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전을 한 데 이어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제압하자 전 국민적 관심이 ‘벽안의 이방인’에게 향하고 있다. 일찍이 국내에서 외국인으로 히딩크만큼 각광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의 인기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축구와 그의 얘기로 도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간연구소나 기업들도 히딩크를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미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CEO용으로 히딩크를 연구한 자료를 내놨다. 연구소측은 관련 자료에서 히딩크의 장점으로 단기성적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있는 리더십,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시스템적 접근, 실력위주 선수선발 등을 거론했다.삼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삼성경제연구소도 일종의 히딩크 경영학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소측 한 관계자는 “관련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연구가 거의 끝났으며 조만간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주로 리더십을 연구하는 리더스경제연구소 역시 묵직한 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 히딩크가 크게 부각되기 전부터 자료를 준비해 온 이 연구소는 히딩크의 리더십에 포커스를 맞춰 기업경영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를 집중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밖에 다른 민간연구소들과 일부 경영대학원들도 경영학 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히딩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이인석 리더스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히딩크의 경우 지도스타일을 꼼꼼히 연구해 보면 많은 장점을 가진 지도자임에 틀림없다”며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서 볼 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말했다.특히 이연구위원은 “히딩크의 사례는 살아 있는 리더십”이라고 강조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그런가 하면 출판가에도 한바탕 바람이 몰아칠 조짐이다. 한 출판사가 이미 ‘히딩크 리더십’이라는 단행본을 내놨고, 다른 4~5개 출판사에서 히딩크 관련 서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히딩크 리더십’은 초판 발행 10여일 만에 재판발행에 돌입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기획전문가인 박영욱씨는 “중소규모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히딩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며 “조만간 출판가에 히딩크물결이 몰아닥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축구과 경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기업경영은 분명 축구보다 훨씬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 시스템 역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히딩크의 팀운영을 우리나라 기업경영에 직접 접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하지만 경영학자나 매니지먼트 전문 컨설턴트들은 히딩크의 리더십은 분명 연구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축구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기업경영과 조직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특히 스포츠 팀이나 기업은 하나의 조직이란 점에서 같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축구팀 감독과 기업의 대표는 조직 전체를 이끄는 CEO라는 점에서 일치한다는 것. 세부적인 부분까지 파고들어간다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큰 틀 안에서 보면 역할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윤석철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히딩크식 팀운영은 기업의 경영 전반에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경영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신유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강의시간에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히딩크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흥미를 끈다. 특히 한국축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이미 첫발은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16강에 대한 기대는 이미 8강, 아니 4강, 결승으로까지 치솟았다.여기에는 팀을 이끄는 히딩크 개인의 능력에 대한 것도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한국축구의 힘은 바로 히딩크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축구가 16강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낼 경우 그에 대한 평가작업은 또 한번 이루어질 것이다.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단지 축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국축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히딩크식 스타일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전통적 경영기법과 서구식 경영기법 사이에서 고민하는 산업계에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성공하는 CEO의 덕목은 무엇이며, 성공을 가능케 하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 월드컵과 한국팀의 선전을 보면서 반드시 배우고 넘어가야 할 교훈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