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넥스토아 모델 기용 효과 '최고'...네덜란드계 기업들도 덩달아 '싱글벙글'

한국축구를 한 단계 레벨업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인기가 대단하다. 전 국민이 입을 모아 ‘생큐! 히딩크’를 외치는가 하면 ‘히딩크 인형’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히딩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문제를 검토하는 대학이 등장했고, 정부 차원에서 ‘명예국민증’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가히 히딩크 태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상황이 이쯤 되자 히딩크 덕을 보는 기업들도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고 있다. 히딩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기업들의 경우 그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적잖은 수혜를 입고 있는 것. 매출액 면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데다 기업이미지 측면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카드다. 히딩크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TV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있는 삼성카드의 경우 히딩크가 국민적인 대스타로 발돋움하면서 엄청난 광고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히딩크를 지상파 방송의 광고모델로 쓰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삼성카드가 히딩크와 광고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하지만 광고가 처음 나갈 무렵인 지난해 8월 히딩크의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아 담당직원들은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대표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일각에서는 그를 비난하는 의견이 나왔고, 삼성카드 역시 한때 광고를 슬그머니 내리기도 했다.하지만 2002한·일월드컵 개막 직전 잉글랜드대표팀과의 평가전 이후 히딩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히딩크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여기저기에서 히딩크를 광고모델로 모시려는 움직임이 일었다.하지만 월드컵을 목전에 둔 까닭에 히딩크는 응하지 않았고, 그의 몸값은 더욱 뛰었다.삼성카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예전에 찍어둔 광고필름에 내용을 바꿔 새로운 광고를 제작했다.‘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란 카피가 들어가는 새 광고는 한국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TV화면을 장식했고, 그 효과는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히딩크의 모델료는 극비사항이지만 삼성카드측은 “국내 최고의 톱스타들이 1년 전속조건으로 받는 모델료(대략 3억원 안팎)보다 높다”며 “국내 최고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통전문기업인 넥스토아(nextore) 역시 히딩크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대우 통신판매팀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지난 5월 히딩크를 자사 카탈로그 여름호 표지모델로 기용, 소비자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김철호 넥스토아 인터넷팀장은 “히딩크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특히 최근 들어 히딩크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역시 크게 늘어 6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여기에다 1회 구매액이 15만원을 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50명을 추첨해 히딩크의 사인볼을 주는 이벤트에 대한 인기 역시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한 관계자는 “창사 이후 많은 이벤트를 해봤지만 이번만큼 고객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다.히딩크 캐릭터 날개 돋친듯 팔려사실 넥스토아가 지난 5월 히딩크와 표지모델 계약을 할 때만 해도 회사 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대표팀이 1승도 못 건지고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 히딩크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다.특히 이전까지 명세빈, 한고은, 도지원, 신은경, 황인영 등 톱스타들을 표지모델로 기용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히딩크를 내세울 경우 기존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독일인인 크리스티안 슈톨바 부사장이 걱정할 것 없다고 강력히 주장해 결국 계약을 맺었다. 김팀장은 “히딩크 효과는 예전의 인기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오히려 단발성으로 계약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강조했다.히딩크의 모델료에 대해 회사측은 “기존 톱스타들(대략 1,000만원 안팎)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만 말했다.히딩크를 포함한 국가대표팀의 캐릭터 등 저작권을 갖고 있는 빅터코리아도 대박을 터뜨렸다. 히딩크와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의 인형을 팔고 있는 이 회사는 한때 고전했으나 월드컵 개막 직전 한국팀이 잉글랜드팀과 비기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이후 월드컵이 개막되고 국가대표팀이 선전을 거듭하며 인형이 달려서 못 팔 정도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팔려나간 인형만도 약 50만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김홍준 빅터코리아 과장은 “국가대표팀 인형 가운데 히딩크 인형의 인기는 단연 최고”라며 “안정환이나 홍명보 등 인기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빅터코리아는 다른 한편에서는 엄청난 물량의 유사품이 나돌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1승 이후 저작권이 없는 업체들이 불법으로 인형을 만들어 파는 바람에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히딩크의 고향인 네덜란드계 기업들도 ‘히딩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히딩크의 지도력이 능력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히딩크와 네덜란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미지 상승효과로 이어져 해당 기업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네덜란드계 기업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본사(네덜란드)에서 파견된 임원들의 경영스타일이 히딩크와 많이 비슷하다고들 했는데 그 같은 합리성이 네덜란드가 세계 경제계를 누비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며 한국사람들도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네덜란드계 기업들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태세다. 특히 몇몇 기업은 이미 히딩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ING생명의 경우 히딩크가 네덜란드대표팀 코치로 있을 무렵 이 팀을 스폰서한 것이 인연이 돼 본국의 TV광고에 히딩크를 기용,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다며 이 같은 상승무드를 계기로 국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특히 ING는 지난 5월부터 오렌지군단으로 대변되는 네덜란드의 이미지를 본사 마케팅에 응용한 오렌지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어 더욱 신이 나 있다.필립스코리아는 히딩크가 네덜란드 유명 프로축구단인 아인트호벤에서 오랫동안 감독을 지낸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히딩크는 필립스와 각별한 인연을 나누는 사이”라며 “히딩크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본국인 네덜란드에서도 아인트호벤과 필립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 ABN암로, 로얄더치쉘, IMC코리아, ING은행, 유니레버 등도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이번 히딩크신드롬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