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지만 마치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있다. 광화문 사거리 요지에 위치한 서울 파이낸스 센터(SFC). 지금은 매킨지 딜로이트 컨설팅, 메릴린치 증권 등 유명한 외국계 회사들이 입주해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임대가 되지 않아 도심 속 흉물로 취급받았다. SFC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6월 싱가포르 투자청에 인수되면서다. 하지만 코리아 에셋 어드바이저즈(KAA)가 부동산 자산관리를 맡아 지하 아케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SFC는 활기 넘치는 오피스 빌딩으로 자리를 잡아갔다.이의 주역은 양미아 자산관리팀 차장(33). 양차장은 “부동산 자산관리를 해주는 외국인 회사는 많이 있지만 한국회사는 KAA밖에 없다”며 “KAA는 SFC, 프라임 타워(남산), 시그마 타워(잠실), 로담코 타워(역삼동), 중앙빌딩 여의도 등 외국 투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8개 대형 빌딩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들 건물 중 로담코 타워와 시그마 타워를 담당하다가 SFC 지하 아케이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이다.“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요. 컨셉을 정하고 건축설계사와 공사일정, 총 감독자를 선정한 후 공사를 진행하죠. SFC 지하 아케이드는 ‘인터내셔널’이라는 컨셉으로 두산건설이 리모델링을 맡았습니다.”이와 별도로 양차장은 빌딩 전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짜고, 전반적인 빌딩 관리에 대해 빌딩 오너에게 매달 리포트를 제출하는 일도 하고 있다.아침 8시 출근에 일러야 밤 9시 퇴근하는 생활 속에서 그는 ‘일하는 것이 내 인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그러나 학부 때 전공인 독어독문학과 상관없는 부동산 자산관리를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96년 여행차 미국에 갔다가 어학연수를 하게 됐고 도시계획 학위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도시계획은 정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직접 현장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양차장의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개발학위인 MRED(Master of Real Estate Development)는 양차장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MRED 학위를 받은 후 400시간 동안 인턴십을 하고 귀국했다.“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형 빌딩이 외국 투자자에게 매각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외국계 자산관리 회사도 들어오고요. 특히 소액자금을 모아 전문가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 제도 도입으로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 같아요. 당분간 MRED 학위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현재 SFC 지하 아케이드에는 커피 빈, 용수산, 미세스 마이, 메잘루나 등 고급 레스토랑과 젊은 직장인이 즐길 수 있는 퓨전 음식점과 분위기 좋은 바(BAR)가 있다. 그밖에도 편의점, 안경점 등이 입주해 있으며 빌딩 연수익률이 10%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