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고객감동' 실천으로 1등 중에서도 최고점 얻어

지난 6월25일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4강전 경기가 열리던 날. 시청 앞 광장은 낮 12시가 되자 일찌감치 교통이 통제되고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여의도 금융가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오후 3시, 금융맨들의 상징인 말끔한 셔츠와 넥타이는 온데간데없고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빌딩에서 삼삼오오 빠져나온다.같은 시각 여의도의 한진해운 빌딩 21층 회의실. 바깥 분위기엔 아랑곳없는 듯 아주 딴 세상이다. 강의 삼매경에 빠져 있는 세 사람. 현대증권 조병문 수석연구원이 칠판 앞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두 명의 투신사 애널리스트가 집중해 듣고 있다.이날 수업은 조수석이 은행업 등 금융업종을 처음 맡게 된 모 투신사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이 업종의 중요한 기본 특성을 설명해주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특별 과외’였다.고객인 투신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서비스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조근조근 부드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평소 그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5분안에 펀드매니저 관심 사로잡아조병문 애널리스트는 올해 <한경BUSINESS designtimesp=22564> 2002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은행·증권·보험 및 기타 금융업 등 3개 분야에서 모두 1등으로 뽑혔다. 명실상부한 ‘금융업 애널리스트 조병문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지난번 조사에서는 증권·보험 및 기타 금융업으로 2관왕이었다. 지난 1월부터 은행업까지 커버하기 시작했는데 금세 좋은 평가가 나왔다며 싱글벙글한다. 이번 조사에 나타난 펀드매니저들의 평가결과를 꼼꼼히 뜯어보면 그는 단순한 3관왕 이상이다.펀드매니저들로 하여금 모든 업종 애널리스트에 대해 5개의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 그는 증권업종에서 2,183점을 받아 분야별 1위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압도적인 최고점을 얻었다. 총점 2,000점 이상을 받은 사람은 조수석이 유일하다. 펀드매니저들이 그에게 ‘몰표’를 준 것이다.“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뭐.” 3관왕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딴청을 부린다. 하지만 조수석을 곁에서 지켜보면 매사에 치밀한 ‘전략적 접근’을 고민하는 스타일임을 눈치 챌 수 있다.은행업종 분석을 3년 만에 다시 시작하면서 ‘은행업종에서 요즘 가장 관심사가 무엇일까’ ‘첫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효율적인 방법은 뭘까’를 궁리했다. 이렇게 나온 리포트가 <은행업, 2002년 화두:실적과 합병 designtimesp=22573>이다.이 리포트는 당시 큰 이슈였던 가계여신 부실화 우려에 대해 명확한 입장과 근거를 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누구도 뚜렷한 결론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그는 설명회가 짧기로 유명한데, 이 역시 이 계획의 산물이다. ‘첫 5분 안에, 그들이 내 말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난다’ ‘바쁜 매니저들은 장황한 설명을 싫어한다’ 등이 평소 조수석이 후배들에게 설명회와 관련해서 강조하는 부분이다.그는 “설명회는 이미 쓴 보고서를 그저 한 번 더 읽어주는 자리가 아니다.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은 보고서와 똑같다 해도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설명회를 위한 별도의 기획,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래야 리포트가 사장되지 않고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 또는 고객의 입장을 중심에 놓고 ‘친절봉사’하는 자세가 몸에 꽉 배어 있는 게 그의 큰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