 특히 국내 브랜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문자 생산 방식의 수출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서 우리 자체 브랜드를 키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지금 미국 법인인 아가방 USA에서는 현지 디자이너를 아웃소싱 형식으로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일종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패션업체 중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습니다. 아가방이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이런 일화도 있어요. 미국 월마트와 거래하고 있는데, 이들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직접 납품을 70% 받으면, ‘임포터’라 불리는 중간도매상과도 30%를 거래합니다. 그런데 이 임포터도 우리에게 물건을 받아 다시 월마트에 넘깁니다.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적정 주가가 얼마라고 봅니까.시장서 평가 받는 건데 회사 경영자가 주식이 얼마나 되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20년간 키워온 아가방 브랜드의 가치가 1,000억원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일부 고평가됐다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우리 기업이 주당 3만 5,000원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