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영산홀,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씨의 콘서트 현장. 공연관리를 위해 스태프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티케팅, 장내 안내, 뮤지션 대기실 관리, 사인회 개최, 앨범판매를 하고 있는 스태프들은 기획사 직원이 아니다. 다름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 ‘재즈가족 블루노트(이하 JFB)’의 회원들. 음악 전문가가 아닌 일반 회원들을 총괄해, 공연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JFB 마스터 최용석씨(32)다.JFB는 인터넷 사이트 프리챌 내에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지난 2000년 2월 최씨가 만든 이 모임에는 2년 만에 1만 3,00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최씨는 “특정 음악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 1만명 이상이 한 커뮤니티에 집중되기란 쉽지 않다”며 “처음 커뮤니티를 만들었을 땐 100명 이상만 모여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최씨와 JFB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문가가 참여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음악 공연을 일반인이 기획해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투신사 마케팅 담당자, 설치 디자이너, 교사, 학생 등으로 이뤄진 JFB는 이미 웅산, 래드밴드 등 재즈뮤지션이 참여한 12차례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제 본업이요? 인하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커뮤니티 운영이 직업처럼 됐어요. 앞으로도 공연 기획가와 공학도의 길 모두를 함께 걸어 나갈 생각입니다.”재즈 뮤지션들과 호형호제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최씨. 뮤지션들과의 두터운 신뢰가 공연 기획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2년 전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만 해도 재즈계에 아는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없었다.“커뮤니티를 만든 후 일반인도 공연을 개최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엄두가 안 났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회원이 많아지면서 공연 기획 노하우가 쌓여갔어요. 뮤지션을 다짜고짜 찾아가 공연을 기획해 보겠다 했죠. 재즈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연을 열겠다는 취지가 재즈 관계자들을 감동시킨 듯해요.”그는 뮤지션과 관객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매개자가 바로 공연 기획인이라고 확신한다. 뮤지션을 이해하기 위해 클라리넷을 배우는 그는 커뮤니티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경영과 IT(정보기술) 분야 학습도 하고 있다. 앞으로 회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 재즈클럽을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일반인의 공연기획은 인터넷 등장 이후 네티즌의 힘이 집결되면서 가능해진 일이죠. 뮤지션 매니지먼트와 공연 기획에서 더 나아가 문화벤처를 만들 생각입니다. 사람이 모인 곳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도 예외가 아니죠. 공연 수익으로 한국복지재단을 후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