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월드컵 4강의 신화를 경제발전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세계로 나가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회장(50)은 한국을 지칭할 때 ‘우리나라’란 표현을 쓸 정도로 대표적인 친한파 미국인으로 꼽힌다. 지난 79년 한 법률회사의 신참 변호사로 한국땅을 밟은 존스 회장은 계약 기간인 2년 근무를 마친 후 한국이 좋아서 계속 근무를 자청했고, 이후 80년부터 지금까지 로펌 김&장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98년부터 AMCHAM 회장을 맡아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존스 회장을 만나 한국경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경기를 모두 보셨습니까?축구를 몹시 좋아해서 준결승만 빼놓고는 우리나라(한국)가 뛴 경기는 직접 운동장에서 봤습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나라 안팎으로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서 전세계에 한국과 한국상품을 알려야 합니다.지금부터 전세계에 우리 상공인들이 나가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해야 할 시점이지요. 월드컵 열기가 식기 전에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도 잘 싸웠지만, 특히 ‘붉은 악마’는 한국이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 한마음으로 응원을 하고, 또 뒷정리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을 전세계에 알려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야 합니다.경영인이 아닌 변호사가 AMCHAM 회장이 된 건 처음이라면서요.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회원들도 기업대표가 아니라서 다소 망설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현업 없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을 높이 평가해 회장으로 뽑아주었습니다.사실 자기 분야가 있으면 거기에만 매달릴 수 있는데 변호사란 위치가 객관적으로 제반 현상을 분석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 98년 외환위기 직후 취임했으며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됩니다.이 자리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특히 IMF 극복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게 큰 소득이지요.특히 어떤 걸 배우고 느끼셨는지요.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투명성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의 경우 투명성이란 덕목은 98년 이전과 이후에 그 중요성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도 상당히 투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해외로부터 이제는 믿음과 신뢰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이 IMF 위기 이후 이만큼 변화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신뢰가 쌓여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신뢰는 투명성이 바탕이 된 거죠.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사실 전 스스로가 한국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한국은 참 정이 가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고 사랑이 많은 민족인 것 같아요.얼마 전 AMCHAM 이사회에서 제가 그런 얘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죠. 대부분 회원들이 “미국의 국익이 아니겠느냐”라고 했지만 전 아니라고 했습니다.한국에 나와서 사업을 하는 이상 한국경제를 위해서 일한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한국과 한국경제가 성공해야 같이 사는 거다, 우리는 미국을 떠난 사람들이다,이런 인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그래도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도 있겠지요.물론 없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98년 이후 여러 분야의 규제를 완화했지만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법규정이 애매해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현장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없애주기 위해서는 법규정을 만들 때부터 전문가가 참여해서 애매한 부분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도 차차 좋아지리라 믿습니다.소득세가 높다는 불만이 많다면서요.한국이 전반적으로 직접세 부담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소득세율이 높지요. 현재 연봉이 8,000만원이 넘으면 40%에 가까운 세금을 뗍니다. 이게 누진세제 때문인데요.누진세를 채택한 건 문제가 없지만 누진세가 적용되는 지점을 예전 기준으로 그대로 놔둬 지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고율이 적용되는 지점을 지금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더 높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서울이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그런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서울은 그런 여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AMCHAM에서 국내의 다국적기업 100개의 임직원 2,000여 명을 상대로 상하이, 싱가포르, 서울 가운데 어느 도시가 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것 같으냐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서울이 조건부 최우선 순위로 꼽혔습니다.다섯 가지 문제점만 개선하면 지금이라도 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지요. 첫째, 외환관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외환을 관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를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거지요.지금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있지만 아예 폐지하는 게 유리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둘째,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셋째, 세금부담을 줄여 달라는 겁니다.특히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개인소득세가 더 축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넷째, 영어실력을 좀더 향상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자유롭게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명실상부한 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다섯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번 월드컵으로 홍보효과는 톡톡히 본 걸로 평가돼 이 문제점은 해결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