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중소기업 거미줄 네트워크로 연결... 회계·물류, 단말기 하나로 '척척'

종전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온 디지털경영이 풀뿌리 경제를 이루고 있는 안경점, 미용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자영업 소점포들로 확산되고 있다.올 초부터 시작된 구멍가게의 인터넷바람은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의 만족도가 입으로 전해지면서 매출이 한두 달 만에 껑충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피아노 전문 매장의 신장호 사장은 네트워킹으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5개월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신사장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 후 두어 달 만에 매출이 배로 늘었다.KT 하나로통신 두루넷이 솔루션 공급미용실도 디지털대세에 가세했다. 서울 명일동에서 리안트윈스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실 원장도 지난 1월 하나로통신의 미용실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 후 월 매출이 250% 껑충 뛰었다.서울 용산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환 사장은 최근 두루넷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사용한 뒤 불필요한 세금계산서 발행비용을 크게 줄였다.이사장은 “기존 세금계산서를 우편으로 발송할 때는 한 건당 1,170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수백건을 발송하더라도 한달 3,0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KT, 하나로, 두루넷 등 3개사가 이와 같은 소기업용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올해 초부터. 지난 3월 말 모두 3만개의 점포가 서비스를 신청한 데 이어 두 달 만인 월 말 5만개 점포가 가입신청을 했다.디지털 열기는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부산지역의 창업박람회 때 소점포 자영업자들을 위한 소개부스에는 3,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 행사에 서비스 소개를 하기 위해 참석한 KT 비즈메카팀 정해경 과장은 “3,000명 중에 서비스 소개 교육을 받고 간 창업희망자와 자영업자가 2,000명이 넘는다”며 “예상보다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소개했다.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더 이상 앉아서 고객을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와 전문점들의 확장 일로에 위기감을 느낀 자영업 소점포들이 정보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치열해져 가는 경쟁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소기업들에도 정보기술을 이용한 e비즈니스가 확산되며 ‘키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는 정통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소기업 네트워크’ 사업이 궤도에 오르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정통부의 ‘소기업 네트워크’ 사업은 293만(50인 미만 사업장)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디지털시대에 맞는 전문관리 시스템을 지원,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정통부는 이를 위해 KT(비즈메카),하나로통신(비즈포스),두루넷(멀티비즈) 등 통신업체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인터넷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해주고 있다. 또한 회계, 인사, 물류, 급여 등 각종 경영정보관리 프로그램을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전용 프로그램 임대(ASP) 형태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소기업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이와 함께 이들 컨소시엄은 안경점, 미용실, 카센터 등에 적합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며 소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정보화 서비스의 요금도 초고속인터넷 사용료 외에 3,000원에서 5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비용부담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이는 소기업의 경우 정보기술 인력 및 활용능력이 부족하고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자체적인 IT화 추진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정보화를 위해 관련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전산장비 등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정통부는 이에 따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 없이 e비즈니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도록 해 인력부족과 비용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고 있는 셈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PC에 설치할 필요 없이 이들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내려받아 사용하면 된다.가입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전산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소기업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곳은 7만여 점포에 이르고 전체 사용자도 25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가입자 점포수도 초기에는 매주 1,000~2,000곳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매주 5,000곳이 가입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이 때문에 KT,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소기업 네트워크 사업을 펼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은 당초 올해 12만명으로 예상했던 연말 가입자 목표를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이에 따라 2~3년 내에 100만 가입자수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제 소기업의 e비즈니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자영업 경영을 디지털로 바꿔주는 소기업 네트워크 시스템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용실, 안경점, 비디오대여점 등 이른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점포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한 소프트웨어가 이미 구축돼 있다. 가입자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후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된다.특히 저렴한 이용료 덕분에 짧은 시간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지역마다 골목마다 깔린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 가입한 뒤 소기업 정보화 프로그램 이용료(월 5,000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 이후 자기 점포에 맞는 양질의 정보와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