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치르는 돈과 서비스의 함수관계는 일반적으로 ‘반비례’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고객이 판매자에게 주는 돈이 많을수록 서비스의 질은 높아진다. 같은 메뉴의 식사라 하더라도 특급 일류 호텔과 시장 한구석 허름한 식당의 서비스가 천양지차인 것만 봐도 그렇다.대상을 유통업체로 좁혀 놓고 말한다면, 백화점은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판매가격은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가격경쟁력만 따진다면 모든 상품을 균일가의 헐값에 판매하는 초염가 전문점이 으뜸이다.싼값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초염가 전문점에서는 아무래도 고품격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염가 전문점 수준의 가격에 백화점과 같은 고급 서비스를 바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 입장에서의 희망사항일 뿐이다.그러나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소비자들의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혁명이 지금 일본 유통업계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다. 주인공은 100엔숍 업계의 일본 최대 업체인 다이소(大創)산업(사장 야노 히로다케·矢野 博丈).매장 내 모든 상품을 100엔 균일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일본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100엔숍 업계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려 왔다.불황을 업고 큰 업종이라며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는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지만 고객들은 보다 싼값을 찾아 100엔숍으로 줄기차게 몰려들었다.100엔숍 업계의 대부 격으로 손꼽히는 다이소산업의 성장스피드는 일본 경제와 사회의 실상을 비쳐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일본경제가 마이너스 1%대의 뒷걸음성장에 처박힌 2001년 한 해 동안 다이소산업은 2,420억3,0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2000년의 2,022억8,000만엔에 비해 무려 19.7%나 늘어난 수치다. 100엔 상품만으로 쌓아올린 실적임을 감안하면 24억개 이상의 상품이 다이소산업의 매장을 거쳐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간 셈이다.불황 한파에도 끄떡 않는 폭발적 성장에너지를 갖고 있는 데다 시장 기반 또한 바윗돌처럼 단단하니 다이소산업은 서비스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다이소산업은 100엔숍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품격 서비스로 무장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서비스 혁명의 출발점은 매출이 2,000억엔을 넘어선 지난해부터였다.“단지 값만 싸다고 물건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고객에게 더 이상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당장 내일부터 매장에는 파리만 날아다닐 수 있다.”야노 히로다케 사장은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던 지난해 4월, 직원들에게 오히려 신사고를 주문했다. 이는 우리 회사는 탄탄대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위기의식은 상품의 질적 개선과 획기적인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졌다.다이소산업의 서비스 혁명의 첫 모델 점포가 된 곳은 도쿄 부도심에 자리잡은 긴시초점이었다.올해 3월29일 문을 연 긴시초점은 면적만도 1,000평을 헤아리는 데다 총 4만점의 상품이 가득 들어차 있어 일본 최대의 100엔 상품 매장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다이소산업은 이 점포가 문을 열기 1개월 전부터 점원들을 모아놓고 맹훈련시켰다.경쟁업체 관계자들은 정규직원은 물론 파트타이머까지 모두 100여명이 참가한 서비스교육이 신흥 종교집단의 의식을 연상시킬 정도였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회사측이 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교육시킨 말은 ‘어서 오십시오. 찾으시는 상품이 있으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의 세 가지였다. 로봇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하게 해 외부인들이 볼 때는 사람을 인사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다이소산업은 ‘웃는 얼굴로, 큰 소리로 인사하는 법’을 끝없이 가르쳤다.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할 때는 허리를 편 다음 다시 정중하게 굽혀 인사하라고 교육시켰다.점원들끼리 두 명씩 조를 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는 얼굴, 웃는 소리를 갖추도록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하루 몇 시간씩 틈만 나면 밝은 표정, 밝은 목소리를 진심으로 몸에 익히라고 가르쳤다.회사측이 점원들에게 교육시킨 또 하나의 핵심내용은 매장 내에서 시속 4㎞의 속도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시속 4㎞는 사람의 평균보행속도를 말한다.그렇지만 매장에서 상품을 고를 때 고객들의 이동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점원들이 평균보행속도로 이동하면 고객들은 점원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고 느낄 수 있다.회사측은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너무 빨리 이동하면 고객들이 놀라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으니 평상시 보행속도로 다니며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라는 지시였다.그러면서도 회사측은 또 다른 주문을 곁들였다. 보행속도와 다름없는 스피드이지만 걷지 말고 작은 걸음으로 뛰라는 것이었다. 부지런히 일하며 고객의 주문에 신속히 응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다이소산업이 앞으로 문을 열 모든 점포의 모델로 삼고 있는 긴시초점은 매장 구성과 상품 컨셉트에서도 지금까지의 점포 인상과 완벽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다이소산업이 이 점포를 통해 제시한 키워드는 ‘소재감’과 ‘테마성’, 그리고 ‘비주얼’의 세 단어였다. 이에 대해 가네코 다카유키 간토지구 총책임자는 “모든 상품을 100엔에 파는 염가 전문점임은 분명하지만 타깃 고객을 더 넓히고 경쟁업태도 한 차원 높여 잡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긴시초점은 실제로 매장배열을 생활잡화, 문구, 의류, 주말공구, 원예 등 상품의 특성과 용도에 맞게 가지런히 해 놓고 있어 일류 할인점 매장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특히 스테인리스 제품 코너의 경우 가격, 상품 구성 등에서 일본 어느 업체에도 지지 않는다고 다이소산업은 자부하고 있다.다이소산업이 긴시초점을 통해 제시한 신사업전략은 100엔숍 업태의 전환점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 매스컴은 보고 있다. 가격경쟁력만으로 승부했던 100엔숍들이 고품격, 고차원의 서비스와 상품까지 무기로 갖추기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우리에게 다른 100엔숍들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눈앞에 서 있는 고객이 그대로 돌아가거나 직원들이 방심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100엔짜리 상품에 질려버리는 것을 명심하십시오.”야노 히로다케 사장은 잘나갈 때야말로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100엔짜리랍시고 충동구매의 후회를 맛본 고객은 매장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고객을 진실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내일은 없다는 게 그의 굳센 믿음인 것이다.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