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대한상사중재원장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식음료사업 선정권을 놓고 워커힐호텔과 대판 싸움이 붙었던 조선호텔은 대한상사중재원에 인천공항측이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유도해 손해를 봤다며 중재를 요청했다.3심까지 가야 하는 법정소송과 달리 한 번의 판정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는 중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중재는 법적효력도 지니고 있어 시간 및 비용을 줄일 수 있다.그럼에도 지난해 중재건수는 법정 민간소송건수(20만건)의 0.1%인 200여 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일까. 김종희 대한상사중재원장(54)은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김원장은 주요 대학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비롯해 일반 기업을 직접 방문해 중재의 효율성을 설파하고 있다. 김원장은 “많은 기업들이 중재의 효율성을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계약서를 쓸 때 ‘모든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김원장은 행시 10회 출신으로 상공부 무역정책과장과 통상산업부 무역조사실장, 특허청 특허심판원장을 거쳐 지난 99년부터 대한상사중재원장으로 일해 왔다.아직도 대한상사중재원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대한상사중재원은 상거래 분쟁을 법정대결 대신에 중재인을 통한 중재판정에 의해 해결하는 산업자원부 산하기관입니다. 해결방법은 중재와 알선이 있습니다.중재는 법적 효력이 있지만 알선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요. 중재는 비용을 내야 하나 알선은 무료입니다. 중재대상은 무역, 합작투자, 건설, 건축, 특허, 부동산 등을 비롯해 광고, 대리점, 기술제휴 등으로 상행위에 의한 모든 분쟁을 중재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예컨대 이혼 등의 가사사건이나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상거래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중재를 이용하면 어떤 점들이 좋습니까.우선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법원소송보다 훨씬 빠르고 싸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법원의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기 마련입니다.3심까지 가게 되면 적어도 2~3년은 걸립니다. 여기에다 소송비용과 변호사선임비용을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중재는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기간도 5~6개월이면 충분합니다.물론 효력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습니다. 중재의 또 다른 장점은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당사자 외에는 영업상의 비밀이 대외에 공표되지 않을뿐더러 중재를 받고 있는지 여부도 공시할 의무가 없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재를 이용하는 수가 적은 이유는 뭡니까.아직 관 위주의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최종해결은 관에서 해줘야 믿을 수 있다는 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지요. 또 후진국 수준의 계약문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계약서를 쓸 때 꼼꼼히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관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야 후회하는 거지요. 게다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미리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하는 것은 상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계약할 때 꼭 중재조항을 삽입해야 합니다. 분쟁이 발생한 뒤 해결하려면 이미 늦습니다. 잘못한 쪽에서 중재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결국 소송으로 넘어가고 2~3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합니다.홍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지난해 모 리서치회사에 의뢰해 중재원의 홍보전략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결론은 중재원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그래서 올해부터 ‘찾아다니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접 대기업과 협회, 단체 등을 방문해 이용방법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하다 보면 그들도 중재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합니다.무엇보다 중재인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것 같은데요.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법정소송은 3심까지 가고 중재는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1,000여 명의 중재인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법조계, 학계, 실업계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전문가들도 126명을 확보하고 있어 법원보다 훨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담당 중재인들도 직접 선정할 수 있습니다.보통 중재신청을 하면 중재원에서 10여 명을 추천하게 되고 이들 가운데 양쪽이 합의해서 중재인을 선정하게 됩니다. 중재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도 계속 하고 있으며 중재원에서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3년의 임기가 끝난 뒤 재위촉을 하지 않습니다.국제 분쟁에는 어느 정도 효력이 있나요.현재 128개국이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뉴욕협약)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인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계약서상에 관련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을 삽입한 경우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면 됩니다.당연히 우리 중재원에서 내려진 판정은 뉴욕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중재판정이 승인되고 강제집행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참고로 중재원에서 올 상반기 ‘클레임 다발 15개국 접수현황’(총 73건)을 보면 미국(13건), 중국(12), 홍콩(6), 파키스탄(6), 독일(5) 등의 순입니다.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텐데요.중재원을 널리 알려 많은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지만 재정적으로도 100% 독립하고 싶습니다. 현재 중재원 운영예산의 70%는 자체 조달하고 있지만 나머지 30%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이는 중재건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재의 장점을 알려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