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형 아파트 2,000실 육박
“서울은 외국인이 살기에 참 편한 도시입니다. 레스토랑, 극장 등 문화시설은 서구에 뒤지지 않고 외국인을 위한 주거시설도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초구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이 모여 살아 ‘작은 몽마르트’라고 부르죠.”서울생활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프랑스계 유통업체 까르푸의 마크 욱생 사장은 “다이내믹한 서울생활이 즐겁고 가족들도 불편함 없이 잘지낸다”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빌라에서 곧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예정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아남의 크리스찬 클라이너트 전무도 서울 예찬론자 가운데 한 명이다. 틈날 때마다 한국인 아내와 함께 국내 명소를 여행하는 그는 지난해 오토바이를 구입해 레저용으로 이용하고 있다.서울에서 장기체류하는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의 주거환경 평가는 대체로 ‘Good’이다. 다국적기업에서 파견된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주택임대료가 지원되는 데다 이태원, 한남동 등 외국인 밀집지에선 세계 각국의 식재료와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생활의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교통체증만 제외하면 기후, 환경, 주택 등이 훌륭한 A급 주거지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독신자·중단기 체류자 ‘호텔형 아파트’로 이동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주거시설은 중대형 빌라나 단독주택에 집중됐다. 지역도 이태원, 한남동, 성북동, 연희동 등 일부에 국한됐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은 일본인 밀집지, 서초구 반포4동은 프랑스인 밀집지 등으로 특화되는 경향도 뚜렷했다.하지만 올 들어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1년 이상 가족과 함께 머무르는 경우는 기존 외국인 밀집지의 중대형 주택으로, 1년 미만 중단기 체류자는 호텔에서 벗어나 오피스텔형 전용 주거시설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편리한 생활과 저렴한 임대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이른바 ‘호텔형 아파트’,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대거 등장해 독신자 또는 커플 체류자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이들 주거공간은 특급호텔 숙박비의 50~70% 선에 이용료를 책정하고 호텔과 다름없는 서비스와 시설을 제공한다. 지난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물량은 5월 말 현재 1,991실 규모. 앞으로도 국내 건설업체와 외국계 호텔체인이 잇달아 새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시장은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상민 해밀컨설팅 과장은 “3~6개월 정도 머무르는 중단기 체류자가 한해 23만명 선, 1년 이상 장기 체류자가 20만명 이상이라는 통계에서 보듯 수요는 충분하다”며 “특히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에 외국인 임대아파트라는 컨셉트를 접목시킨 상품이 당분간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들 외국인 임대용 주거공간은 아파트, 콘도미니엄, 호텔, 오피스텔의 장점을 합친 개념이다. 지난 5월16일부터 분양에 들어가 100% 청약에 성공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파크스위트의 경우 싱가포르계 서비스드 레지던스 운영관리회사인 애스카트(ASCOTT) 그룹에서 경영진이 파견돼 임대·관리를 도맡게 된다.호텔과 마찬가지로 청소·세탁·식사 등의 서비스를 옵션으로 제공하며 투자자에게는 임대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352가구 가운데 15가구는 주한 외국인이 직접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3월 문을 연 밀라텔 오퓨런스 강남 125실은 요즘 월드컵 주관방송사(HBS)와 프랑스에서 온 기자들로 가득 차 있다. 청소와 세탁 등을 돕는 룸메이드 서비스가 가능하고 직접 취사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춰 투숙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이들이 지불할 숙박비는 객실당 월 300만~400만원 선. 특급호텔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이다. 이 회사 박영민 과장은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객실점유율이 6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강남에 근거지를 둔 외국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호텔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99년 5월에 문을 열어 ‘원조’로 통하는 강남구 역삼동 휴먼터치빌Ⅰ 내에서는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영어가 기본 언어다. 80% 정도의 객실점유율을 유지한다는 이곳은, 특히 1년 이상 장기 체류하는 고객이 많다.이 회사 김진영 대리는 “프런트 데스크, 룸메이드서비스, 24시간 경비시스템, 대형 주차장, 레스토랑, 헬스클럽, 세탁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고객만족도가 높다”고 자랑했다.기존 오피스텔, 외국인 전용으로 개조특히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주변은 앞으로 첨단 외국인 밀집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동에 둥지를 튼 다국적기업과 테헤란밸리에 상주하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임대용 주거공간이 속속 들어서는 데다 기존 오피스텔을 외국인 임대용으로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월 코엑스에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가 문을 연 데 이어 내년부터 미켈란107, 미켈란147이 차례로 오픈할 예정이다. 게다가 포스코트, 쌍용플레티넘 등 기존 주상복합아파트들도 외국인 거주용 임대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서 근무하는 부동산114의 김규정 대리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이면 여기가 뉴욕인지 서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각국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며 “이들을 위한 임대용 아파트가 문을 열면 이곳은 ‘외국인 특구’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