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개시 6개월만에 점유율 '껑충'...'다이렉트'시장 새지평 열어

“이거, 하면 됩니다. 꼭 된다니까요”약 1년 전인 2001년 5월, 교보생명 e비즈니스팀 윤기현 과장(현 교보자동차보험 경영지원팀장)은 임원진 설득에 여념이 없었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업 진출건을 놓고 교보생명 경영진이 반신반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다이렉트 보험’은 영업사원을 거치지 않고 전화와 인터넷만으로 가입하는 새로운 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이 2001년 10월 자회사 ‘교보자동차보험’을 설립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 회사는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했다.금융사가 겨우 몇 달 만에 1% 이상의 시장을 차지한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일이다. 상승세 또한 가파르다. 월별 가입건수가 2001년 12월 7,330건, 2002년 2월 1만2,969건, 3월 1만6,624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사실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국내 보험업계는 오래 전부터 다이렉트 보험이라는 새로운 사업 형태를 연구해 왔다. 미국에서는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이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미 자리잡은 상태다.이런 외국 사례를 접한 우리나라의 여러 보험회사들은 이 시장을 두고 저울질하던 중이었다. 이때 금융사도, 보험사도 아닌 한 벤처가 ‘디렉츠’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을 준비했다.교보생명은 디렉츠를 인수,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충분한 자본력과 보험사의 노하우, ‘교보’의 브랜드파워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다이렉트 보험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보험료가 싸다는 데 있다. 보험사와 고객이 중간 단계 없이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설계사의 인건비, 영업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사무실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그만큼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다. 교보자동차보험은 ‘평균 15%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섰다.성공비결 1 / 15%라는 숫자의 마력교보생명 내에 꾸려진 교보자동차보험 태스크포스팀은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자체 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15%가 ‘마법의 숫자’라고 믿게 됐다. 그들이 파악한 고객은 이랬다.가격이 10% 이상 차이가 나야 예전에 가입했던 보험사를 바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11%냐, 12%냐는 별 차이를 두지 않는다. 이렇게 가격탄력성이 없는 마지노선이 15%까지다.그래서 먼저 ‘15% 인하’ 라는 숫자를 정해 놓고 재무적으로 이 가격을 맞출 수 있는가, 즉 설계사 인건비나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검토했다.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그래서 이를 밀어붙였다.성공비결 2 / 1년 늦어도, 1년 빨라도 안된다교보자동차보험 경영지원팀 우철희 과장은 “시기가 아주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난해 말에는 국내 인터넷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고,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을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는 데 많이 익숙해져 거부감이 적었다는 것이다.또한 한 종류의 상품만 파는 ‘단종 보험사’ 설립이 가능하게 되고, 보험료가 자율화되는 등 제도적으로도 상황이 좋았다. 최근 제일화재를 비롯한 몇몇 손해보험사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성공비결 3 / 타깃을 정확히 골라라교보자동차보험은 애초에 전국의 모든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전화와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방식에 호의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접근이 용이하고 익숙한 30~40대 직장인, 수도권 거주자 등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고, 마케팅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다이렉트 보험사는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사에 비해 광고비 지출 비중이 높다. 고객을 쫓아다니면서 설득하는 영업사원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다이렉트 보험’이 무엇인가를 알리려고 TV광고를 통해 저렴한 값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그래서 만든 카피가 ‘전화와 인터넷으로 가입해 15%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깃 고객들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저렴한 값에 대해 반응이 빠르지만 싸구려 취향은 싫어한다는 판단을 했다.때문에 내용은 싼값을 말하되 광고 자체의 이미지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7월부터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판단 아래 광고전략을 약간 수정할 계획이다.성공비결 4 / 표준화된 서비스이들은 고객들이 ‘싼 게 비지떡 아닐까’라며 서비스에 대한 큰 불안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가입문의를 하는 고객이 가장 많이 묻는 것 역시 ‘다른 자동차 보험사에 비해 서비스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였다. 따라서 이를 해소시켜 서비스질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여겼다.이 회사 경영지원팀 윤기현과장은 “24시간 출동서비스의 경우 국내 대부분 보험사들이 같은 회사에서 아웃소싱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즉 서비스는 똑같다는 설명이다.사고가 났을 때의 보상처리에 대해선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고객 1인당 더 많은 보상관련 인력을 채용,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저 생산성’을 지향했다.또한 보험가입의 대부분이 콜센터 상담원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의 매우 중요하다. 연결이 잘되지 않거나, 불친절하거나, 고객이 여러 번 전화를 하는 경우 그때마다 되풀이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등의 일반적인 콜센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철저하게 매뉴얼을 작성, 전화상담원들이 이에 따라 행동하도록 했기 때문에 누가 전화를 받아도 고객은 표준화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INTERVIEW 윤기현 경영기획팀장‘다이렉트 = 교보’이미지 심기 혼신“2002사업연도에는 원수보험료 1,600억원에 계약건수 35만건, 시장점유율 2.2%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환한 표정을 짓는 윤기현 경영기획팀장(34)은 ‘요즘 일할 맛 난다’는 눈치였다.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것도 그렇고, 사업 시작 2년 만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특히 그가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가입률이 20%를 넘는 점이다.애초 잘해봐야 5%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시장이 호의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는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한 날씬하게 만든 조직, 직원 평균연령이 34세밖에 되지 않는 젊은 분위기 등으로 인해 이처럼 성공적인 시장진입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가격과 서비스를 모두 만족시켜 ‘다이렉트 하면 교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게 그의 단기목표이자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