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량 폭증,카탈로그 양산 등이 주요인...제지업체들 대부분 흑자로 전환

빌 게이츠의 예상과 달리 종이문서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없다. 컴퓨터 보급 확대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올 것이란 예견을 뒤엎고 종이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문서의 원자재가 되는 인쇄용지의 증가 추이를 보면 잘 드러난다.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 등 온라인이 급속히 확산된 9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도 종이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9년 국내 총종이소비량은 630만t이었으나 2000년에는 670만t으로 증가했다. 다시 2001년에는 710만t 정도로 집계됐다. 해마다 5~6%의 성장률을 보이는 셈이다.월드컵·선거철 맞아 종이산업 특수업계에서는 정보화 발전에 따라 가정과 사무실의 PC, 프린터, 팩시밀리, 복사기 등의 정보기기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복사용지 및 잉크젯 용지 등 사무용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검색이나 컴퓨터로 작업한 내용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인쇄해 보관하려는 습관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 designtimesp=22394>는 사람들의 e메일 사용으로 종이사용량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4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도했다.국내 복사용지의 경우도 해마다 약 10%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해마다 소비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국내 인쇄용지 생산량은 약 223만t. 전년도 생산량(210만t)보다 약 6% 이상 늘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한 셈이다. 특히 고급 인쇄용지인 아트지는 138만t에서 153만t으로 증가해 약 11%의 성장을 보이는 등 국내 지류 소비패턴이 점차 고급화·선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제지업체들이 지난해 상반기 경기침체에도 무더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이런 종이문서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한솔제지를 비롯해 신무림제지, 신호제지, 한국제지, 계성제지 등 5대 인쇄용지업체 모두 실적이 좋았다. 특히 신무림과 한국, 남한제지(계성제지계열)는 지난해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한솔제지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4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29억원으로 6.39%가 늘어났다. 신무림제지 역시 1분기 매출이 1,010억원으로 5.87%가 증가했다. 올 들어 국내 경기 회복세에 힘입은 내수판매 증가로 제지업체들의 영업실적이 대폭 호전되고 있다.국내 6대 인쇄용지 업계의 올 1∼2월 인쇄용지 판매량은 39만3,000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3%가 증가했다. 내수판매가 24만9,000t으로 지난해보다 16.4%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대신경제연구소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최근 인쇄용지와 백판지 등 종이류 제품의 수출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며 “인쇄용지의 대중국 수출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633달러에서 올 5월 t당 730달러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또 2분기 이후 제지업계의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한솔제지 등 주요 인쇄용지 3사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45.3%의 두 배에 달했다.인쇄용지 업계는 올해 대선과 지자체 선거 등 2차례 선거와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 등 대형 호재가 한꺼번에 겹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97년 대선 때 홍보인쇄물의 수요가 약 3만t,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 약 2만t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월드컵 특수로는 약 4만t 이상, 아시안게임에는 약 2만t 가량의 인쇄물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특수로만 총 11만t 규모의 인쇄용지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국내 인쇄용지 내수물량의 한 달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국내 소비 증가율도 9~1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한솔제지 관계자는 “올 한해는 대선 및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에 따른 특수로 종이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 펄프가격이 계속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종이의 소비가 경제지수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올해 국내 경기가 회복될수록 종이 소비의 상승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데이터량 폭증이 종이문서 증가 주요인한솔제지는 이에 따라 국내 시장 수요량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약 15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무림제지도 올해 내수판매가 21만t으로 지난해보다 2만2,000t(11.7%)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 증대보다는 내수시장 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다른 인쇄용지 업체들도 내수확대에 기대를 갖고 준비 중이다.종이문서가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 발달로 데이터량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가 인류가 축적한 정보의 규모를 조사해 발표한 논문 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인쇄, 필름, 마그네틱 등의 형태로 저장된 모든 정보의 양은 약 12엑사바이트(=12억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종이가 갖는 신뢰성과 가독성 때문에 종이문서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무상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더라도 이를 프린트하려는 습관이 여전하다는 얘기다.국내 1위 규모인 교보문고에 입고된 도서량 증가 추이만 봐도 출판용지의 증가를 가늠할 수 있다. 김형면 교보문고 물류운영팀장에 따르면 지난 99년 1~4월 400만권에도 못 미쳤던 도서 입고량이 2년 만인 올 1~4월 무려 500만권을 넘어섰다.카탈로그가 양산되는 것도 인쇄업계 호황을 끌어내고 있다. 한국통신판매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탈로그 통신판매시장 규모는 1조 890억원. TV홈쇼핑 매출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다.전년보다 43%나 성장했고, 지난 98년과 비교하면 3년새 2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LG홈쇼핑의 경우 자사 카탈로그인 <엘지이숍 designtimesp=22440>을 매달 300만부씩이나 전국에 뿌리고 있다. 5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두 집 건너 한 집은 이 카탈로그를 받아보는 셈이다. CJ39쇼핑 역시 매달 250만부가 넘는 카탈로그를 배포하고 있다.신용카드 영수증 등에 동봉돼 오는 전단형 카탈로그를 빼고도 국내에서 책자 형태로 발송되는 카탈로그 수만 적게 잡아도 1,500만부는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가구당 최소 2∼3부의 카탈로그를 보는 셈. 국내 카탈로그 통신판매 업체는 줄잡아도 20개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