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투기거래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첫번째, 저평가된 것을 사고 고평가된 것을 판다.두번째, 손실이 나면 손실을 인정하고 매매를 정리한다.세번째,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이상이 지난 시간에 정리했던 투기거래의 기본적인 요령이다.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가 판단이 됐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거나 팔면 된다. ‘뭐야? 돈 벌면 부자 된다는 말이네, 하나마나 하는 말은 왜 해?!’가끔 수많은 주식 중 한 종목에 대해 예찬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그렇게도 좋은 점이 많은지 듣다 보면 전세계에서 그 회사가 가장 훌륭한 회사인 것만 같다.그래서 그 종목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 시세를 낼 때가 있다. 당연히 꽤 높은 수익을 올렸겠거니 축하전화를 하면 “다른 종목을 갖고 있는데” 또는 “비중이 작아서” 수익이 안 났단다. 이유를 물으면 슬며시 다른 사람 핑계를 댄다. “다른 종목 추천을 받아서!”‘그럴 거면서 왜 그렇게 흥분해 말을 했는지 원.’ 그건 그래도 좀 낫다. “내가 그때 그 종목만 갖고 있었어도” “내가 여기서 살려고 했는데 말이지.”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내가 평가를 해야 된다는 거다. 남의 말을 듣고 부화뇌동할 거라면 차라리 운용을 맡기는 게 낫다. 아래 표를 보자.21개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종목 중 두 번 이상 추천된 종목을 선정해 이튿날 수익률을 비교해 보았다. 두 번 이상 추천된 종목 전부를 샀을 때 KOSPI는 전체에 비해 약 6배가 높았고, 코스닥지수는 1.3배 정도 높았다. 최다 추천된 종목은 KOSPI는 약 10배가 높았지만 코스닥지수는 전체 수익률의 5분의 1이었다. 하지만 19종목을 포트폴리오를 짜서 다 샀을까?보나마나 그중 한두 종목을 골랐을 거다(다 샀을 거라고 우기지 말자,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일 없으면서). 만약 종목을 가장 잘 골랐다면(하하하!) 잘못했다면(으흐흐-) 그 차이는 너무 크다.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뛰어난 추천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추천종목들 중에는 실수도 분명히 있다. 차라리 내가 고르고 후회하자.감당 가능한 손실 폭 먼저 정해야두번째,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다.투기거래의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지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거에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나, 자신이 과거에 이러이러하게 예측하고 그것이 맞아떨어졌다는 등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과 생각을 실행하는 것은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는 천지 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어디 선물시장에서만일까? 어찌 됐든 판단이 섰으면 저질러야 한다.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든 토끼든 잡을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렇다고 막 저질러? 가뜩이나 위험한 시장에서?이에 대한 해답은 투기거래의 두번째 기본 원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손실 나면 정리하는 거? (시작부터 손실 날 생각을 먼저 하면 어떡하느냐고? 당신 투자전문가 맞아? ) 필자가 전문가인지는 자신할 수 없어도 투자하는 사람은 맞다. 손실부터 생각한다. 한 번 돌려서 다시 생각해 보자. 저지르는 게 두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설마 이익이 날까봐 두려운 것은 아닐 테고, 손실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 대책은 무엇일까.먼저 정리할 손실의 규모를 정해야 한다.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위험수익비율(RRR : Risk Reward Ratio)이다. 일반적으로 가져가는 비율은 1:3 정도다. 즉 300원의 이익이 목표라면 손실은 100원 정도까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방법은 많다. 기술적 분석을 이용하는 방법, 지지(저항선)를 이용하는 방법, 투자자산의 규모에 맞추는 방법 등등.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 손실을 인정하는 얘기로 들어가보자(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지키기도 몹시 어렵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게임 중 고스톱과 포커가 있다. 공통점은 세 사람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점(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하기도 한다. 간혹 거울 보고 해도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다, 아니 거울 보고 해도 돈이 안 맞는다던가?)과 엄청나게 재미나다는 점이 있을 거다.차이점이라면 고스톱은 시작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선다고 해도 마치 링에서 도망갈 수 없는 권투선수처럼 끝까지 가야 한다. 이에 비해 포커는 언제든 손실을 인정하고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그리고 유가증권투기거래는 바로 포커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익이 나면 팔고 손실이 나면 끝까지 버티자. 버티고 버텨도 안 되면 차라리 상속을 하는 한이 있어도 손해 보고 안 판다’는 생각으로, 유가증권투기거래를 고스톱처럼 여긴다.주가지수선물 거래에서는 어떨까? 선물 역시 포커이다. 상속할 기회 따위는 주지 않는다. 다음 이야기를 보자.일방통행 길이 있다. 확인하고 자신 있게 승용차를 몰고 들어왔다. 헉! 앞에 바퀴 8개인 트럭이 오고 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봤다. 내가 맞다. 부딪친다. 조금 더 진행한 후에 그 트럭은 자기가 잘못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후진해 나가버렸다. 나는 어떻게 됐을까? 이미 대형사고는 나버렸다.위의 그래프를 보자.실제로 99년 7월 초였다. 전혀 선물에 관심이 없었던 지인 한 사람이 갑자기 선물 계좌를 열고 5,000만원을 입금해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필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D 그룹이 망한다”는 정보를 얻었고 그래서 곧 주가지수가 폭락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필자는 서너차례에 걸쳐 그에게 “포지션을 정리하라”고 충고했지만 정보에 워낙 확신이 있던 그는 듣지 않았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가 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주가지수는 계속 상승했다. 그 사이 그는 어떻게 됐을까? 5일 만에 마진콜을 당했다.이후 그의 말대로 D그룹은 실제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지수는 뚝 떨어졌다. 결국 그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그의 계좌에 남은 것은 200만원뿐이었다 …어떤가, 그래도 옳다고 부딪쳐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