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국가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마치 잔칫집이라도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었다.신용등급이 좋아져서 싼 이자로 외자를 조달할 수 있게 되므로 국민 경제에도 커다란 보탬이 될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와 함께.반면에 지난해부터 2002년 3월경에 금융위기가 재발 할 것이라는 이른바 3월 위기설로 불안감이 나돌았던 일본은 아무런 이상 징후 없이 금년 3월을 무사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4월이 되자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정도 하향조정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그러자 일본의 정부당국에서는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일본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고 있으며 왜 일본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신뢰할 수 없는 제멋대로의 기준에 의해서 미국 신용평가 회사들이 일본의 신용등급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불평이었다.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다분히 미국적인 회계기준이나 관행에 의거한 평가로 인해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는 의구심은 비단 일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사실 우리도 IMF 외환위기 이후 국가 신용등급이 무려 6단계나 졸지에 하락한 사실에 대하여 과연 이것이 객관적으로 신뢰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그리고 정부의 주장대로 IMF 위기 전에 비하여 정부, 노동, 금융, 기업 등 모든 부분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신용등급은 IMF 이전 수준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과연 신용등급의 조정은 타당한 것인지 객관적이며 공정한 기준에 의한 것인지 쉽게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얼마 전 미국의 ‘엔론’ 파산 사태시에도 지적된 문제이지만 미국 국내에서도 그동안 잘못된 신용평가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우리의 신용등급을 올려 주었다고 해서 순진하게 기쁜 일이라고 마냥 자축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이들이 다시 우리의 등급을 우리 자신의 평가나 판단과는 전혀 다르게 제멋대로 조정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아울러 신용평가 등급의 하향 조정시에는 외자조달 금리의 하락이나 주식시장의 주가 하락을 초래하기도 하는 이른바 선행지표의 성격을 지니지만, 반대로 이번의 신용평가 등급의 상향조정은 그동안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의 스프레드 하락이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자금 조달 금리의 하락이 선행되고 난 다음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볼 때 오히려 시장의 평가를 추인하는 성격이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