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1 프롤로그2 왜 노사화합인가3 왜 품질향상인가4 왜 기술개발인가5 해외취재 : 일본편, 미국편, 독일편, 프랑스편, 중국편, 좌담회6 국내 자동차메이커·부품업체들의 품질향상&노사화합 프로그램요즘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는 ‘의자앉기’ 게임이라는 게 있다. 참가자들이 의자 주위를 돌다가 진행자의 휘슬에 의자에 먼저 앉는 게임이다. 의자는 참가자수보다 한 개 내지 두세 개가 적은 게 보통이다. 따라서 행동이 재빠르지 못한 참가자들은 의자에 앉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다.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현재 이와 유사한 게임을 하고 있다. 90년대 1차 자동차 재편기를 넘긴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들이 6개의 ‘생존의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이다.예컨대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 푸조, 혼다, 현대, BMW 중에서 4개는 인수 내지 합병으로 독자경영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해 방한한 잭 스미스 GM 회장도 향후 6개 자동차 메이커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같은 자동차전문가들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80년대 ‘2000년대까지 세계 10개 자동차 메이커들만 생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20~30여 개에 달하던 80년대에 나온 ‘10개사 생존 시나리오’는 충격적이었다. 자동차산업은 각 나라의 전략산업이어서 자동차 메이커들의 퇴출은 국가경제를 흔드는 대형사건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당시 자동차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생산국인 일본에선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 마쓰다 중 2~3개사만 살아남고, 미국에서는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에서는 벤츠 BMW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모두 10개사가 자동차 메이커 간판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95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새판짜기’가 시작됐고 98년 독일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이를 기정사실화했다.이후 GM 및 르노가 각각 피아트, 닛산을 사실상 인수하면서 세계자동차 회사들은 지금의 10개사로 압축됐다.공급과잉이 자동차시장 재편 불러2000년대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2010년까지 살아남을 6대 메이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과잉이 가장 큰 이유다.2000년 세계 자동차업계의 총 생산능력은 6,700만대. 하지만 총 판매는 5,100만대에 머물렀다. 2005년까지의 세계 자동차시장 수요전망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자동차전문가인 그레이칼라는 “올해 자동차수요가 4,000만대 수준으로 심각한 공급과잉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2004년에야 수요가 5,000만대 수준을 회복하고 2005년 5,400만대 수준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같은 위기를 피하는 방법으로 자동차전문가들은 비용절감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2010년 내에 도태할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온갖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플랫폼 공유다.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 생산라인을 기아자동차에 그대로 설치해 옵티마를 만들어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각각 다른 생산라인을 몇 개의 라인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이 경우 많게는 1조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자동차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결국 세계 자동차업계에 부는 ‘인수 및 합병’ 바람은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다. GM은 최근 인수한 대우자동차를 통해 원가경쟁력이 있는 소형승용차 부문을 강화하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자동차와 소형승용차 및 중소형 승용 엔진 부문의 공동개발을 하고, 도요타는 BMW와 엔진을 공동으로 사용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품질향상은 노사화합 전제돼야 가능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현대자동차그룹-다임러크라이슬러 군단 간의 전쟁터가 돼버렸다. 따라서 한국자동차산업의 생존 여부는 현대에 달려 있는 셈이다.현대는 2010년까지 ‘생산대수 450만대, 완성차 품질 IQS(Initial Quality Score) 83(수치가 적을수록 좋음), 디지털기술 대당 1,200달러 수준’으로 올려 ‘생존 빅6’에 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이와 관련, 자동차전문가들은 현대의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에 따른 품질향상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실제 미국, 일본의 자동차매출액 대비 실패품질 비용은 각 15%, 7.5%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27%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2000년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특별지시로 품질향상에 비중을 크게 둬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품질 1위에 오를 정도로 향상속도가 빨라지고 있다.포드에서 품질관리 임원을 지낸 김진상 BIC인터내셔널 대표는 “요즘처럼 비용절감이 자동차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품질향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품질향상은 고객들에 대한 신뢰성 확보로 매출증대로 이어져 세계 선진메이커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최대의 과제”라고 설명했다.김대표는 이어 “품질향상은 노사화합이 전제가 돼야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