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그리고 확실하게….’롯데그룹의 권력이양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행보다. 신회장의 장남 동주씨(48)는 일본롯데를, 차남 동빈씨(47)는 한국롯데를 맡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신회장이 아직 왕성하게 활동 중인데 어떻게 후계자를 거론하겠느냐”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다.그러나 신동빈 부회장의 후계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신부회장이 대외적인 얼굴 알리기에 나선 것은 2000년 윤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다.2001년 전경련 유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재계에 공식 데뷔했고, ‘유통을 알면 당신도 CEO’라는 유통관련 책을 출간, 출판기념회까지 가졌다.최근에는 아시아지역의 영향력 있는 CEO급 모임인 아시아경제협의회에 공식회원으로 참여, 활동범위를 바다 건너로 넓혔다.계열사의 전모를 파악하고 미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비공식 조직인 업무개혁위원회를 만든 것은 대외적인 얼굴 알리기와 더불어 밑에서부터 그룹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신부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미 콜롬비아대 MBA 과정을 밟았다.이후 일본의 노무라증권에 들어가 영국 런던지점에서 7년간 근무한 뒤 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이사로 국내에 들어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90년대 중반부터 그룹의 신규사업을 주도, 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해 편의점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 사이버쇼핑몰 롯데닷컴과 무선인터넷 콘텐츠업체인 (주)모비도미를 설립했다.부친인 신회장의 영향으로 근면하고 성실한 태도가 몸에 배여 있을뿐더러 정보통신 등 미래전략사업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이다.신부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전무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치고 일본롯데에 발을 담았다.이후 일본에서 주로 거주하며 한국에는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때 장남 자격으로 선산을 찾는 것이 고작이다. 대외적인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롯데 홍보팀에서도 그의 사진은 물론 프로필조차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신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60)은 64년 이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뒤 73년 호텔롯데 이사를 거쳐 80년 롯데쇼핑 영업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상무와 상품개발, 매입 부사장을 거쳐 97년부터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한편 롯데에 몸담고 있는 신회장의 핏줄은 동생인 신준호 롯데햄우유 대표이사 부회장, 조카인 신동인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 사장 정도이다. 신사장은 신회장의 핵심참모로 패밀리보다는 전문경영인으로 불리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