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금업자의 대출금리 상한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하다.정부측에서는 금리의 상한을 30∼90%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치권 일부에서는 사회통념상 그리고 국민정서상 금리가 너무 높아 보이므로 적어도 40%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 은행의 예금금리가 6% 수준이고 은행의 대출금리도 9% 수준임을 감안하면 90%라고 하는 대금업자의 대출금리 상한은 언뜻 보아 매우 높아 보인다. 대금업자의 자금을 차입한 일반 서민들의 상황 능력을 고려해볼 때에도 연간 90%라고 하는 금리가 매우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대금업을 영위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중의 금리수준이 아니다. 또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간의 이른바 예대마진도 아니다.오로지 자금을 차입해간 고객들의 실제 대손 발생 비율이다. 대금업자에게 정상적인 이윤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자금을 빌려간 고객들의 대손 비율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비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국내의 유명한 한 자선단체는 은행 등 기존의 금융권에서 소외돼 전혀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금융편의를 제공해줄 목적으로 스스로 은행에서 가장 싼 금리로 100억원의 자금을 융통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돌보고 있는 서민들에게 될 수 있는 한 싼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선행(?)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은행에서 빌리는 자금의 조달금리에 서민들에 대한 대출을 취급하고 관리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와 물건비 등 경비를 모두 포함한 비용이 연간 10%에 해당하는 10억원이었다. 그리고 100억원을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 전액 빌려 주기로 했다.그 대신 자선단체이므로 이윤은 전혀 계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자 등 소요되는 경비를 회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금리를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자선단체는 이런 조건에서 최적의 대출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컨설팅 회사에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자문 내용을 받아본 자선단체에서는 그만 기가 막혀서 모처럼 구상한 새로운 선행(?)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왜냐하면 자신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모처럼 착한 일을 해보려고 구상한 대출사업의 금리가 경우에 따라서는 연간 20∼80%를 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선단체가 유명한 외국 컨설팅 회사의 자문 내용대로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자선단체는 고리대금업자로 낙인 찍혀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얼마 안 가서 문을 닫고 말 것이다.물론 이상의 이야기는 필자가 인위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만일 자선단체가 실제로 그러한 사업을 하려 했다면 대출금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20∼80%가 됐을 것이다.왜냐하면 서민들의 대손발생률이 각 10%, 20%, 30%, 40%라고 가정하면 자선단체에서는 대출금리를 연간 22.2%, 37.5%, 57.1%, 83.3%로 해야만 소요된 비용(이 경우 10억원)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비영리 목적의 자선단체에서 착한 마음으로 서민들에게 자금을 융통해줄 경우에도 대손발생비율에 따라서 대출금리가 변동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출금리 수준도 일반인들이 상상하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그야말로 초고금리일 수밖에 없다.사정이 이러할진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그것도 ‘High Risk, High Return’, 즉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대금업자들이 상대하는 고객의 평균 대손발생비율이 가령 20%를 초과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경우 대금업자들의 대출금리의 상한을 40% 수준으로 규제한다면 대금업은 정상적인 사업으로서 존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이렇게 되면 사채업자 등 대금업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유인해 정식으로 등록을 하도록 해 그동안 사채 등을 이용해온 담보도 없고 경제력이 취약한 많은 서민들을 대금업자의 자의적인 횡포에서 보호하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대금업자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손발생비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량고객은 모두 은행 등에서 흡수하겠지만 담보도 충분치 않고 대손발생비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민들은 금융이용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대금업자를 이용할 수밖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돈 없는 서민들이 돈을 제때에 갚을 능력이 충분치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대금업자 등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 자체를 과소비로 보아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대금업이 영업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비해 주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본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대금업자의 대출금리에 상한을 설정하더라도 현실적인 수준이 돼야 한다.금리가 모두 자유화된 시점에서 대금업자의 대출금리에 대해서만 상한을 규제하려는 것 자체가 헌법보다도 상위법이라고 하는 ‘국민정서법’에 근거한 발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 근거한 발상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최선의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