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터넷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인터넷 은행의 설립을 인정해 주고 있지 않다.우리나라 세대별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은 이미 60%를 넘었고, 미국의 20% 수준이나 일본의 10% 수준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일반 국민들의 정보화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못한 일본에서조차 워크맨으로 유명한 소니,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는 업체 등 금융자본과는 전혀 무관한 이른바 금융의 문외한들에게 인터넷 은행의 설립을 허용해 주었다. 그 이유는 금융권에 업무혁신의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만일 정부에서 최소 자본금(현재 1,000억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인터넷 은행 설립을 허용해 준다면, 자본금 10억원 정도이면 충분히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먼저 고객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인터넷 서버 등 최소한의 전산설비를 임대한다. 그 다음 인터넷에 은행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고객 1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용 회선을 임차한다.고객관리와 회계처리에 필요한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상의 고객 인터페이스를 아웃소싱을 통해 구입, 설치한다.그리고 인터넷에서 고객의 예금을 유치하는 것이다. 금리는 일반 은행의 금리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시작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객이 유치한 예금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에 연간 약 0.1%의 예금보험료를 지불해 모든 예금자가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정부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은행의 고객은 예금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이제 고객들이 인터넷 은행의 예금 가입을 위해 서서히 몰려들 것이다.다른 보통 은행들과 경쟁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결산기별로 발생한 이익의 50%만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나머지 50%는 고객들의 이익기여도에 따라서 고객들에게 환원해줄 것이다.영업 초기에는 고객 1인당에게 분배될 금액의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이익을 환원할 경우에도 현금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소액결제의 활용수단인 e캐시(e-cash)나 e머니(e-money) 형태로 되돌려준다. 그러나 영업이 본 궤도에 올라 이익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고객들의 구좌에 현금으로 이익을 환원해줄 것이다.또 인터넷 은행의 고객 편의를 위해 홈페이지에 다양한 상품의 쇼핑몰을 유치하고 상품판매업자들의 판매 중개 수수료를 받도록 할 것이다. 은행 이익의 반은 고객에게 모두 환원될 것이므로 고객들의 참여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금융결제원의 공동전산망에 가입할 것이므로, 인터넷 은행의 고객들은 전국 어디서나 자금의 인출이 가능한 현금카드를 우편으로 지급받게 될 것이다.다른 은행들과 달리 은행에 신규로 구좌를 계설하기 위해 은행의 지점을 찾아 대기 번호표를 빼어들고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은행 지점 근처에 주차 공간이 없어 여기저기 유료주차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도 없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기관 공동전산망을 이용하면 금융 실명 거래법상의 실명확인 절차도 충분히 지켜나갈 수 있다.영업 초기에는 우선 개인고객만을 상대로 대출업무를 취급하기로 한다. 아울러 대출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처리 시간을 최소화하고 대출처리 업무를 기계화하기 위해 개인 고객의 신용도 분석, 개인고객의 대출기간별 연체 발생 확률, 대출자산의 리스크 분석, 최대 예상 수익률 계산, 일정한 리스크와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대출자산의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한 데이터 마이닝 등 각종 툴(Tool)들은 물론 매월 또는 매분기별 대출전략을 점검하고 수익률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매니지먼트 인포메이션 시스템(Management Information System)을 외부 SI 업체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구축할 것이다.인터넷 은행의 장점이자 특징은 네트워크상에서 금융 업무를 편리하게 그리고 빠르게 최소 비용으로 한다는 데에 있다. 이밖에 보통 은행을 크게 능가하는 경쟁력의 원천은 대출업무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정보화 업무(Information Processing)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운용하는 일에서 찾을 수 있다.기존 은행들도 대출업무를 취급할 때는 대형 컴퓨터와 전산설비들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방대한 점포와 조직의 관리에 필요한 온라인 업무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좀더 과학적인 은행경영을 위한 리스크 측정 및 관리 그리고 리스크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의 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시스템의 안정적 운용 등을 위해서 필요한 백오피스 요원들과 통계학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 등 대부분 비금융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질 인터넷 은행의 생산성은 여느 은행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금융권에 업무 혁신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