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박' '우영미' 등 해외시장서 좋은 평가, 판매도 호조
'Jiwon Park'청담매장최근 한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의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20~30대들이 최고의 명품으로 꼽는 것은 이탈리아의 구찌(GUCCI)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1,500명 중 43.1%가 구찌를 ‘명품’으로 지목했고, 샤넬(34.5%), 버버리(2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구찌는 이탈리아의 수공업자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에 의해 시작된 토털 패션브랜드다. 런던 사보이호텔에서 일하며 대도시의 세련된 취향을 익힌 구찌오 구찌가 이를 바탕으로 피렌체에 한 상점을 연 것이 구찌의 모체. 뒤를 이은 샤넬 역시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부티크에서 유래됐다.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디자이너 브랜드가 명품으로 꼽힐까. 현시점에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는 게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절망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의 브랜드를 세계 명품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한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일례로 국내보다 아예 미국이나 유럽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명품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상권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 명품시장에서 외국브랜드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있다.해외시장 공략 주력…박지원, 우영미디자이너 박지원의 브랜드 ‘지원박’(Jiwon Park)은 현재 미국, 영국, 홍콩 등지의 5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있었던 무역전시회의 일종인 ‘패션 커트리’(Fashion Cotrie)에 나가 올해 봄·여름 시즌용 제품 30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끌어냈다. 가을·겨울 시즌용 의상의 주문은 그 두 배인 60만달러에 달했다.사실 그녀의 해외시장 진출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녀는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세계적 브랜드가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니 세계로 무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이렇게 출발한 것이 각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얼마 전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 designtimesp=22604>는 박지원을 유망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지원박’은 현재 미국에서 수출단가의 2.5배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고급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세계 일류 브랜드를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는 게 애국의 길”이라는 박씨는 “이탈리아는 ‘프라다’ 가방 수출액이 벤츠 자동차보다 많다”는 말로 명품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여성의류를 만드는 박지원 디자이너가 미국시장 진출에 주력한다면 남성의류를 디자인하는 우영미씨는 유럽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씨의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옴므’(Solid Homme)는 지난 97년 프랑스 파리 남성복전시회에 참가한 이후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핀란드 등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명품 남성복을 취급하는 편집매장에서 솔리드옴므 정장은 70만~80만원 정도에 팔린다. 지난해에는 8만2,000달러의 수출성과를 올렸고, 올해는 18만달러어치가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 7월2일에는 파리컬렉션에까지 진출했다. 이번에는 ‘우영미’(WOOYOUNGMI)라는 블랙라벨 브랜드를 선보이며 현지 패션TV 등의 주목을 받았다. 이 브랜드는 올 가을부터 국내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솔리드옴므 매장 내에서 15% 물량 비중으로 판매하게 되며 명품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유럽시장에서 성공적 첫발을 내딛고 한국시장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우씨는 이제는 중국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3년 내에 ‘파리에서 컬렉션을 여는 명품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중국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국내시장 공략…이광희, 지춘희, 김영주한국에서 명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관이다. 명품의 거리라 할 수 있는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데다 입점절차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말 그대로 ‘명품관’이기 때문이다.이곳에서 외국 브랜드들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 3인방으로 ‘이광희 부띠끄’, ‘미스지컬렉션’, ‘김영주 플래티넘’ 등이 있다. 이들은 해외진출 모색보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겨루며 명품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이광희 부띠끄는 지난 2000년 8월에 갤러리아명품관에 입점했다. 이 브랜드는 대표인 이광희씨가 각 디자인당 옷을 6벌밖에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가격대도 높아 정장 한 벌에 200만원을 호가한다.그녀는 항상 명품만을 생각하며 옷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국내에 명품이 없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명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해외 브랜드에만 시각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브랜드 런칭 당시인 89년부터 명품으로 컨셉을 잡은 덕분인지 지난 96년에는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 designtimesp=22631>가 아시아 주요 도시 톱클래스 여성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서울의 여성의류 부문 최상품으로 평가받았다.그녀는 국내 명품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 유명브랜드를 찾는 최고 상류층의 발길을 차츰 국내로 돌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연예인들 선호로 대중에게도 알려져“예쁜 의상을 준비해주신 지춘희 선생님, 감사합니다.”언젠가 모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개그우먼 박경림은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디자이너 지춘희의 브랜드 ‘미스지컬렉션’은 유명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의상으로 알려져 있다.황신혜, 심은하, 이영애 등이 TV드라마를 통해 이 의상들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외모의 박경림을 시상식에서 돋보이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스지컬렉션’은 서울 청담동 본점과 주요 백화점 등 9개의 매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다.이 브랜드가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것은 지난 98년 2월. 디자이너의 작품이지만 대중성도 가미해 명품관 여성의류 중 손꼽힐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백화점에서 매년 두 차례 여는 이월상품 바자회에서는 10년 이상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한 일본 패션지에서는 한국 여행정보를 다루면서 패션거리 청담동의 대표적 의상실로 미스지컬렉션을 소개했다. 화려한 장식보다 단정한 고급스러움으로 승부해 디자이너로서의 캐릭터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둔 것이 오늘날 ‘미스지컬렉션’이 명품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김영주 디자이너의 의상 브랜드는 지난 85년 ‘파라오’(PARAO)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그것이 96년부터 ‘김영주 밀라노’라는 디자이너 이름의 브랜드로 탈바꿈했다.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해 있는 그녀의 브랜드는 김영주 밀라노의 블랙라벨인‘김영주 플래티넘’이다. 지난 2000년 런칭과 동시에 명품관에 입점해 명품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줬다.이 브랜드에서 정장 투피스 한 벌을 구입하는 데에는 보통 120만원 정도가 든다. 디자인 하나당 10벌 이상은 만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장미희, 김희애 등 연예인들이 자주 찾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 방송사 앵커들의 의상도 담당하기로 했다.해외를 주요 시장으로 삼든 국내 시장에 주력하든 이들 디자이너 브랜드가 추구하는 공통 목표는 세계적 명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명품은 아니다.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들이 말하는 명품의 길이다.이들이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공통적으로 세계 유명 브랜드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계기가 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방어책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 공격적으로 세계시장을 넘보는 ‘무서운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명품의 길을 이들이 순탄하게 걸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