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월드컵 마케팅이 경기 이상으로 뜨겁다.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 KT는 물론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과연 이들 기업의 월드컵 마케팅 중간성적은 어느 정도일까.현대자동차는 월드컵 공식후원사로 지정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500억원을 후원했다. 현대는 그 대가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20개 전 경기장에 각 2개씩 모두 40개의 광고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현대는 TV광고, 월드컵 행사 차량지원 등 각종 프로모션 비용으로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특히 경기가 열리는 6월 한 달 동안에는 매월 평균 광고액의 10배 이상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현대는 경기장 광고판으로만 총투자자금 1,000억원의 36배인 30억700만달러(3조6,000억원 상당)의 광고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의 계산법은 특정 국가에 30초짜리 광고 1회 비용 1만달러, 해당 중계국가 200개국, 경기당 광고 노출시간은 12분, 총경기수 64회를 모두 곱하는 것이다.현대의 월드컵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한 (주)디자인 시그니엄의 이경실 대표는 “지난 9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12분8초 동안 노출된 마스터카드는 5억달러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포트는 분석했다”며 “이번 월드컵 마케팅으로 현대는 100억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볼 것”이라고 귀띔했다.SK ‘붉은악마’후원 마케팅 대히트공식후원사인 KT는 후원금으로 400억원을 FIFA에 냈다. 이를 비롯해 각종 마케팅 비용으로 대략 1,000억원이 들어갔다. KT측은 이로 인한 홍보효과는 20배인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마다 설치한 2개의 광고판에서 3,110억원 어치의 효과를 보고, 외국방송에 광고판이 나오는 시간을 평균 광고비인 분당 1만5,000달러로 계산하면 1조5,400억원의 효과를 올릴 것이란 얘기다. KT측은 “IT 첨단업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계산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월드컵 경기시설에 각종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내외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하는 하는 KT브랜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월드컵 기간 중 방문하는 외신기자들을 위한 ‘IT 테마투어’를 기획,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KT의 자매사인 KTF도 공식후원금으로 낸 돈은 100억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6,700억원에 육박하는 광고 및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반면 지역후원사로 월드컵 마케팅전에 뛰어든 대한항공과 호텔롯데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평년작에 만족하는 수준이다.약 50억원을 기부하고 공식후원사 자격을 얻은 대한항공은 올 초 태스크포스팀(47명)을 두고 전사적으로 대처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는 누리지 못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과 동남아 수요는 기대만큼 수요가 있으나 수익성이 높은 중국 관광객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면서 월드컵 특수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다만 5대의 항공기 외벽에 축구선수의 역동적인 킥 장면을 그려넣는 등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높아진 위상이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위안을 얻고 있다.보수적인 롯데그룹에서 후원사로 참가한 호텔롯데도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객실 점유율 90%를 기대했으나 80%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공식후원사가 아니면서도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둔 곳은 SK다.SK는 손길승 회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손회장은 올 초부터 “각 계열사가 전사적으로 뛰어들어라”고 강조해 왔다.특히 ‘붉은 악마’를 후원하는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은 대히트를 쳤다. ‘붉은 악마’ 후원에 대략 5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그 효과는 최소한 수천억원 이상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SK는 이 밖에 50억원 정도의 비용을 더 들여 각종 프로모션과 외국 VIP 초청 등 기업이미지 높이기 마케팅을 전사적으로 전개했다.SK 관계자는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도움을 얻기보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이바지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지만 “‘매우 성공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삼성과 LG는 손익분석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큰 이익도 없고 그렇다고 손해도 안 봤다는 얘기다.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인 까닭에 그룹 차원에서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가 월드컵 기간 중 오카다 후지쯔 사장, 이시다 요시히사 사장 등 VIP 인사를 포함해 500여 명을 초청해 월드컵 경기를 관람케 하는 등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을 뿐이다.또 5,000여 명의 응원단을 한국에 보낸 ‘산싱 중구어 치우미’와 단독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월드컵을 중국과 연계한 마케팅에 힘을 기울였다.프랑스팀 공식 후원사인 LG전자는 5월26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프랑스전에서 9억원을 들여 10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팀의 16강행이 좌절되면서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게 됐다.돋보기 재계총수들의 월드컵 마케팅한국전 관람·VIP접대 등 ‘동분서주’한국전이 벌어지는 날은 온 국민이 ‘붉은 악마’였다. 재계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은 빠뜨리지 않고 보고 있으며 월드컵 기간 중 초청한 외국 VIP를 접대하는 등 월드컵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잉글랜드전을 관람하고 개막식 행사에 직접 참가했으며 한국전은 집무실에서 관람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주로 집무실에서 한국전을 지켜봤다.손길승 SK 회장은 직접 마케팅 현장을 방문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한국-미국전을 임직원 50여 명과 함께 그룹 사옥 ‘SK클럽’에서 관람한 손회장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직접 축구구장에 안내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회장은 “월드컵은 국운이 상승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하라”는 지시를 계열사 사장들에게 내렸다.정몽구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번 월드컵을 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의 기폭제로 삼는다는 각오다. 정회장은 월드컵 개막식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은 VIP 인사들을 직접 만나 오는 12월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한국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총수 중 한 사람이다. 조회장은 세계 항공기제작업체의 양대산맥인 보잉사의 필 콘딧 회장과 에어버스사의 존 리히 부사장을 초청, 개막전을 함께 관람했다. 6월10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미국전에도 미국 남가주대의 맥스 니키아스 공대학장 등 초청 인사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등 주로 ‘경기장 비즈니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