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맥주의 발포주 가두 판촉행사‘선택과 집중의 소수정예 전략을 구사한 기업들의 약진과 걸리버 기업의 퇴조.’일본의 100개 주요 공산품과 서비스상품 시장에서 일어난 2001년 한해 판도변화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기업의 승리와 만년 강자들의 고전으로 압축됐다.<니혼게이자이 designtimesp=22615>와 <닛케이산업신문 designtimesp=22616>은 최근 ‘2001년 주요 공산품 및 서비스의 셰어(Share) 조사’ 결과를 발표, 100개 품목 중 8개가 1위 자리바꿈을 했다고 발표했다.마켓 셰어 1위가 바뀐 품목은 미니컴포넌트(아이와에서 켄우드), PDP TV(파이오니어에서 히타치), 휴대전화단말기(마쓰시타에서 NEC), 선박(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이마바리조선), 도시 쓰레기 소각로(가와사키중공업에서 가와사키제철), 맥주 및 발포주(기린에서 아사히), 일반 용지 복사기(캐논에서 리코), 주방세제(P&G에서 가오) 등이었다.마켓셰어 수위에 오른 업체들 중 아사히맥주는 지난해 3월 발매한 발포주 ‘혼나마’의 대히트에 힘입어 영원한 라이벌 기린을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무려 48년 만에 이룬 정상탈환의 숙원이었다.수요 침체로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미니컴포넌트에서는 켄우드가 DVD 재생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앞세워 이렇다할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 아이와를 간단히 제쳤다.2001년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된 PDP TV는 파이오니어가 독주해 온 시장판도를 히타치가 보급형 신제품을 투입해 뒤집기에 성공했다. 가오는 세정력이 뛰어난 신제품으로 P&G가 움켜쥐고 있던 1위 자리를 넘겨받았다.마켓셰어 1위 기업이 왕좌를 고수하면서 지난해보다 영토를 넓힌 품목은 39개에 불과, 전년 대비 8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위 기업이 셰어를 늘린 품목은 55개로 전년 대비 4개가 늘었다.특히 승용차에서 혼다는 소형차 ‘피트’의 히트를 발판으로 닛산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2위로 발돋움했다. 디지털 카메라 부문에서는 캐논이 IXY모델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마켓셰어를 5.3%포인트나 높이는 맹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캐논의 마켓셰어는 후지필름과 소니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DVD플레이어에서 2위 업체 마쓰시타는 1위 파이오니어에 뒤져 시장판도를 뒤집는 데 실패했지만 대당 10만엔 이하의 중가제품을 앞세워 셰어를 7.5%포인트 증가한18.2%까지 높이는 기염을 토했다.신문은 조사결과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충실한 상품들의 약진을 꼽았다.디플레 터널 속에서 업체간의 시장점유율 공방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엇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가격으로만 밀어붙이기보다 자신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한 후 승부처를 정확히 고른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신문은 백화점식 장사법에서 벗어나 이 같은 노선으로 선회한 상징적 사례로 히타치제작소를 들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초대형 화면이 주종을 이뤄온 PDP TV 시장에서 가정의 거실 한구석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중형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들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한국, 중국에 눌려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이 후퇴일로에 접어든 조선업계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이 가격경쟁이 치열한 원유운반선과 화물선에서 고부가가치의 여객선 중심으로 방향을 튼 것이 두드러진 변화로 지적됐다.선박건조에 걸리는 기간이 긴 탓에 이번 시장조사에서는 2위로 물러났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의 수위복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신문은 보고 있다.걸리버 기업들의 고전은 2001년 시장판도 변화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뚜렷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이 40%를 상회하면서 2위 업체와의 격차가 배 이상 나는 회사를 ‘걸리버형 기업’으로 부르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절대적인 아성을 구축해 놓고 있다는 뜻이다.가정용 게임기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타이어의 브리지스톤, 자동차의 도요타, 드링크의 다이쇼제약, 휴대전화의 NTT도코모, 위생도기의 TOTO 등 12개 업체에 이 같은 타이틀이 붙어 있다.하지만 이들 12개 걸리버 기업 중 8개사는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하락했으며, 높아진 것은 3개사에 불과했다. 하위 업체의 분전 등 라이벌들의 맹추격과 고객의 기호변화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약화됐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결과다.경차를 제외한 승용차시장에서 도요타는 마켓셰어가 0.9%포인트 줄어들며 40% 밑으로 추락했다. 2000년 조사에서 도요타는 ‘40%, 2위와의 배 이상 격차’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켰으나 혼다의 추격과 주력 차종인 중형차의 판매부진으로 지난해에는 명예손상을 감수해야 했다.가정용 게임기에서 SCE는 73.2%의 압도적 셰어를 유지하며 1위를 고수했지만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업체의 신제품에 시장을 내주며 시장점유율이 전년보다 13.5%포인트 낮아졌다.걸리버 기업이 고전한 또 다른 품목은 드링크제(다이쇼제약), 비디오카메라, UNIX서버(선마이크로시스템스) 즉석면(닛싱식품) 등이었다.시장점유율을 확대한 3개 걸리버 기업 중 라이온은 미백치약 부문에서 셰어를 1.5%포인트 높이며 43.3%까지 끌어올렸다. 후지필름은 필름 부문에서 철옹성 같은 유통망과 품질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68.2%로 0.3%포인트 더 높였다. yangsd@hankyung.com