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상무보 보좌위한 ‘신진대사’ 분석도 … 투명경영에 따른 ‘성과’ 우선

2010년에도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린다고 가정해 보자. 적어도 이 자리엔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CEO 자리에 앉아 있을 게 뻔하다. 이상무보가 그땐 마흔을 훌쩍 넘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룹 회장 자리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CEO들은 현재와 같은 사람들일까. 상당부분 바뀌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상무보를 보좌할 젊은 CEO들이 일정 부분 포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일단 2000년대 들어 발표된 삼성의 인사가 눈에 띈다.특히 이상무보가 경영에 직접 참여한 지난해와 1년째인 올해 단계를 뛰어넘어 약진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2010년 이상무보와 함께 CEO 자리에 앉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우선 올 인사에서는 임원 승진자 319명의 평균 연령이 46.3세로 지난해보다 1년 정도 낮아졌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젊고 참신한 인물을 등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도 탁월한 실적을 인정받아 파격적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있다.심인수 삼성SDI 전무는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전무로 도약한 경우다. 심전무는 LCD사업팀장으로 회사 총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의 LCD 매출은 지난해 6,610억원에서 올해 1조 877억원으로 늘어났고, 순이익도 805억원에서 두 배가 넘는 1,986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심전무는 세계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을 12%에서 17%로 늘려 2위 업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배승환 삼성전자 상무보와 안성찬 삼성캐피탈 상무보는 각 분야에서 업적이 뛰어난 임직원에게 시상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 이번 인사에서 별을 달았다.배상무보는 북경지점 통신영업담당으로 지난 93년부터 치밀하고 꾸준한 준비를 통해 중국 CDMA 사업권 획득을 주도, 중국내 통신사업의 비약적 신장을 이룩한 점을 인정받았다. 지난 99년 3억 1,700만달러에서 지난해 8억 4,000만달러로 매출액이 급증한 중국시장은 삼성이 앞으로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어서 ‘중국통’인 그의 앞날이 매우 밝다는 평이다.안상무보는 업계 최초로 대출 전용카드인 ‘아하론패스’를 개발해 출시 18개월 만에 회원 190만명, 대출 4조 5,000억원, 이익 1,7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별을 달았다.5인 구조조정위 역할 관심고조‘자랑스런 삼성인상’은 이회장이 꼬박꼬박 시상식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수상자는 향후 삼성의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이밖에 외국인으로 첫 임원이 된 데이비드 스틸 상무보도 향후 삼성을 이끌어갈 리더가 될지 관심거리다.그는 삼성 미래전략그룹에 입사한 뒤 3년 4개월 동안 총 14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외국인 스태프’로 평가받는 등 탁월한 역량을 과시했다는 것이 삼성측의 평가다이재용 상무보가 공식적으로 데뷔한 지난해 3월 단계를 뛰어넘어 승진한 사람들이 5명이나 된다. 이들 중에서도 이상무보와 함께 삼성그룹 회장단 회의에 참석할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최진석 삼성전자 상무는 이사보에서 2단계를 뛰어넘어 승진한 경우다. 차세대반도체인 300mm 대구경화 핵심공정을 개발해 2000년 그룹기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역시 이사보에서 상무로 2단계 승진한 이광식 SDI 상무는 세계 최초의 초박형 HDTV용 브라운관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최부천 삼성물산 상무는 적자 상태인 루마니아 스테인리스 공장인 오텔리녹스를 인수한 뒤 2년 만에 대형 흑자사업장으로 전환한 사람이다. 이밖에 이원식 삼성전자 상무와 최중재 삼성물산 상무는 이사 1년 차에서 상무로 진급했다. 이상무는 반도체 주요 생산제품의 신공정 개발과 양산 적용으로 생산성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고, 최상무는 세전 이익 121억달러 달성으로 사업부 중 1위를 달성한 주인공이다.삼성그룹의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초한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주의’ 철학 때문이다. 이회장은 반도체 사업 초기에 직접 기술인력 스카우트에 나설 정도로 ‘인재제일주의’를 중시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회장은) 필요한 사람으로 판단되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상무보 또한 이회장의 ‘인재제일주의’ 경영관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삼성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이와 함께 이상무보와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젊은 CEO들도 2010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상무보의 전략과 마인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전자 계열사에서는 진대제, 황창규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금융계 쪽에서는 ‘미래의 구조조정본부장’으로 불리는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과 올 3월 그룹의 의사결정 최고기구인 ‘5인구조조정위원회’에 포함된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이 꼽힌다. 이밖에 이상무보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본부장, 장충기 기획팀장, 김인주 재무팀장 등을 빠뜨릴 수 없다. 이상무보를 전면적으로 돕고 있는 이들 중 일부는 이상무보와 함께 차세대 리더 그룹의 핵심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