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특유의 치밀함과 공간활용을 생활주변에서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는 화장실이다. 보통 일본인의 집이라면 손바닥을 겨우 면할 만큼 화장실 공간이 좁지만 들어가 보면 필요한 것은 다 갖춰져 있다. 둘째 가라면 서운해할 만큼 청결을 중시하는 국민성을 지닌 덕에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화장실이라는 단어를 연상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번뜩이는 장사 센스는 화장실이라고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화장실을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상품을 줄기차게 내놓고 판로개척에 열을 올린다.마쓰시타전기의 '아미 돌핀', 냉방기능까지 달려 있는 첨단 제품이다.화장실에서 더 많은 돈을 캐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등장시킨 상품 중 최근 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냉방기능을 갖췄거나 마이너스 이온을 발생시키는 변기들이다.한여름의 화장실은 찜솥이 되기 싶다. 에어컨으로 집안의 더위를 잡아낸다 하더라도 항상 문이 닫혀 있기 마련인 화장실은 에어컨 바람의 무풍지대일 가능성이 높다. 시원한 실내에서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더운 공기가 얼굴과 몸을 덮치는 불쾌한 경험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마쓰시타전기가 지난 5월부터 ‘마이 돌핀’ 이라는 애칭으로 시판 중인 냉난방기능 부착 변기는 이같은 불편을 역이용해 탄생된 제품이다. 이 제품의 큰 특징은 변기 물탱크에 들어 있는 물과 방열작용을 하는 응축기를 활용, 수냉방식으로 더운 열기를 쫓아낸다는 점이다.이용자가 변기에 달린 리모컨을 조작하면 뒷부분 위쪽에서 순식간에 찬 바람이 나온다. 마쓰시타가 화장실 실내온도를 35도로 설정해 놓고 실시한 실험에서는 리모컨 조작 후 약 30초가 지나자 바람구멍 주변의 온도가 약 28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1분 후에는 22도까지 내려갔다. 마쓰시타측은 냉방기능 변기의 목적이 화장실 전체를 차갑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있는 이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한 번 조작 후 약 30분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 이 변기는 에어컨 설치 때처럼 벽을 뚫는 공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판매가격이 개당 약 35만엔에 달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첨단 기능의 변기 중 주목 대상이 된 또 하나는 INAX가 발매한 마이너스이온 발생변기다. 마이너스 이온은 삼림과 폭포 주변에 많이 존재하는 물질로 신체의 리프레시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INAX는 샤프가 개발한 이온발생장치를 부착,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오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변기에서 마이너스 이온을 내뿜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나가면 마이너스 이온과 플러스 이온이 거의 비슷한 양으로 방출된다.회사측은 플러스 이온의 경우 탈취와 곰팡이 방지효과가 있어 전체적으로 신기능의 변기가 화장실을 쾌적하면서도 위생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고 밝히고 있다.변기 기능의 첨단화 경쟁에서 일본의 대표적 전문업체로 꼽히는 TOTO도 뒤지지 않는다.TOTO는 변기 물의 세정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신제품을 7월 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사각형의 테두리 내부에서 물이 나오도록 만들어진 종전 제품들과 달리 테두리를 매끄러운 곡선으로 처리, 오물이 끼지 않도록 했다.또 변기 내부의 둘레에 노즐을 장착, 분사된 물이 강력한 수류를 이루면서 세척기능을 극대화했다. 회사측은 이같은 방식에 ‘토네이도 세정’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성과를 봐가며 모든 제품에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TOTO 관계자는 “변기는 한 번 설치하면 쉽게 바꿀 수 없어 소비자들도 점차 고기능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업체간의 첨단제품 개발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