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칫솔은 건강용품 시장에서도 가장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상품 중 하나다. 시장에 나온 지는 오래 됐어도 전동 칫솔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이미지는 그다지 산뜻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값이 일반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월등히 비싼 게 흠이다. 손으로 하는 칫솔질보다 느낌이 좋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일본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한국과 비슷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전동 칫솔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1년여 전만 해도 전체 판매량이 연간 100만개 정도에서 거의 평행선을 달려 왔다.그러나 이같은 양상은 마쓰시타전기가 내놓은 제품 하나로 가볍게 뒤집어졌다. 시장 판도에 거센 변화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스피드 스윙’. 희망 소비자가격이 개당 1만 5,000엔인 이 제품의 값은 소형 텔레비전 가격을 가볍게 능가한다. 그런데도 인기 몰이의 스피드가 눈부시다.2001년 3월에 첫 등장한 후 일본 전역의 가전양판점에서 전동 칫솔 중 50주 연속 베스트 셀러 1위를 달렸다. 최근까지 팔린 개수만도 22만개에 이른다. 스피드 스윙의 기세는 마쓰시타 전기가 선보였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면 더 이해가 빨라진다. 이 회사가 스피드 스윙을 내놓기 전 주력제품으로 삼았던 ‘덴탈 바이원’은 첫 출시 후 1년 동안 판매량이 5만 5,000개에 그쳤다.효자상품의 맹활약으로 마쓰시타전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일본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했던 ‘브라운 질레트 재팬‘과 ‘옵티바’ 등 외국계 회사들을 따돌리고 점유율 1위 업체로 우뚝 섰다.손에 힘줄 경우 자동으로 회전 멈춰시장 관계자들은 스피드 스윙의 인기 비결과 시장에 나타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전동 칫솔이 갖는 매력, 즉 고속 회전에 따른 탁월한 치석 제거 효과를 최대한 살리면서 일반 칫솔과의 차이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마쓰시타전기는 이를 닦아주는 칫솔의 모를 1분간 1만 5,500회씩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일반 칫솔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치석제거 효과를 노리도록 했다. 이와 함께 칫솔 모를 강하게 눌러 사용할 경우 이의 표면에 붙어 있는 에나멜 질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 예방책을 생각해 냈다. 사용자가 너무 힘을 주어 칫솔질을 할 경우에는 전동 칫솔이 자동으로 회전을 멈추도록 한 것이다.이 회사는 사용 편의를 높이는데도 배려를 잊지 않았다. 전동 칫솔은 자주 충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주목, 종전까지의 내장전지를 니카드에서 니켈수소 타입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15시간을 충전해야 쓸 수 있었던 것이 10분~5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외관에도 신경을 썼다. 경쟁사들의 전동 칫솔이 일반 칫솔과 달리 손잡이가 둥글거나 크게 만들어져 이질감을 주고 있는 데 비해 마쓰시타전기는 되도록 일반 칫솔에 가까운 디자인을 택했다. 칫솔 모 부분을 보통 칫솔처럼 만드는 한편, 손잡이와의 접속 부분에는 장식을 없앴다.스피드 스윙의 뛰어난 제품력에는 경쟁사 관계자들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브라운 질레트 재팬 상품기획부의 타키사와 마리코씨는 “스피드 스윙이 대박을 터뜨린 덕에 전동 칫솔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며 스피드 스윙을 시장 확대의 1등 공신으로 추어올리고 있다.지난해 4월 ‘오랄B’ 브랜드로 3종류의 신제품을 내놓은 이 회사는 스피드 스윙 등장 후 전동 칫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종전 상품들보다 몇십 퍼센트씩 늘어나는 성적을 올렸다.덕을 본 것은 옵티바사도 마찬가지다. ‘소닉 케어’의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 중인 이회사는 지난 2001년 한 해동안 판매량이 2000년보다 33%나 늘어났다. 옵티바 영업부의 시미즈 노부오 과장은 “칫솔 모의 회전 횟수와 폭 및 그로 인해 생기는 음파의 3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치석을 없애주도록 한 것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일본의 국민소득, 가전제품 보급 상황 등에 비춰 볼 때 전동 칫솔의 시장규모가 아직 협소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 스윙의 성공은 빅 히트 상품 하나가 전체 시장을 고성장 궤도로 올려놓은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연구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