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로버트슨멕켈란 마스터 디스틸러“위스키의 미묘한 향은 마치 사람의 후각이 다듬어가는 조각품과 같습니다. 따라서 위스키 감별은 예술이나 다름없지요. 원하면 아들에게 내 직업을 물려줄 생각입니다.”위스키의 맛과 향, 품질을 후각으로 판단하는 데이비드 로버트슨 위스키 감별사(디스틸러·34)는 이렇게 자부심을 표시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3월 한국을 찾은 로버트슨은 스코틀랜드 양주로 유명한 ‘맥켈란 위스키’의 마스터 디스틸러(Master Distiller)다. 그의 역할은 위스키 증류 전과정을 감독하고 몰트 원액향의 균형을 잡아 일정한 품질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로버트슨은 마스터 디스틸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는 마스터 디스틸러였다. 부친 또한 96년까지 35년간 ‘기네스’사에서 디스틸러로 일했다.로버트슨은 원래 에딘버러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증류업계에 받을 들여놓은 지 18개월 만에 위스키 디스틸러로 임명될 정도로 그의 감별능력은 탁월했다.지난 94년 스코틀랜드에서 최연소 증류 매니저로 맥켈란 기업에 입사한 그는 96년 ‘위스키 메이커’로 임명됐다. 그가 만든 위스키는 98년 미국 몰트협회 잡지가 주는 ‘올해의 수입 위스키’로 선정됐다.“위스키는 정향나무, 건포도, 자두나무, 타피, 계피, 살구, 생강 등 다양한 향을 가진 숙성통에서 태어납니다. 이런 위스키의 감별은 혀보다 코의 의존도가 높지요. 후각은 미각에 비해 객관적인 상태를 유지하기가 용이합니다. 알코올 특성상 맛보다는 향기를 통해 판단해야 하거든요.”로버트슨의 직업적 무기는 섬세한 코. 그래서인지 그의 별명은 ‘코쟁이’다.요즘 위스키시장은 어떨까.“아시아 위스키 시장은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대만, 홍콩의 젊은 비즈니스맨들은 깊고 그윽한 향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맥주에 지친 비즈니스맨들은 새로운 취향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하지요.”로버트슨은 이어 “블랜디(혼합) 위스키가 세계 위스키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맥켈란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성장률이 급증하고 있다”며 “맥켈란 위스키의 경우 판매신장률이 연 12∼1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로버트슨은 얼마 전 서울시내 30명의 내로라하는 바텐더를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초청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 격자무니 치마를 입고 등장한 그는 판매가격이 무려 500만원에 가까운 ‘맥켈란1946’을 선물로 가져왔다.로버트슨은 “이렇게 초고가의 위스키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디스틸러의 행운이라면 행운이다”며 웃었다. 폭탄주를 권하는 한국문화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국의 폭탄주는 익히 들었다”며 “내가 학생이라면 시도해 보고 싶지만 위스키는 음미하는 술이다”며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