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명(예상 관람객수)16조8,000억원(생산유발효과)2조4,000억원(총 투자규모)’2010년에 열리는 세계박람회(EXPO) 행사를 수치로 환산할 경우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EXPO의 목적은 인간의 지혜와 그동안의 문제점도 함께 내보이면서 다가오는 미래의 어려움과 희망을 모든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보자는 데 있다.무역박람회는 일반적으로 제품의 구매자를 찾는 것이지만 세계박람회는 이와 다르다. 그 시대에 살아 있는 다양한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체험적으로 교육시키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또 EXPO를 통해 국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최초의 근대박람회라 불리는 1851년의 런던박람회 때 영국은 산업혁명의 성공을 국내외에 뽐냈다. 25개국에서 1만3,939점의 신제품이 출품된 런던박람회는 6개월간 열려 입장객 600만명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우리가 잘 아는 파리의 에펠탑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1889년 파리박람회의 산물이다. 강구조(剛構造)역학의 상징인 이 탑은 당시의 기술로는 획기적인 작품이었다.EXPO가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선보이고, 국력을 나타내는 행사라는 점이 잘 드러난 게 파리의 에펠탑인 셈이다. 실제로 19세기 말까지 박람회는 말 그대로 기술진보의 전시장이었다.1876년 필라델피아 박람회에서는 벨의 전화가 출품되었고, 1889년 파리박람회의 에펠탑을 밤새 밝힌 것은 에디슨이 발명한 필라멘트 전구였다.지난 2000년 6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열린 독일 하노버 박람회는 ‘인간 자연 기술’이란 주제로 통독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박람회로 153개국, 13개 국제기구가 참가해 1,700만명이 관람했다. 선진 각국들은 이처럼 세계박람회를 경제올림픽으로 보고 국가 및 지역경제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EXPO는 세계 3대 국제행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일본 등 5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지난 93년 대전에서 열린 ‘EXPO 93’은 여수에 유치하려는 EXPO와 더불어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식인정을 받은 공인 EXPO이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대전 EXPO는 전시 기간이 3개월 이내이고, 전시구역도 제한적인 행사로 양 등록박람회 사이에 1회 개최할 수 있는 소위 ‘인정박람회’였다.반면 2005년 일본 아이치EXPO, 2010년 EXPO는 전시 기간이 6개월 이내로 늘어나고, 특별한 제한 없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이른바 ‘등록박람회’다. 말하자면 대전EXPO는 본 경기에 앞서 열린 시범경기 정도로 볼 수 있다.정부는 지난 99년 6월 국무회의에서 2010년 세계박람회를 여수에 유치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2001년 5월 세계박람회기구(BIE)에 국무총리 명의로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공식 신청했다.여수는 인근지역에 풍부한 문화유산과 한려해상국립공원·다도해해상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다. 또한 지정학적으로도 해상과 육상물류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관문에 자리잡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빼어난 자연경관과 공업발전의 양축이 조화된 여수는 환경파괴 없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형을 제시할 수 있다. 이번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의 기본 구상은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바다와 땅의 만남’이라는 주제 아래 구성됐다.현재 2010년 EXPO 유치신청을 한 나라는 6곳. 여수의 강력한 경쟁도시는 중국의 상하이와 러시아 모스크바 두 곳으로 압축된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유치한 상태여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하이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적인 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유리한 유치경쟁구도를 형성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특히 중국은 외교 군사 강국으로 최근의 비약적인 경제발전 성과를 내세워 BIE 회원국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올림픽에 이어 EXPO까지 유치할 경우 국제행사를 독식한다는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러시아의 모스크바는 대도시의 지명도를 무기로 삼아 대륙별로 EXPO를 개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05년 EXPO가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아시아에 연속으로 개최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최근 푸틴체제 이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0년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개혁개방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과학화·정보화·국제화가 진행될수록 EXPO의 중요성이 강조돼 여러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이 밖에도 멕시코가 독립 200주년과 중남미 최초 박람회 개최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폴란드와 아르헨티나는 재외공관을 통해 일부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두 나라는 최근의 경제여건이나 정부의 지원열의가 낮다는 점에서 실제 유치는 미지수다.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은 오는 12월 BIE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BIE가 박람회 개최를 결정하는 절차는 △유치 신청 △BIE 공시 △BIE 실사 △투표 통한 박람회 후보지 결정 등 크게 4단계.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실사단이 방한해 실사를 마친 상태여서 최종투표만 남겨두고 있다. 실사단은 지난 5월16일 아르헨티나를 끝으로 신청 6개국에 대한 실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BIE는 1928년에 설립됐다. 1851년 런던에서 제1회 세계박람회가 열린 이후 박람회 개최를 희망하는 국가가 늘어나자 주최국과 참가국 간의 갈등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결성됐다.총회는 1년에 두 번씩 개최되며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해 사무총장 임명, 박람회 개최지 선정 등 주요사항을 결정한다.2002년 3월 현재 BIE의 회원국은 모두 88개국. 지역별로 유럽이 31개국으로 가장 많고 미주 26개국, 아시아 14개국, 아프리카와 중동 17개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가입했다.정부는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세부지원 사항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2조4,000억원 규모의 민·관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람회를 참관하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출입국 편의도 제공할 방침이다.올해 12월은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한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대 대통령 선거와 2010년 EXPO 개최지 결정이 모두 12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