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에서는 ‘1등 LG’란 말이 유행어처럼 나돈다. 구본무 LG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1등’이라는 말을 13번이나 사용했을 정도다. 이는 올해 인사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철저한 ‘성과주의’로 1등을 달리는 경영진을 중용하고,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영진은 도태시켰다. LG를 떠받치는 두 축은 전자와 화학이다. 두 회사는 그룹의 걸출한 CEO를 배출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 ‘48년생 서울대 3총사’로 불리는 강유식 구조조정본부장, 이헌출 LG카드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 등이 모두 전자 및 화학 출신이다.LG전자는 올해 실적이 대폭 신장한 정보통신 사업부문에서 승진한 임원들이 많이 나왔다. LG전자 신규임원 21명 중 38%에 해당하는 8명이 정보통신 분야 출신이다.이번에 부사장에서 승진한 김종은 사장(정보통신 총괄)은 CDMA 수출 확대(전년도와 비교해 85%), GSM 사업기반 확보, IMT-2000 국산화 성공 등으로 LG전자 이동단말기사업을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시킨 주인공이다. 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생산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엔지니어 감각과 탁월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겸비했다는 것이 LG측의 전언이다.김사장과 함께 올해 인사에서 승진한 LG전자의 조준호 부사장(정보통신 전략담당)과 권영수 부사장(재경담당)도 눈에 띄는 ‘뉴리더’들이다.조부사장은 지난해 최연소 임원으로 선임된 데 이어 올 인사에서 최연소(43세)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영업, 가전 부문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의견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권부사장은 해외투자실, 미주법인을 거쳐 전략기획, 세계화 담당 임원으로 명성을 떨쳤다. 지난 98년부터 추진한 네덜란드 필립스와의 LCD 사업 지분매각 협상에서 매각가격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LG측 설명이다.이와 함께 김쌍수사장, 백우현사장, 우남균 부사장 등 ‘테크노 경영인’들도 앞으로 ‘뉴리더’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김쌍수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디지털 백색가전 분야에서 삼성전자 한용외 사장과 함께 ‘쌍두마차’로 불린다. 김사장은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던 백색가전에 디지털을 접속, 에어컨시장 세계 판매 1위 등 해외에서 LG전자의 주가를 높인 인물이다.백우현 북미지역 총괄사장은 사내에서 ‘디지털TV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CEO다. 백사장은 퀼컴 전무, GI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98년부터 LG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PDP TV를 개발하는 등 LG전자가 디지털 제품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우남균 디지털미디어 사업본부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지난 74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래 95년 미국판매법인 법인장, 96년 북미지역 본부장을 거쳐 올해 디지털 미디어 사업본부장에 취임했다. 최근 JBL, 히타치, 인텔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두각을 나타냈다.또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정광수 생산기술원장(부사장)과 민병훈 연구위원을 빼놓을 수 없다.정원장은 지난 94년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해 선진국도 생산을 포기한 광스토리지(CD-ROM 등) 생산라인을 구축해 이 분야를 세계 1위로 육성, 사내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민연구위원은 올해 만 40세로 LG전자의 최연소 임원 승진자다. 세계 최초로 CD-RW를 개발해 ‘LG전자 TL2005 대상’과 ‘IR52 장영실상’ 등을 수상했다.중국 시장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LG전자에서 ‘중국통’은 언제든지 ‘뉴리더’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많다.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이 ‘LG전자가 배출한 최고 CEO’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중국이라는 황무지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노부회장은 외국기업이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는 중국 시장에서 많은 기업 가운데 TV 해외 수출 1위, 중국 내수시장에서 CD롬 드라이브 1위 등을 차지하며 LG브랜드를 확실하게 심은 주역이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신규시장’으로 불린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강승구 중국영업담당 부사장, 유영준 성도마케팅 지사장(상무) 등은 회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화학계열은 ‘서울대 화공학과 트로이카’의 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여종기 LG화학 기술연구원장(65학번), 양흥준 LGCI 생명과학사업본부장(65학번), 임성담 LG 화학 기능수지사업본부장(68학번) 등 ‘3인방’이 그들이다.여원장은 그룹내 화학계열의 CTO로 R&D를 총괄하고 있다. 합성수지 분야의 권위자로 LG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양본부장은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의 권위자로 알려진 테크노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퀴놀론계 항생제를 개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임본부장은 기능성 수지개발의 1인자라는 것이 LG 측의 전언. 현재 쇠보다 강하면서 무게는 더 가벼운 최첨단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자체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는 예전에 기조실과 회장실보다는 못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뉴리더의 산실’임에 틀림없다.올해 구조본 사상 최초로 부회장으로 승진한 강유식 본부장은 서울대 상대에 수석 입학한 수재로 단호함과 냉철함으로 구본무 회장의 온화한 성격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무리 없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이종석 사업조정팀장(부사장)은 필립스, 팃코금속 등 굵직한 외자유치를 잇따라 성공시켜 ‘협상의 귀재’로 불린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석제 부사장도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 실력을 발휘하면서 ‘차기 CEO’군인 부사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