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감정.연고주의 배제,대표팀 업그레이드...서구식 경영 접목 추진해야
히딩크는 분명히 한국축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 짧은 기간에 이루어낸 실적치고는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그는 우리의 젊은 선수들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자산이다.히딩크의 팀운영과 전술을 보고 있노라면 깜짝 놀라게 된다. 경영학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너무 많다. 히딩크 감독을 기업의 CEO로 가정할 경우 그는 서구형 경영철학으로 무장한 경영자임에 틀림없다.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는 감정이나 연고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것을 추구한다. 유교적인 문화에서 중시하는 ‘위(We)형 문화’보다 ‘아이(I)형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은 이런 예의 전형이다.서구적인 경영스타일은 분명 장점이 많다. 우리 실정과는 다르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아니,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흡수해 소화해야 한다.더욱이 지금은 글로벌경쟁시대다. 서구식 경영방식에 익숙한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우리의 경쟁상대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것을 고집한다면 세계경쟁에서 언젠가는 탈락할 것이다.만약 히딩크가 아닌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히딩크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어쨌든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의 전력은 극대화됐고, 꿈에 그리던 월드컵 1승도 안았다.히딩크식 팀운영이 대성공을 거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업경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서구적 경영철학을 좀더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지금의 기업경쟁력보다 적어도 한두 단계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 축구국가대표팀처럼 말이다.한국적 경영의 큰 틀은 유교적인 것으로 요약된다. 대가족적이고 공통체적 성격이 강하다. 물론 전적으로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대로 장점도 많다.‘하면 된다’는 것을 신조처럼 여기며, 대단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때로는 몰락의 위기에서 기적처럼 살아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지난날 개발과 성장시대의 원동력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불가능은 없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엄청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며 고도성장의 신화를 일구기도 했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유교적 경영스타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21세기 디지털경영시대에 맞지 않는 것도 적지 않다. 한국적 경영스타일에 어느 정도의 수술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한국적 경영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유교적인 경영방식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계경영의 흐름을 따라잡기에 힘이 달린다.예컨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공동체적 경영으로 글로벌경쟁시대를 뚫기란 불가능하다.최근 퓨전경영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서구식 경영과 한국의 전통적 경영방식을 혼합한 것을 말한다. 아주 좋은 방식이라 여겨진다. 어차피 최선의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서구적인 경영스타일을 적절히 조화시켜 우리식으로 만들면 그것이 최고인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