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주문.매매 체결 등 3개항목서 '1등'...고객관리부문, 현대가 앞서
기관 대상 세일즈 파워에서는 삼성증권이 변함없이 1위로 꼽혔다. 하지만 역시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유지하기가 훨씬 어려운 모양이다. 이번 조사에서 최고의 리서치팀으로 조사된 현대증권이 법인영업 부문에서도 선두를 바짝 뒤쫓고 있다.삼성증권 법인영업팀이 펀드매니저들로부터 받은 총점은 350점. ‘주문 및 매매체결이 잘 되는가’(69점),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가’(115),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가’(94) 등의 세 항목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고객관리를 잘하는가’(72)항목에서는 현대에 밀려 2위로 꼽혔다.그러나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전관 등 업종 대표주인 삼성계열 우량주들이 버티고 있는 한 삼성증권의 세일즈 파워 1위 자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삼성증권 법인 브로커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이런 블루칩 기업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고 CEO나 CFO 등의 최고경영진을 만날 수 있다고 기관 펀드매니저들이 믿기 때문이다.삼성증권의 수성전략은 브로커의 ‘준 애널리스트화’다. 브로커 자신이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하며 펀드매니저와 같이 앉아서 토론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 지난해부터 펀드매니저와 기업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시작한 ‘인베스트먼트 포럼’도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정보제공능력서 압도적 1위현대증권은 AIG와의 협상, 계열분리 등으로 외부환경이 어수선한 데 반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특히 고객관리 항목에서 삼성 법인영업팀을 누르고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데 대해 이 회사 법인영업본부장 공현무 이사는 “장이 좋을 때 사라고 외치는 브로커보다 시장이 나빠 운용하는 펀드수익률이 떨어졌을 때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브로커가 펀드매니저의 기억에 남는다”면서 “우리 브로커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한 게 인정받은 모양”이라고 말했다.3위는 247점을 얻은 LG투자증권이 차지했다. 6개월마다 한 단계씩 순위가 밀려나고 있는 대우는 이번에도 4위로 또 한 계단 내려섰다.올해 상반기에는 종합지수가 900선 가까이 가는 등 장이 좋았기 때문에 법인브로커들도 신바람이 난 기간이었다. 지난해 법인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120조원이었지만, 올해는 200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만 이미 101조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 프로그램매매 비중 확대등이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어 법인브로커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도 하다.관계자들은 좀더 공정한 경쟁, 브로커의 자질향상을 위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처럼 브로커 평가지표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이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느 증권사, 어느 브로커를 통해 주문을 체결할 것인지, 약정 물량을 달리 배정해야 한다는 것.리서치센터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법인브로커들의 불만도 소리 없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데 비해 법인브로커의 보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맞수 비교 법인영업 본부장김석 전무 vs 공현무 이사김석 삼성증권 법인영업본부장김석 전무는 나직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공현무 이사는 강한 경상도 억양에 큰 목소리로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한다.이처럼 두 사람은 첫인상부터 매우 대조적이다. 수장들의 대조적인 스타일처럼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의 영업스타일도 서로 현격하게 다르다.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외국 금융사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김전무는 체이스맨해튼, 엥도수에즈를 거쳤고 홍콩에서도 오래 지냈다. 94년 그룹 회장비서실의 재무담당 임원으로 영입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98년부터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팀을 이끌다 삼성증권으로 왔다. 그는 전략가에 가깝다. 기업 고객과 외국인 고객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대처법에 대해서도 줄줄 꿰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 외국의 선진 금융기법 등을 연구해서 일반 기업법인들에 재무전략을 전파하는 데 관심이 많다.공현무 현대증권 법인영업본부장한편 공이사는 자딘플레밍과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현대증권 임원으로 기용됐다. 현대 출신도 아닌 40대가 이사직에 오른 것은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영업맨 출신이 아닌 김전무는 술을 꽤 하는 편이고, 정통 브로커로 잔뼈가 굵은 공이사는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모건스탠리증권 영업부장시절 ‘공부장’은 접대 않고 최고의 영업을 하는 걸로 유명했다.‘접대 없이 주문 없다’는 브로커업계의 불문율을 스스로 깨어 보이고, 대신 펀드매니저들에게 유익한 자료를 제공하려 동분서주했다. 지금은 자신이 브로커일 때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젯밤 마신 술 때문에 오전 업무를 소홀히 하는 브로커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