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는 편의점의 주력 상품이 아니다. 어린이들을 1차 고객으로 삼고 있는 완구 자체의 상품 특성상, 편의점에선 돈 되는 상품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편의점 고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20대 전후의 젊은이들과 30~40대 성인은 먹거리와 기타 긴급한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을 뿐 장난감을 사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찾는 고객이 별로 없으니 편의점도 완구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다. 완구는 전문점이나 문방구에서 파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구색 상품 정도로 비치해놓을 뿐이다.그러나 일본 최고의 편의점 업체로 자타가 인정하는 ‘세븐 일레븐’은 이 같은 통념에 도전하는 실험을 최근 실시했다. 자체상표(PB)로 만든 상품을 앞세워 완구사업을 본격 확대한 것이다.지난 4월 하순부터 각 매장에 깔린 자체상표 완구는 상품 컨셉 기획에서 디자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세븐 일레븐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만들었다. 일본 편의점 업계 최초다.상품명은 ‘가차 박스’. 자동판매기에서 팔리는 캡슐형 완구를 응용해 만든 것으로 인기 만화영화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등장인물을 본떠 만든 미니인형과 월트 디즈니의 푸마 곰인형, 그리고 독자 개발한 고양이 모양의 장난감 등 세 가지 시리즈를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시리즈마다 5~8종씩 갖춰 놓았으며 캡슐을 열기 전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판매가격은 소비세(5%)를 포함해 개당 200엔.세븐 일레븐이 파격적 발상의 완구사업을 시도하게 된 것은 한 직원의 발상이 동기가 됐다. 잡화부에서 문화생활품을 담당하는 다카자와 구니히토라는 직원이 매출기복이 심해 구매담당자들의 기피 대상 1호로 불린 완구를 효자상품으로 바꿔 놓겠다며 제안한 아이디어에 경영진이 OK 사인을 한 것.다카자와씨는 편의점의 고객 평균연령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 어린 손님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완구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자판기 통하지 않고 진열대 비치 판매하지만 세븐 일레븐은 완구사업을 확대하면서 두세 가지 점에서 종전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첫째가 캡슐형 완구를 팔면서도 자판기를 통하지 않고 일반 진열판매를 택한 것이다. 캡슐형 완구는 2001년 시장규모가 6년 전보다 1.5배 늘어난 250억엔에 달할 만큼 성장성이 높은 상품으로 지목받아 왔다.유망상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판기로 판매할 경우 매장통로가 좁아져 고객들의 공간 이동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완구매출은 늘어날지 몰라도 고객감소로 전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판단, 일반 진열방식으로 선회했다.세븐 일레븐은 또 상품의 가짓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인기가 높아져 품귀 사태가 생기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추가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매달 3~5종의 시리즈를 새로 투입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다카자와씨는 완구를 편의점이 홀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다른 상품의 매출을 잠식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식품의 경우 히트상품이 등장하면 매장 내 다른 상품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완구는 그럴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그는 완구는 히트만 치면 그대로 순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븐 일레븐의 완구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0.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2배로 늘려 1%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이다.편의점의 자체상표 완구가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지 해답은 미지수다. 그러나 혁신과 창의적 발상에서 선두를 달려온 세븐 일레븐의 실험이 경쟁업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