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율 높은 제약기업...지난 80년 한국진출, 올 매출목표 1,130억원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애보트는 비만, 발기부전치료제 등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회사다. 특히 미용, 성기능 등 삶의 질을 바꾸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앞서 아기용 분유 ‘씨밀락’을 판매,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한국애보트(주)는 미국 본사가 100% 투자한 법인. 지난 80년 지점 형태로 진출했다가 88년 자본금을 34억8,000만원으로 확대투자하며 법인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이 회사는 애보트인터내셔널(AI)과 진단의학사업부로 나뉘어 있다. 애보트인터내셔널은 의약품을, 진단의학사업부에서는 혈당측정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이 회사는 약품보다 분유로 국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7년 영양분유 씨밀락이 국내 본격 출시되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서울 강남지역 부유층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다른 제품에 비해 값이 비싼 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지난해에는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며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씨밀락의 성공은 무엇보다 미국 본토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 애보트측은 본사 연구원들이 아기의 배변상태와 토하는 횟수, 혈장 내 필수아미노산의 농도 등을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지난해 매출 810억원 올려최근에는 이른바 ‘해피 드러그’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피드러그는 삶의 질을 바꿔 행복하게 하는 치료제. 아직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제이지만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최성문 한국애보트 전무는 “국내에서는 비만이나 발기부전 치료제를 ‘해피 드러그’라고 부른다”며 “하지만 이는 비만이나 발기부전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있는 국내의 독특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비만과 발기부전도 명백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제품 마케팅에서도 일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다. 심포지엄 등을 개최해 의사들에게 간접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비만치료제 ‘리덕틸’이나 성기능저하 치료제 ‘유프리마’ 같은 약 자체가 의사처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제품들이 단순히 건강보조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한국애보트는 비만 및 성기능 저하 치료제 시장에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성공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뒤늦게 진출했지만, 지금은 시장점유율에서 타사 제품을 앞질렀다는 게 회사측이 제시하는 근거다.실제로 지난해 씨밀락의 꾸준한 인기와 함께 리덕틸, 유프리마 등의 매출신장으로 전세계 79여 개의 현지법인들 중에서도 매출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지난해 매출은 총 810억원이었고,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130억원. 앞으로 비만, 성기능 장애 등에 대한 국내 관심이 급증을 믿고 있는 것.한편 한국지사는 본사와 독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본사에서 매출 목표가 내려오면 오히려 그 이상의 매출 기대치를 본사에 보고한다. 본사로부터 보다 많은 비용을 얻어내고 이를 통해 인력확보에 투자하기 위해서다.올 6월에는 제약 영업사원만 100명 이상을 갖춰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영업방침에서도 새로 출시되는 제품과 기존의 제품들을 구분해 마케팅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신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제품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여성이 근무하기 좋은 회사본사인 애보트는 1888년 미국 시카고에 설립돼 각종 의약품, 영양제, 의료용구 및 의료소모품 등을 생산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매출액 기준으로 제약 부문 세계 9위, 영양식 부문 세계 1위다.현재 전세계 130여 개국에 진출해 있고, 직원수는 5만7,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포천 designtimesp=22376>지가 소수민족이 일하기 좋은 50대 기업으로 꼽을 만큼 기업이미지도 좋은 편이다.본사가 소수민족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면 한국애보트는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 소수민족 자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인 약자를 중시하는 본사의 방침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현재 직원 중 여성비율은 20%. 여성 영업인력이 절대 부족한 국내 제약계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본사로부터는 오히려 더 올려야 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 최전무는 “올해 안에 여성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스카우트를 해서라도 여성인력을 갖출 생각”이라고 밝혔다.또 본사와 별도로 여직원들을 위해 ‘웨스팩’(WESPAK)이라는 프로그램도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분기마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불러 강연을 하고, 직원들에게 그 사람들만큼의 비전을 갖도록 격려하는 프로그램이다.Interview 제임스 밀러 사장‘오픈도어’ 정책으로 열린 경영 앞장“비만이나 발기부전은 이미 서구에서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이런 풍토가 자리잡기를 바랍니다.”제임스 밀러 한국애보트AI 사장(36)은 205cm로 국내 외국계 최고 경영자(CEO) 중 최장신. 키가 큰 만큼 싱거울 법도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거둔 실적은 그의 키만큼이나 월등하다.지난 99년 한국애보트 AI 사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한국애보트AI의 매출은 99년 242억원, 2000년 355억원, 지난해에는 533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했다. 밀러 사장은 재무와 회계를 전공하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재무회계담당으로 일했다.그는 무엇보다 인력 관리에 열을 올린다. 취임할 당시만 해도 52명이었던 직원들이 현재 230명에 이르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만큼 영업인력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 온 것.하지만 무턱대고 확장에만 주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0명 이상을 뽑을 예정을 뒤엎고, 45명만 채용한 것도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어도 사내 문화와 맞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그의 경영방침은 한 마디로 ‘오픈도어’(Open Door)다. 열린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임원에서부터 운전기사까지 언제든지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한국인들의 생활문화가 서구화될수록 비만치료제나 성기능장애 치료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제품경쟁력으로 시장을 확보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