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최원석 회장 집 경매 '진행중' ... 정태수. 안병균 회장 집 주인 바뀌어

최근 경영일선 복귀를 노렸던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중구 장충동 저택이 경매에 부쳐졌다. 유독 최회장의 집만 경매에 넘어간 것이 아니다.99년 재계 자산순위 2위 그룹의 총수이자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던 김우중 대우 전 회장과 94년 14위였던 정태수 한보 전 회장 등 부도난 그룹의 총수 대부분은 자신이 살았던 으리으리한 집을 경매로 날렸거나 진행 중이다.이번에 경매에 넘어간 최회장 집은 460평 부지에 주건물과 부속건물, 수위실 등을 포함해 건평이 305평 규모다. 감정가만 48억1,427만원에 달한다. 지난 98년 5월 최회장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을 물러나면서 동아건설 명의로 금융권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요청할 때 동아건설 보유지분, 조치원 선산 등과 함께 담보로 제공됐던 곳이다.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10월 이 집에 대한 근저당권을 갖고 있던 서울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과 함께 이 집을 포함한 부실채권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장충동 집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최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맨션 아파트도 이미 경매를 통해 넘어간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아파트 역시 자산관리공사가 경매에 내놓은 것. 건평 60.8평짜리로 감정가가 4억5,000만원이었지만 1회에 감정가를 호가하는 4억9,000만원에 낙찰됐다.이처럼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것은 감정가가 시가보다 약 6개월 정도 선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지금도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김우중 대우 전 회장의 경우 서울 방배동 저택과 안산농장이 경매에 넘어가 있다. 방배동 집과 안산농장은 김회장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던 곳.김전회장 측근들은 “김전회장이 99년 모든 보유주식과 경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두 곳에 대해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방배동 집은 건평 116평의 2층짜리 주택이다. 감정가는 38억7,000여 만원으로 지난 4월 초 48억1,000여 억원에 낙찰됐으나 김전회장의 항고로 무효처리되면서 다시 경매에 부쳐진 사연을 갖고 있다.김전회장은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남산을 통해 “수령이 오래된 향나무 10여 그루 등 희귀목 다수와 수십개의 자연석 등이 조성된 정원이 감정평가보고서 등에는 빠져 있다”는 이유로 항고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 그렇다고 해서 방배동 저택이 다시 김회장의 안식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박창호 전 갑을 회장도 지난 5월 방배동 집을 경매로 넘기는 아픔을 겪었다. 갑을은 70년대 국내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98년 7월 외환위기의 여파를 넘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다.박전회장의 저택은 건평 87.9평의 2층 집으로 감정가가 31억320만원으로 가까이 있는 김우중 전 회장의 집보다 조금 작은 규모다. 근저당 1,250억원과 가압류 122억원이 설정돼 있다.최근 평화제철의 인수불발로 지지부진했던 한보 부산제강소가 일본의 야마토철강에 넘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문회장에서 특유의 ‘머슴론’을 펼쳐 많은 직장인들의 울분을 샀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서울 구로동 집도 이미 지난 97년 경매로 넘어간 상태다.70년 11월 준공된 이 저택은 건평 68여 평에 감정가 16억4,000여 만원의 비교적 아담한 2층 주택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정전회장은 같은 구로동에 있는 장남 정보근 전 한보회장 소유의 2층 주택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집 역시 지난 99년 12월 경매로 넘어갔다. 낙찰자는 바로 옆집의 유모씨였다.정보근 전 회장이 거주하던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저택도 지난 2001년 2월 역시 경매로 넘어갔다. 감정가 11억원의 이 집은 두 번의 유찰 끝에 7억400만원에 낙찰됐다.한때 롯데와 자웅을 겨루며 제과업계를 풍미했던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집이 지난해 5월 경매로 넘어가는 수난을 당했다.이 집은 대지 200여 평에 건평 133.7평의 2층 주택으로 박전회장이 지난 99년 11월에 전입한 곳이다. 감정가는 16억여 원이다. 이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전회장의 고난이 그대로 읽힌다.해태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97년 11월부터 하루가 멀게 가압류가 들어와 모두 36건의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다. 청구금액만 500여 억원에 달할 정도다. 해태 관계자는 “박전회장의 처남이 낙찰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안병균 전 나산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도 99년 12월 경매로 넘어갔다. 안전회장이 이 집에 전입한 것은 97년 2월로 고작 2년10개월을 살았을 뿐이다. 대지 302평에 연면적 100평의 2층 주택으로 감정가는 17억2,000여 만원이었다.이밖에 이창수 삼익건설 회장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삼익건설은 지난 98년 11월 부도 뒤 화의를 신청, 99년 화의인가가 결정됐으나 2000년 11월 청산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퇴출되는 비운을 겪었다.그러나 회사는 부도났어도 집을 보존하고 있는 총수들도 여럿 있다. 김선홍 전 기아 회장은 여전히 서울 강남구 장미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나승렬 전 거평 회장의 경우 자신이 소유주로 돼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평프리젠의 아파트 4채가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자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다. 그러나 나전회장도 자신이 소유주로 돼 있는 서울시 용산구 의 한 아파트는 아직도 경매물건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지난 97년 재계 자산순위 27위까지 올랐던 김의철 전 뉴코아 회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아파트에 살았으나 지난 2월 집을 팔고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법원경매업체인 지지옥션(www.ggi.co.kr)의 이민호 팀장은 “대기업 총수들이 거주하던 고급주택은 희소성이 있는 데다 수십년간 잘 관리해 왔기 때문에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