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념 '우리의 신조' 실천에 옮겨 존경받는 기업으로 우뚝

1982년. 미국의 한 정신이상자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첨가해 시카고에서 일곱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이것은 회사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그러나 회사측은 책임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전 직원을 동원해 독극물 오염이 우려되는 타이레놀의 전량 회수에 들어갔다. 하루 만에 전량 회수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순간 캘리포니아에서 의심스러운 타이레놀이 추가로 나타났다.존슨앤드존슨의 제임스 버크 당시 회장은 즉시 30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약품 회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이로써 이 회사는 책임회피나 발뺌보다는 유포된 독극물 약품의 회수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켰다.이 일을 처리하는 데 총 1억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동원된 인력만 2,500명에 달했다. 시장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원상회복하는 데 3년이 걸릴 정도로 회사가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그러나 이와 같은 모습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designtimesp=22512>는 “이 사건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은 비용이 들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반드시 한다는 기업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또한 지난해 미국 <포천 designtimesp=22515>지는 가장 존경받는 500대 기업 중 6위에 이 회사를 올렸다.이렇게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자사 기업이념인 ‘우리의 신조’(Our Credo):크레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177155고객에서 시작해 주주로 귀착되는 우선 순위를 지정,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정당한 이익을 강조하는 핵심이념은 지금까지 다른 회사의 모범이 되고 있다.이 윤리현장을 모든 사원들이 숙지토록 하고 있으며 윤리전담 임원의 지휘하에 ‘전 사원의 윤리경영 간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종이상의 철학을 떠나 경영인과 종업원들에게 실제 행동지침이 됨으로써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현재 세계 51개국에 194개의 독립법인을 두고 10만여 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175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약 330억달러(약 43조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으로 볼 때 의료기기와 수술용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국내 3개 독립법인으로 나눠 마케팅국내에서는 관련 사업부문을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별도 독립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의료용구 및 진단제품을, 한국존슨앤드존슨은 화장품 등 소비자제품을, 그리고 한국얀센은 제약제품을 판매한다.1988년 설립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국내의 취약한 의료장비시장에 첨단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고급의료기기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인공관절치환제품, 수술용 봉합사, 혈관질환치료기구, 내시경수술기구 등 전국 주요 병원에 1,000가지가 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올해 초에는 피부봉합용 접착제 ‘더마본드’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수술 부위를 실로 꿰매지 않고 바르기만 하면 상처가 치유된다. 봉합수술 후 실을 뽑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덜어준다. 간편한 시술과 흉터가 남지 않아 일선 병원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수술실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국내 의사들에게 제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기보다 신기술을 접해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둔다. 국내 의사들을 세계적인 석학들과 접촉하게 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 환경을 조성한다.또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영업진에 배치해 세미나 워크숍과 같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다방면으로 의사 도우미를 자청한다.이에 대한 일환으로 경기도 화성에 내년 초까지 국내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춘 트레이닝센터의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은 이곳에서 첨단 제품을 사용하고 느끼는 현장훈련을 받을 수 있다.국내 첨단의료장비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일정비율을 재투자해 의료발전과 시장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윤리경영의 대명사답게 사회사업에도 열심이다. 지난 3월에는 한국얀센, 한국존슨앤든존슨과 함께 ‘북한아동사랑심기’ 프로젝트를 벌였다.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약 10만달러어치의 의약품과 유아위생용품을 북한에 보냈고, 올해 10만달러 규모의 물품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또 한국유방암학회와 공동으로 여성들의 유방암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늘리고 초기진단을 권장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직원평가시 기업이념 숙지여부 체크사내 윤리는 본사의 크레도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고객이 최우선이며 다음이 직원, 지역사회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실히 이행될 때 주주들도 자동적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직원들은 조그만 카드로 만들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면서 마치 군대의 복무신조처럼 외운다. 매년 직원 평가에도 이 크레도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직원들에게 크레도 외에 강조하는 것이 혁신이다. 직원채용에는 경력직보다 신입사원들을 선호한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오히려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우려가 있다는 것.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본사의 효율적인 인력트레이닝시스템을 적용할 때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경력직의 경우에는 미국 현지에서 MBA 출신들을 뽑고, 미국 본사에서 어느 정도 실무감각을 익히게 한 후 한국에서 일하게 된다. 국내 영업인력도 대부분 본사에서 소정의 연수교육을 받게 한다.이 회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품질경영과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99년에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66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올해에는 890억원의 매출액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에 맞춰 매년 20명 안팎의 대학졸업생을 채용해 회사의 규모도 10~15%씩 키워가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내 유력 의료용품회사를 인수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업과 마케팅인력으로 구성된 1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Interview 락스민 나레인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 사장“직원들에게 히딩크 리더십 강조”“한국의 첨단 의료장비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사들의 지식이나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에 의사들이 먼저 첨단 의료기기를 원하는 편입니다.”락스민 나레인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사장(45)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인도인이다. 86년 존슨앤드존슨메디칼 인디아에 입사해 지금까지 존슨앤드존슨메디칼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한국에 왔다.그는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한다.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e메일을 적극 활용한다. 직원들은 매월 자유롭게 사장에게 회사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e메일로 전한다. e메일뿐만 아니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명씩 자신이 직접 1대1 면담을 한다.1시간 정도의 면담을 통해서 직원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한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전 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직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준다.“한국사람들은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비전, 목표 그리고 신념이 뚜렷합니다. 저 또한 우리 직원들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하지만 고정관념에 자주 사로잡혀 있다는 문제점도 꼬집었다. 따라서 이런 고정관념을탈피하게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원들을 보다 창의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매주 중역들이 돌아가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리더십교육을 실시한다.10~20명 정도의 인원을 뽑아 12주씩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고 있다. 교육을 마친 직원에게는 수료장을 준다.“히딩크 감독을 볼 때 우리는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